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1화 〉 611화 여름
* * *
“어머?”
순식간에 물 쏙으로 뛰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차이링이 이채를 띠었다.
하란이가 저렇게 다이빙을 할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성격을 생각하면 저런 과감한 행동을 하는 건 뜻밖이다.
물속으로 들어갔던 하란이의 얼굴이 다시 물 밖으로 나오면서 긴 머리를 뒤로 쓸어 넘었다.
“역시 차갑네요.”
천천히 수영을 해서 이만석 곁으로 다가간 하란이 다가가자 그제야 차이링이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었다.
“언니 혼자 오빠 독차지 하면 안 돼죠.”
그리고 왜 하란이가 과감하게 물속으로 다이빙하여 들어왔는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역시 이것 때문에 바로 뛰어 든 거구나?”
저러한 이유가 아니면 과감하게 행동을 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하란이 위에 있는 지나를 바라보았다.
“지나씨도 들어와요. ”
지나를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괜찮으니까 오십시오.”
이만석도 지나에게 들어오라 말했지만 여전히 지나는 좀 망설이는 듯 했다.
“혹시 수영 못 하는 거니?”
차이링의 물음에 지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못하는 건 아니야. 오빠하고 어릴 때부터 정기적으로 회원권 끊어서 다녔어..”
“그럼?”
“나 고소공포증이 있거든.”
3층 높이라고 해도 지나에게는 체감상 상당히 높아 보였다.
어렸을 때도 높은곳이나 놀이기구 같을 것을 잘 타지를 못했다.
그저 이렇게 두 눈으로 폭포가 흘러내리고 있는 물속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수영장에서 다이빙 한 번도 안 해봤겠네?”
당연히 고소공포증 때문에 다이빙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지나도 그 점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았다.
“많이 무섭습니까?”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만석이 다시금 물음을 던졌다.
“좀 그래요...”
주춤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지나를 처다보던 이만석이 갑자기 수영을 해서 뭍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오빠?”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자유형으로 헤엄쳐서 발이 닿는 곳까지 나온 이만석이 다시 걸음을 옮겨 위쪽으로 향했다.
슬리퍼를 벗어둔 부근까지 올라온 이만석이 지나가 서있는 곳으로 향했다.
“민준씨.”
이만석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에 지나가 조심히 그에 이름을 불렀다.
“무서워 할 것 없습니다.”
“저도 마음은 그런데 몸이 그렇지가 않아요.”
밑에만 처다 봐도 아찔한 느낌에 소름이 도는 그녀다.
“그럼 같이 뛰어 보는 걸로 하죠.”
“네?”
그러고는 살며시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행동에 절로 얼굴이 빨개지는 그녀였다.
이만석이 함께 뛰어 들어가 주려고 하자 차이링이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무드 있다~”
“지나씨 좋겠네요.”
하란이 또한 그런 지나를 향해 농담을 지으며 미소를 지었다.
“하, 함께요?”
탄탄한 가슴에 안겨든 그녀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오며 올려다보았다.
“혼자 뛰면 무섭겠지만 함께 뛰면 덜 무서울 겁니다.”
다시 밑을 내려다보는 지나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감싸 주었다.
“무서우면 눈 감으세요.”
“허지만...”
“이럴 때 같이 뛰어 보지 언제 뛰어 보겠어? 용기가지고 뛰어봐.”
“괜찮으니까 오빠하고 같이 뛰어 봐요.”
밑에서 차이링과 하란이도 응원을 해주자 마음을 먹었는지 지나가 이만석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물컹한 젖가슴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나쁘지 않군.’
지나를 도와주면서 이런 야릇한 접촉은 물론 좋은 덤이었다.
다이빙을 할 때 잘 모 떨어지면 물 장막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고통이 가해 질 수 있어 물어 떨어지는 자세도 중요한 것인데 이만석은 그것을 알기에 지나에게 충격완화 마법을 걸어주었다.
10층에서 대짜로 떨어져 몸 전체를 고스란히 충격을 받더라도 괜찮을 정도이니 어떤 자세로 떨어져도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목을 끌어안고 있는 지나는 팔이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고소공포증이 확실히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해 보였다.
“그럼 뛰어 들겠습니다.”
“네...”
이만석을 말에 지나가 더욱더 목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앗!”
그렇게 이만석을 지나가 제대로 마음에 준비를 하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몸을 담구었다.
풍덩!
순식간에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빠져버리자 물이 크게 흔들리며 출렁였다.
원을 그리며 넓게 퍼지던 물줄기가 다시 잠잠해졌고 잠시 후 물속에서 이만석과 지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푸하!”
길게 호흡을 내쉬며 물을 내뱉은 지나가 편안한 동작으로 수영을 했다.
“어때?”
“오빠랑 같이 뛰었으니까 좋았어요?”
“한 순간에 뛰어들어서 그런 거 생각 할 틈도 없었어요.”
“고소공포증은요?”
“네...”
“그렇군요...”
“일단 그렇게 늦겠다면 좋았던 것도 다 그 후겠지.”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지나는 이만석에게 안기어 함께 뛰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그렇게 혼자 느끼고 싶었을 뿐이기에 이렇게 대답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한 참을 매미우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상황에서 이만석이 잠시 다이빙을 했던 위쪽을 바라보고는 다시 뭍으로 향했다.
“오빠 어디가?”
“안나한테.”
“안나씨?”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있게 놔 둘 수 없잖아.
“데려 오라고?”
“그러려고.”
그렇게 잠시 멈췄던 이만석이 다시 수영을 해서 발 닿는데 까지 향해 걸어서 물속에서 나왔다. 위쪽으로 올라가 처음 들어갔던 그 장소 쪽으로 향하니 안나가 나무그늘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뭐해?”
“......”
“일어나.
“가서 그녀들하고 놀아.”
“여기까지 왔는데 혼자 그러면 되겠어?”
“난 신경 쓰지 마.”
“그래서 안 일어나겠다고?”
고개를 다시 옆으로 돌리는 안나의 행도에 잠시 동안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다시 행동으로 옮겼다.
“뭐하는 짓이지?”
순간 안나가 이만석을 향해 경계의 음성을 내뱉었다.
“혼자서만 여기에 남겨두게 할 수는 없는 일이야.”
어느새 이만석이 오른 손으로 안나의 등을 받치고 왼 손으로 다리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안아 들어 올려버렸다.
“내려.”
안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이만석을 향해 자신을 다시 땅으로 내려놓을 것을 말했다.
하지만 이만석은 그런 안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폭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빨리 내려놔.”
다시 차가운 음성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이만석은 여전히 들은 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안나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스스로 벗어나려 움직이는 그때 이만석이 자신의 품으로 더욱 강하게 안아버렸다.
“여기까지 놀러오고 수영복도 입었는데 혼자서 청승떨고 있으면 되겠어?”
“......”
저도 모르게 이만석의 가슴팍에 안기게 된 안나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노려보았다.
“이럴 때는 너도 아무 말 말고 즐겨. 휴가가 긴 것도 아니고 1박2일인데 혼자서 앉아만 있다가 가는 건 손해잖아.”
그렇게 말을 끝내고 걸음을 옮기는데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어.”
이만석이 말 없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자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았으니까 빨리 내려놔. 안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테니까.”
“그러지.”
그제야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안나를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물리 흘러내리는 폭포와는 불과 열 걸음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였다.
다시 땅에 발을 딛고 내려선 안나가 이만석을 잠시 동안 처다보다 고개를 획하고 돌려버렸다.
“그녀들이 볼까봐 그래?”
아무래도 안나가 알겠다고 한 것은 밑에 있는 그녀들이 이런 모습을 볼까봐 그랬던 것 같았다.
“......”
안나에게선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이만석은 정말로 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
“안나씨 왔네요?”
지나가 서있던 부근에서 모습을 드러낸 안나를 보고 차이링과 하란이 반갑게 그녀를 맞아주었다. 잠시 동안 그녀들을 바라보던 안나가 몸을 풀 것도 없이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순을 앞으로 뻣어 모은 자세였고 동작은 참으로 깔끔했다.
풍덩!
물속으로 들어서는 순간에 튀기는 양도 얼마 되지도 않았다.
“다이빙 잘 하네?”
그런 안나의 다이빙 솜씨에 차이링이 감탄사를 터트리며 바라보았다.
다이빙만큼은 여느 수영선수 못지않았던 것이다.
물속으로 다이빙 했던 안나가 잠시 물 밖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안나씨 수영 잘하나 보네요?”
“망설임 없이 뛰어 드는 것 보니까 대단하시네요. 전 그러지 못했는데.”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도 안나의 다이빙만으로도 그녀가 수영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같이 즐기면 좋잖아.”
위에서 그런 안나를 보면서 기분좋게 말한 이만석이 다시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만석 역시 물속으로 들어서는 동작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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