〈 616화 〉 616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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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그릴 위에서 익어가는 소세지와 등심 스테이크용 고기, 그리고 삼겹살까지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했다.
“자기 아~”
고기 한 점 쌈에 싸서 내미는 것을 이만석은 거릴 낄 것 없이 받아먹었다. 집에서 먹었을 때처럼 크게 싸지 말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에 먹기 좋은 크기로 싸서 맛을 음미하며 씹어 먹기 편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지나와 하란이도 이만석에게 한 번씩 쌈을 싸서 먹여주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차이링은 계속해서 이만석에게 고기를 덜어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주는 등 식사내조만 하고 있지 자신은 먹질 않았다.
“언니 안 먹어도 되요?”
그러자 하란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응... 맛만 보면 됐지 그렇게 먹고 싶지는 않아.”
속이 안 좋고 더부룩하다고 하던데 음식을 먹고싶지 않을 만큼 안 좋은 모양이었다.
“정 불편하면 병원에 하번 가보는 건 어때?”
“뭘 체한 걸 가지고 병원에 가니?”
지나의 말에 차이링이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대답했다.
이만석도 그렇고, 하란이, 그리고 지나, 차이링, 마지막으로 묵묵히 식사를 하는 안나까지 비록 1박이지만 참으로 한가로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기는 그녀들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이만석은 문자나 전화 온 것이 있는지 폰을 들고 확인해 보았다.
‘세린한테서 전하가 왔었군.’
폰엔 세린의 전화번호 하나가 찍혀 있었다.
전화를 건 시간이 제법 되었는데 일단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만석은 세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신호음이 가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세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야 폰을 봤나보네요.]
“전화 했던데 무슨 알이야?”
[다른 게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를 건 거예요.]
“물어볼 거?”
[네.]
“뭔지 말 해봐.”
[지금 통화 괜찮아요?]
“할 수 있으니까 전화 건거잖아.”
[그러네요...]
“뭐지?”
[다름 아니라 제이니 언니 때문에요.]
“제이니?”
[네.]
이만석은 제이니라는 말에 세린이 자신에게 무엇을 물어보려고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제이니에 대해서 물어볼 것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날 만난 것에 대한 얘기일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뭐가 궁금 한 거지.”
대충은 알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 처럼 세린에게 무엇이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인지 물어보았다.
[혹시 제이니 언나하고 오빠...잔거예요?]
자신이 생각 했던 그런 질문이 던져오자 이만석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알고 싶어?”
[네.]
그때는 됐다고 하더니 이젠 알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었던지, 아니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건 것인지 둘 중에 하나일게 분명했다.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만석은 숨김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준비를 하고 건 것인지 둘 중에 하나일게 분명했다.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만석은 숨김없이 대답을 해주었다.
“맞아. 그날 제이니와 했어.”
당연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을 해주었다.
[......]
전화 너머에서 세린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충격 받았나보군.”
[아니요.]
하지만 이어진 이만석의 말에 세린은 금세 대답을 해왔다.
[저 충격 안 받았어요.]
“예상하고 있었던가.”
[그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내 질문에 알고 싶냐는 오빠의 얘기에 말이에요.]
“그랬군.”
사실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으니 세린의 말에 금세 수긍을 한 이만석이었다.
[이거 하나만 얘기해 줘요.]
“말해봐.”
어떤 것을 물어올지에 대해서 예상이 가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이만석은 충분히 대답해줄 용의가 있었다.
[어쩌다가 그런 상황으로 간 건지... 솔직하게 말해 줄 수 있어요?]
“제이니와 내가 관계를 맺은 일에 대해서 말이야?”
[네.]
이걸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렇다면 세린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에 대해서 진실 되게 말해주는 되는 것이다.
여기서 숨길 것도 없고 있는 그대로 사실을 이만석을 해주었다.
어쩌다가 세린을 만나러 가게 된 것인지, 그리고 잠깐의 드라이브와 거기서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관계를 가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 말이다.
이만석은 세린에게 하나도 숨기 없이 전부다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군요.]
“실망했어?”
이 얘기를 들은 세린은 어쩌면 자신에게 실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망을 한다고 이상할 게 없다. 세린처럼 이만석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런 이미지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충분히 실망 하고도 남을 일이 수 있는 얘기다.
[아니요.]
하지만 세린은 이만석의 물음에 실망했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저택에 갔을 때 충분히 놀랐고 당황스러웠어요.]
무엇 때문에 당황했을지는 뻔한 일이었다.
아마도 지나는 물론이고 차이링, 그리고 하란이, 마지막에 안나를 보고서 당황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때 이미 돌아와서 여러 생각을 했어요. 이정도의 일에 그게 흔들릴 정도로 약한 결심도 아니에요.]
집에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세린은 대담하게도 이만석에게 자신을 주겠다는 그런 말을 했다.
처음이었고 저택에서 이만석이 누구와 생활하고 있는지 본 상황에서 그런다는 것은 세린 또한 어중간한 마음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제이니 언니에게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라는 소리에요?]
“마음은 없어.”
[저에 대해서는 요?]
“아직 그렇게 특별한 마음은 있지는 않아.”
[그렇군요...]
“하지만 대기실에서 한 말처럼 다섯 명 중에 뽑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세린이 너에게 마음이 더 가는 건 사실이야.”
[그 말 진짜에요?]
“그래.”
[알았어요...]
“궁금증은 해결 된 건가.”
[네, 말해줘서 고마워요. 남은 휴가 잘 보내고 돌아오세요.]
“알았어.”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간단히 폰을 더 확인하고 나서 다시 원래 자리에 놔두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제이니 언니도 확실히 보통 내기가 아니야.”
이만석과 통화를 끝낸 세린이 좀 놀란 듯 말을 했다.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물어 본 것이지만 확실히 이만석이 직접 얘기를 하니 조금 더 느낌이 달랐다. 삼자에게 듣는 것과 본인에게 듣는 것과 차이는 확실히 존재하는 것이다.
거기서 시작 된 이만석의 얘기를 들어보면 역시 제이니가 먼저 도발을 한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석이 얘기해준 대로 정말로 그렇게 말을 했다면 세린이 알고 있는 제이니의 성격상 반발심을 느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내가 한 말이 언니의 마음을 굳히게 한 거야.”
그날 자신에게 와서 물어보았을 때 어쩌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사실 그렇지가 않았다면 물어볼 이유가 없는 일이다.
세린은 이만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 없기에 느끼는 그대로 제이니에게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제이니는 아마도 자신의 마음에 생각을 굳혔을 게 틀림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이 된 것에 자신도 관여 된 것이 틀림이 없는 일이었다.
“가벼운 만남이라도 괜찮은 건가?”
제이니 언니는 연인이 아닌 그저 가벼운 만남이라도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엔조이로 만나도 상관없다는 얘기였다. 세린으로써는 그런 만남이라면 좀 마음에 걸리긴 할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제이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나도 언니와 다름없으니 충분히 공감이 돼.”
세린이라도 분명히 그런 상황이라면 가벼운 만남이라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을 것이다.
그럴 마음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 제이니에 대해서 한 편으로는 놀라면서도 이해가 되었다.
“이제 알았으니 됐어.”
그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제 세린은 충분히 알게 되었다.
그녀가 알고 싶어 했던 것을 다 알게 된 상황이다.
세린이 알고 싶었던 것은 두 사람이 어떻게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나대로 가면 되는 거야.”
이만석에게서 전화가 오기 전까지 세린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놀랄 지언 정 이만석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런 마음이 얘기를 전부 들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세린은 여전히 이만석을 좋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불붙었다~!”
라이터로 이용해 불이 붙자마자 잠시 후 심지가 타들어 가더니 곧 환한 불꽃과 함께 둥그런 작은 통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어두웠던 공터가 순식간에 불꽃으로 인해 환하게 밝아져왔다.
“예쁘네요.”
쏟아져 나오는 분수 불꽃을 보면서 하란이 작게 중얼거렸다.
퍼지는 불꽃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할까.
“이래서 연인들이 불꽃놀이를 많이 하나 봐요.”
이어서 다시 하란이 말을 잇자 바로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작년에 그이랑 이렇게 불꽃놀이를 했었잖아.”
차이링에게 시선이 향했다.
“작년에도 했었어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