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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03화 (603/812)

〈 603화 〉 603화 여름

* * *

“하긴 우리 중에 제일 개방적인 언니가 없을 리가 없지.”

머리색갈도 제일 눈에 띄는 붉은 색으로 염색하고 요염하고 도발적인 컨셉을 취하고 있는 리나는 멤버들 중에서 제일 개방적이었다.

맏언니이자 리더이기도 하고 그런 리나의 모습을 자주 봐왔던 제이니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수긍했다.

리나언니 처럼 개방적인 사람이 경험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갑자기 저런 질문을 왜 하는 거야?’

별 의심 없이 넘어가는 제이니를 보면서 리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요염한 척 하고 개방적이어도 사실 리니는 아직까지 성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린도 자신이 경험이 있는 줄로 알고 있지만 리나는 아직 한 번도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별 말 없이 잘 지내오다가 갑작스러운 제이니의 이 질문에 리나는 저도 모르게 당황했던 것이다.

다행이 제이니도 리나가 경험이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라 별 의심 없이 지나갔다.

만약에 그렇지 안았다면 정말로 난감했을 것이다.

“갑자기 그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리나는 제이니가 자신에게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알지 못 했다.

다짜고짜 찾아와 이런 야한 질문을 던지는 의중이 궁금했다.

그냥 저러한 질문을 던졌을리는 만무.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저러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나 모르고 있었어.”

“뭐가 말이야?”

“내 몸에 대해서.”

“몸?”

뜬금없이 몸이라니.

리나의 입장에서는 저러한 말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응... 사실 나 별로 체질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옛날에 한 번 경험하고 난 뒤로 결혼 할 때나 그럴 때 말고 하지 말자고 생각 한 거야.”

첫 경험에 대해서 묻는 것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자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제이니를 보면서 일단 지나는 응대해 주었다.

“별로 좋지가 않았나보네?”

말하는 걸 보면 첫경험이 별로 좋게 끝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응. 너무 아팠거든. 이걸 아기 낳을 때 말고 왜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어.”

제이니는 리나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로 첫경험이 기대했던 것 만큼 안좋았기 때문이었다.

처녀를 잃었다는 충격도 충격이지만 쓰라린 고통이 컸다.

행위를 하는데 전혀 기분이 좋지가 않았고 오히려 고통만 경험하고 끝나버리니 왜 이런걸 즐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자신은 성관계에 맞지 않는 체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정도였어?”

“응.”

리나는 제이니가 그 정도로 성관계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라서 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만 그러면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는 소리야?”

그런데 말하는 걸 보면 과거형으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안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에 대해서 몰랐다고 말을 할 정도면 지금은 그에 대해서 좀 달라졌다는 뜻으로 들려왔다.

“맞아. 그게 내가 지금까지 나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한 이유야.”

역시나 제이니는 그렇다는 답변을 해주었다.

“아니, 갑자기 그걸 어떻게 깨달았어?”

지금까지 몰랐다면 지금도 경험이 없을 텐데 갑자기 그걸 깨달았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뭔가 계기가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언니.”

“응?”

“실은 나 말이야.”

제이니의 입고리가 살며시 말려 올려갔다.

“부모님 만나고 온 거 아니야.”

“뭐?!”

제이니의 말에 지나는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이고 말았다. 분명히 부모님 전화를 받는 것을 옆에서 보았고 그래서 나가는 줄 알았던 것이다.

다른 멤버들은 모르지만 리나는 제이니가 통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부모님을 만나고 온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너 부모님이랑 통화 했었던 것도 거짓말이야? 내 앞에서 속이기 위해서?”

충격이라는 듯 말하는 리나의 말에 제이니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부모님이랑 통화한 건 맞아.”

부모님과 통화를 한 건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그럼?”

“다만 부모님을 만나러 나간 것이 아니고 그런 약속도 잡은 게 아니었던 것뿐이야.”

“그런 너 그냥 외출하고 싶어서 나갔단 말이야?”

리나의 질문에 제이니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부모님의 핑계를 대고 외출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스케줄과 숙소생활을 하다보면 이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럴대는 핑계를 대고 외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언니, 내가 세린이처럼 빠져 나가고 싶어서 그렇게 나간 줄 알아?”

리나의 물음은 세린이 백화점에서 도망을 쳤었던 것에 대해서 묻는 것이라는 걸 알고 그렇게 답했다.

하긴 세린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겠냐 싶었지만 자신은 그 때문에 나간 게 아니었다.

“아... 말해줄까. 아니면 비밀로 할까.”

리나를 재는 듯 이걸 말해, 말어 라는 듯 중얼거리며 힐끔 바라보았다.

“그렇게 재지 말고 빨리 말해.”

눈살을 찌푸리는 리나의 모습에 제이니가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았어. 그럼 말 해줄게.”

여기서 더 시간 끌어 보았자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제이니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나 실은 나가서 혼자서 아이쇼핑 좀 즐기다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셨어.”

“혼자서?”

“응. 물론 커피 한잔 마시는 걸 목적으로 간 건 아니야.”

“너 설마...”

여기까지 말하자 리나도 그제야 제이니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눈치를 채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마음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

이런건 직접 들어야한다.

“언니도 이제 눈치를 챘나보네? 맞아. 나 그 사람에게 연락했어.”

“세상에...!”

양손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제이니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마하니 그 남자를 만나러 나갔을 줄은 미처 몰랐던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전화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가서 리나는 그 모습을 직접 보았던 지라 정말로 부모님을 만나러 나간 줄 알았다.

“그래서 어떻게 된 줄 알아?”

“설마 만난거야?”

“응, 그 사람 찾아와서 만났어.”

“대박이네...”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중얼거리는 리나의 모습에 제이니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는데 이렇게나 빨리 만남으로 진전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확실히 리나의 입장에서도 충격적인 말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전화를 받는 걸 봐서 생각을 못 했나 보네?”

“당연하지. 나 진짜 부모님 만나러 간 줄 알았어.”

폰 번호를 알려 줄 때 당분간은 연락 하지 말라고 했는데 설마 오늘 나가서 전화를 했고 실제로 그 사람이 찾아왔을 줄은 몰랐던 일이다.

“그럼 지금까지 그 사람 만나고 온 거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길게는 아니고. 만난 건 1시간 도 채 안 돼.”

“그래도 같이 있었다는 거잖아.”

“같이 있기만 한 건 아니야.”

“뭐?”

“말 그대로라고.”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제이니를 보면서 리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제이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내가 말 했잖아. 나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말이야.”

“잠깐만.”

그 말에 리나가 순간 멈칫하며 바라보았다.

“너 지금 네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럼...”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질문을 던지는 리나였지만 이미 충격은 그녀를 엄습해 오고 있었다.

잠시 동안 말없이 그런 리나를 바라보던 제이니가 다시 작은 입을 벌리며 대답을 했다.

“나 그 사람이랑 잤어.”

제이니는 솔직하게 답했다.

“......”

리나는 제이니의 대답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아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언니 많이 놀란 모양이네?”

생각보다 충격이 큰 것 같은 모습에 제이니가 눈치를 보았다.

“놀라고 자시고 할 게 아니야. 너 그 말 진짜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리나가 다시금 확인차 되물었다.

“내가 왜 언니에게 거짓말을 하겠어?”

“도대체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아. 아니 지금 내가 뭘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상당히 충격적인 발언이라 리나는 자신이 잘 못 들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이거는 정말로 생각지 못한 진도가 아닌가.

“거짓이 아니야. 정말이야.”

하지만 제이니는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 진짜로 잤어?”

“응.”

마치 큰 일이 아니라는 듯 대답을 하는 제이니의 모습에 리나는 입을 반 쯤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말 없이 자신을 처다 보는 리나의 모습에 제이니가 쓴웃음을 지었다.

“상당히 놀랐나 보네?”

“......”

“언니 진짜 많이 놀란 거야?”

“......”

“이정도로 놀랄 줄은 몰랐는데.”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자신보다 경험이 많고 개방적인 언니가 저러한 반응을 보인다는게 정말로 신선했다.

생각 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리나의 모습에 제이니의 미소가 더욱더 진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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