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6화 〉 606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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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같이 앉을 수 없으니 안나씨도 포함해야 해요. 안 그래 언니?”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야겠지?”
그렇게 두 대의 차량은 유유히 저택을 빠져나갔다.
“언니하고 별장 몇 번 가봤어?”
도로에 들어선 차량이 달려 나가고 있는 가운데 하란이 이마석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지금 향하는 별장에 차이링과 몇 번 가보았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한 번 이상을 가보았을 걸로 보였기 대문이었다.
“두 번 정도?”
“작년에 두 번 다녀왔다고?”
“응.”
“나 모르는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었구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아마도 별장에 다녀왔을 때는 자신이 차이링에 대해서 몰랐을 때가 분명했다.
그래서 하란이는 왠지 자신이 조금 지고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도 별장을 안 가보았는데 두 번이나 다녀왔다니.
“질투나?”
“질투는 아니고. 그냥... 신경이 쓰여서.”
“그래서 이번에 함께 가는 거잖아.”
“그런 거야?”
“그래.”
둘 만의 추억의 장소가 아닌 모두 함께하는 추억의 장소로 하기위해 가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물론 지나도 물론이고 하란이도 별장으로 가자고 한 것도 다 그 때문이었지만 이만석이 찬성한 이유도 그 때문인지는 몰랐다.
“함께 가는 거지만 오빠하고 여행가는 거 처음이네?”
“한 번도 간 적이 없던가?”
“없었어.”
“그랬군.”
“여행가지 못 했다고 해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아.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으니까.”
잠시 동안 말없이 그렇게 달리다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에 한 번 가자.”
“여행?”
“그래.”
“둘이서 말이야?”
“어.”
잠시 동안 그런 이만석의 얼굴을 바라보던 하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신경 안 써줘도 돼 오빠.”
이렇게 말해주면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가야지.”
“왜?”
“여자 친구잖아.”
이만석의 말에 하란이 잠시 자신의 왼손의 내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여자 친구...’
맞는 말이다.
지금 차이링과 지나, 그리고 안나도 같이 살고 있지만 그래도 여자 친구로 있는 사람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오빠는 날 여자 친구로 계속해서 봐주고 있었구나.’
요즘엔 거기에 대해서 좀 무뎌진 것 같은 그러한 느낌을 받았던 하란이었지만 지금 이만석의 말에서 마음이 벅차고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빠.”
“응?”
“지나씨하고 차이링 언니도 좋아하지?”
“그게 궁금해?”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지만 오빠 말을 듣고 싶어.”
하란이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조금은 의아했지만 이만석은 원하는 대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좋아하고 있어.”
“역시 그랬구나.”
같이 생활하면서 이만석이 두 사람을 충분히 좋아한다는 것을 하란이도 잘 알고 있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었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같이 사는 것을 허락한다는게 웃긴다.
“오빠가 누구를 좋아해주던 크게 질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고개를 숙인 하란이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네 번 재 손가락에 이 반지만은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아.”
운전을 하다 말고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하란이를 힐끔 바라보았다.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바라보며 오른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시선을 바로 한 이만석이 조용히 운전에 집중 했다.
그렇게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말없이 손을 뻗은 이만석이 하란이의 왼손을 강하게 쥐어 주었다.
그렇게 약 30분 정도를 달려 예정 되어 있던 휴게소에 들어갔다.
뒤를 따라 가던 차이링 또한 이만석을 따라 휴게소로 따라 들어섰다.
적당한 자리에 차를 정차시키고 시동을 끈 후 차이링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30분이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짧았네.”
“그러게.”
“그래도 금방 도착 했지?”
“이 다음에 바로 별장으로 간다고 했으니까...”
“멀리 있었으면 나도 같이 탔을 텐데. 내일 그이와 함께 타야 한다니 안타깝네.”
“그래서 사람은 운이 좋아야 하는 거예요.”
“잘 났어 정말.”
그때 문을 열고 내려서는 이만석과 하란이를 보고 차이링과 지나도 내려섰다.
“안나씨는 안 내릴 거예요?”
“난 괜찮아.”
“알았어요.”
내려선 지나가 가볍게 기지개를 키며 굳었던 몸을 풀어주었다.
“커피 한 잔할까?”
“커피 좋지~”
“먹을 수 있겠어?”
“커피 한 잔 정도는 괜찮아.”
“안나는?”
“차에 남겠다고 하네요.”
지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몸을 돌려 휴게소 방향으로 향했다.
이만석을 따라 그녀들도 함께 걸음을 옮기는 중간에 마주친 사람들이 이쪽으로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나는 어느새 선글라스를 썼는데 중간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였다.
“사람들이 우리 쳐다 보는 거 같지 않아요?”
하란이가 작은 목소리로 지나를 향해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민준씨가 잘생겨서 그럴 거예요.”
“내가 보기엔 그이만 쳐다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언니 말도 맞긴 하네요.”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에게 시선을 주자 순간 당황하며 눈길을 피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휴게소엔 닭 꼬치와 여러 군것질 거기를 팔고 있었고 그 옆의 한 켠엔 마련되어 있는 카페엔 여러 종류의 일반 커피와 아이스 커피, 그리고 생과일주스를 팔고 있었다.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 이만석이 그녀들에게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뭐 마실래?”
“난 아메리카노. 시럽 추가해서.”
“난 카페모카로 할래.”
“카라멜 마키아또로 할 께요.”
“셋 다 아이스지?”
“물론.”
“응.”
“그렇게 할게요.”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자신도 시럽 없이 아메리카노 두 잔을 추가해서 다섯 잔을 샀다.
그러고는 오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을 주고 남은 잔돈을 거슬러 받았다.
“한 잔은 안나씨 꺼죠?”
“우리만 먹을 수 없잖습니까.”
“민준씨는 참 자상하네요.”
“자상한 거 이제 알았습니까?”
“뭐에요?”
웃으면서 어깨를 가볍게 한 대 툭 치는 지나의 행동에 이만석이 피식 거렸다.
그때 자매로 보이는 여학생으로 보이는 두 소녀가 이쪽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본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자기 알아 봤나보다.”
“뭐가요?”
반문을 하는 하란이의 물음에 차이링이 한 쪽을 턱짓을 했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이쪽을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소녀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인터넷에서 그이 사진을 봤을 거 같은데?”
“저 두 여자애 뿐만은 아닌 것 같아.”
지나가 다른 곳을 눈길을 돌려 바라보니 그 소녀 두 명 말고도 다른 여자들이 이만석을 두고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 유명인이 다 됐네?”
“기분 어때 오빠?”
다 만들어진 커피를 한 잔씩 건네받아 넘겨주던 이만석이 별 신경 쓰지 않는 다는 듯 말했다.
“별 느낌은 없어.”
시선을 끈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정도로 당황할 이만석이 아니었다.
그때 이쪽을 주시하던 소녀 두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온다.”
차이링이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음을 지었다.
“저기요...”
언니로 보이는 소녀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을 향해 말을 걸었다.
“예?”
“저 죄송한데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 되나요?”
“사진 말입니까?”
“부탁드릴게요.”
부끄러워하면서 부탁을 해오는 모습에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소녀들이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옆에 서 폰 카메라를 켜고 팔을 들어올렸다.
“조금만 나춰주시면...”
이만석이 키가 커서 다 들어오지 않자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부탁을 해왔다.
하는 수 없이 몸을 수그린 이만석이 그렇게 두 자매들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고맙습니다.”
폰 사진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 후 서둘러 도망치는 소녀들의 행동에 지나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민준씨 연예인 다 됐네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을 향해 차이링이 놀리듯 입을 열었다.
“왜 당신 처다 보는 여자들 많은데?”
소녀들처럼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쪽을 힐끔거리며 폰을 들고 이만석의 사진을 찍는 여자들의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나만 쳐다 보는 것도 아니지.”
그와는 다르게 또 차이링과 지나, 그리고 하란이를 바라보는 남자들도 많았다.
차이링은 말할 것도 없고 하란이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예쁨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지만 딱 봐도 미인으로 보이는 얼굴형에 각선미가 잘 빠진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어 절로 남자들의 시선과 눈길을 끌었다.
이만석을 제외하고도 그녀들 세 명만으로도 충분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아니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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