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5화 〉 605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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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요?”
지나가 반갑게 맞아주며 물음을 던지자 안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 컵을 들고는 정수기로 향해 냉수 한 잔을 받아 마셨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이만석도 안방 문을 열고 나와 식탁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늘은 여행가는 날이라 여느때보다 더 간단하게 차렸어.”
“이정도면 충분해.”
간단하게 차렸다고 하지만 국까지 합하면 총 7가지나 되어서 적다고 할 수가 없었다.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수저를 들어 국을 한 번 떠먹은 이만석이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차이링이 속이 안 좋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속은 어때?”
“나쁘지 않아.”
“나아졌다는 소린가?”
“응. 어제보다는 괜찮아. 다만 갑자기 많이 먹는 건 좋지 않으니까 적당히 먹으려고.”
“혹시 모르니까 소화제 하나 먹어둬.”
“응, 그러려고.”
“별장이라니 참 기대가 많이 되네요.”
하란이 기대에 부푼 표정을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말로만 들었지 하란이는 처음가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차이링 언니와 둘이서 다녀왔다고 했을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같이 갈 수 있게 되어서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거기 생각보다 좋아. 주변에 많은 산봉우리들을 끼고 있어 겨울에 눈 내린 후 맑은 날에 정말로 장관이야. 크게 자란 소나무 밑에 운치 있게 자리해 있는 그네의자도 그렇고 연못에 밤이 되면 호롱불 등도 상당히 분위기가 있어.”
“정인철 회장님이 이용하던 별장이라고 했죠?”
지나가 질문을 던지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주로 기분전화도 하교 휴가차 조용한 곳을 찾고 싶을 때 자주 가던 곳 중 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따로 관리인을 두고 있어 정기적으로 청소업체도 부르고 양주부터 맥주까지 술 종류도 한상 구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쓸 거 말고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런 셈이죠.”
“지나 너희 집에도 개인 별장 있지 않아?”
“있지. 하지만 역시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
가족이나 지인들과 가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역시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더 설레이는 법이다.
설령 가는 곳이 민박집이라고 해도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어떤 별장보다 두근거리는 장소가 될 수가 있는 법이었다.
그래서 지나도 상당히 부푼마음이었다.
“누가 설거지 할 래? 한 사람이 설거지 하고 나머지 사람이 짐 옮겨 신도록 하자.”
“언니 속도 안 좋은데 짐 옮기는 거 우리가 할게요.”
무거운 짐을 왔다 갔다 하며 옮기는 것 보다는 서서 설거지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하란이가 배려 차원에서 말했다.
“그렇게 해. 우리가 짐 옮길 테니까.”
“그럼 그럴래?”
“응.”
“셋이서 도와서 해. 짐은 내가 옮기도록 하지.”
“오빠가?”
“민준씨가요?”
“개인 짐들 말고 수박이나 이런 것들은 전부다 내가 다 챙겨 넣도록 할게.”
“그러면 좀 미안한데.”
“맞아요. 같이 해요.”
“나도 돕겠어.”
그때 조용히 식사를 열중하고 있던 안나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녀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아나가 별거 아니라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해서 신세만 질 수 없으니까.”
하고 싶은 말은 끝났는지 다시 식사에 열중을 하는 그녀를 바라보던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자.”
“알겠어요.”
“오빠 말대로 할게.”
그렇게 간단하게 식사를 끝내고 차 한 잔을 즐긴 후 이만석은 안나와 같이 가지고 갈 물건들을 차이링의 차 트렁크에 가져다 실었다.
그러는 사이 하란이와 지나는 차이링과 함께 설거지를 시작했다.
채소들과 음식들의 신선도를 위해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차에 실은 이만석은 수박 두통을 들고 오는 안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바람이 분거야?”
“......”
“도와주겠다고 다 하고.”
“아까 말한 그대로야.”
“혼자 가만히 있는 게 불편해서?”
대답은 없었지만 무언의 긍정이라는 것을 알고 이만석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너에게도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군.”
“나에 대해서 평가를 함부로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로도록 하지.”
피식 거린 이만석이 먼저 몸을 돌려 다시 짐을 가지러 걸음을 옮겼다.
수박을 두 통 다실은 안나가 앞서 걸음을 옮기는 이만석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짐을 다 실고 나서 이만석은 안방으로 돌아가 칠 부 면바지에 흰색의 반팔 티셔츠 하나 입는 것으로 간단하게 입었다.
옷은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근육으로 인해 맵시가 다 들어나 누가 봐도 옷이 때깔이 잘 받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는 사이 설거지를 끝낸 그녀들도 각자 방에서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이만석과는 다르게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다.
여행을 가는 거니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맨 먼저 나온 것이 이만석이었고 다름으로 안나가 나와 있었다.
그녀 또한 바지 하나에 티 하나만 입고 있어 상당히 단조로운 차림이었다.
“벌써 다 입었네?”
하란이는 하늘거리는 짧은 치마와 반팔 티셔츠를 중점으로 화사하게 풋풋하면서도 앳된 여대생 스타일의 코디로 갈아입고 나왔다.
여름이고 여행을 가는 거니 최대한 편안한 복장을 입었지만 화장을 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어서 지나가 나왔는데 그녀 또한 미니스커트에 셔츠를 입어 위에 단추를 푼 상태에 선글라스를 걸어두는 것으로 포인트를 살려 캐주얼 한 느낌의 옷을 차려입고 나왔다.
“너희 둘 다 치마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마지막으로 차이링이 걸어 나왔는데 그녀는 길게 뻗은 다리와 허리라인을 잡아주고 각선미를 살려주는 딱 달라붙는 남색 청바지에 흰색계통의 블라우스를 입고 나왔다.
산뜻 하면서도 짧은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한 쪽 귀에만 포인트로 귓불에 꼽는 형식의 검은색 귀걸이, 그림같이 올라간 날카로운 눈매가 돋보여 도도한 도시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언니야 말로 그렇게 입고 안 더워요?”
“나 별로 더위 안 타잖아. 그리고 이 블라우스 공기 잘 통해서 시원해.”
“셋 다 충분히 섹시하고 아름다우니까 됐어.”
“오빠 가슴 근육이 다 보여.”
“일부로 브이넥 입은 거예요?”
“남성미가 물씬 풍겨서 좋기만 한 데 뭘~”
가슴 골짜기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근육에 하란이가 뺨을 붉히며 말했고 지나가 호기심이 깃든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반면 차이링은 눈을 흘기며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여행 갈 때만이라도 편하게 입고 가야지.”
계절과 상관없이 정장을 주로 입는 이만석이서 이런 편안한 복장을 입고 외출 하는 것은 드물었다.
“안나씨도 오빠와 별 차이 없네요?”
면바지에 흰색 티를 입고 있는 안나의 차림도 이만석 처럼 상당히 단조로웠고 화장도 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꼭 두 사람이 커플 같잖아.”
“그러게요.”
“우리가 들러리 같아.”
꾸민 것은 그녀들인데 주인공은 이만석과 안나 처럼 보이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편안 복장이 좋아서 입은 거야.”
그녀들을 향해 한 마디 던진 후 안나가 먼저 몸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안나가 먼저 나가고 나자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우리말이 신경이 쓰였나 보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무시하고 지나 칠 줄 알았는데.”
별 말 없이 그냥 나갈 줄 알았던 안나가 저렇게 대답을 하는 모습이 그녀들에게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럼 출발하자.”
이만석의 말에 따라 그렇게 그녀들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주차장 쪽을 바라보니 이미 안나가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걸음을 옮겨 주차장에 당도한 이만석이 스마트키로 지나의 차량을 켰다.
“지나씨의 차량은 처음 이군요”
민준씨라면 잘 운전 하실거예요“
차량은 지나의 스포츠카 차량이지만 운전은 이만석이 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슬슬 출발 준비를 해볼까?”
어느새 자신의 차량에 올라탄 차이링을 따라 지나와 안나가 탔다.
이만석의 옆에는 제비뽑기에서 1번 순번이 뽑힌 하란이 먼저 올라탔다.
“잘 부탁해 오빠.”
“그래.”
닫혀 있는 대문을 열고 이만석이 먼저 출발을 하고 그 뒤를 차이링이 천천히 따라 붙었다.
“하란씨 기분 좋을 거야.”
“당연하지. 그이와 둘이서 타고 있는데.”
“아쉽다...”
“어차피 넌 다음 순번이잖아?”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야.”
“다음 휴게소 까지 30분 정도 걸리려나.”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에 들어서 중간에 휴게소에 들어서야 바꾸어 안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이렇게 가야했다.
“언니는 돌아올 때 타야겠네?”
“어쩔 수 없지 뭐.”
중간에 휴게소를 한 번 들리고 다음에는 곧장 별장으로 가니까 돌아 올 때 태야 했다.
“집에 갈 때는 안나씨랑 마지막에 타겠네요.
“난 안 뽑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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