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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00화 (600/812)

〈 600화 〉 600화 여름

* * *

백에서 손거울과 틴트를 꺼내는 제이니가 키스를 하면서 다 지워진 입술에 조심히 고쳐 바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잘 치장하고 흔적을 지우는게 맞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차량은 유유히 그 장소를 떠나갔다.

숙소 근처에 제이니를 내려 주고 집에 도착 했을 땐 어느덧 저녁 8시를 넘긴 시간 때였다.

가볍게 식사나 하거나 그런 선에서 끝나지 않고 일을 치루고나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던 것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하란이를 포함해 차이링, 그리고 지나가 기분 좋게 이만석을 맞아주었다.

“어서와 오빠.”

“자기 왜 이렇게 늦었어?”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요?”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는 그녀들의 말에 구두를 벗고 올라선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볼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그보다 쇼핑은 잘 끝냈어?”

“나쁘진 않았어.”

“이것저것 사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지~ 쇼핑하는 것 자체가 즐겁잖아.”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향해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민준씨 저녁 안 드셔도 돼요?”

“가단하게 요기 했습니다.”

“그럼 목욕물 받아 드려요?”

“그래주면 고맙죠.”

“알았어요.”

오늘은 지나가 이만석의 목욕물을 받아주려는지 그렇게 말하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그러자 하란이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빠 기대해.”

“기대?”

“오늘 우리가 산 수영복 보여줄게.”

“샀어?”

“당연하지.”

“내가 아주 좋은 걸로 골라주었어.”

“그럼 목욕 하고 나서 한 번 봐볼까?”

“그렇게 해.”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안방으로 들어가 옷장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넥타이를 당겨 풀어 헤치고 품에서 지갑과 폰을 꺼내는 이만석이 한 쪽에 놔두고는 마이를 벗었다. 옷걸이를 꺼내 마이를 걸치는 와중에 폰이 울려 확인을 해보니 세린이었다.

[지금 집이에요?]

“그런 셈이지.”

[다행이 전화 받을 수 있나 보네요.]

“못 받을 게 뭐 있어?”

[그러네요...]

웃음이 깃든 대답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이만석은 왜 전화를 했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일이 있어야 전화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빠가 생각나서 전화 한 건데.]

“전화 한 거 보면 숙소에서 쉬고 있나보지?”

[월요일부터 바빠요.]

“그래?”

[그보다 오빠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물어봐.”

[혹시 제이니 언니하고 만났어요?]

이만석은 이 질문에 세린이 전화를 건 목적이 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외출 한 것이 마음에 걸렸나보군.”

[맞아요. 그래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만났어.”

이만석은 숨길 것 없다는 듯 그렇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보니까 뭔가 기분이 좋아 보였거든요.]

세린의 대답에 이만석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거칠게 대해 졌는데도 기분이 좋았다니 그 여자도 참 어지간히 별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죠?]

“알고 싶어?”

[......]

“알고 싶으면 말해줄게.”

순간 폰에선 잠시 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만석은 세린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싱겁긴...”

[그보다 오빠 내일 시간 돼요?]

“내일?”

[네. 오빠 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어요?]

“내일은 내가 서울에 없는데.”

[회사일이 많이 바쁜가 봐요?]

“회사일은 아니고... 1박2일 동안 휴가를 다녀오게 됐어.”

[휴가요?]

“어.”

[그렇구나...]

좀 실망한 듯 한 음성으로 대답한 세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죠 뭐... 잘 다녀와요.]

“다음에 시간 한 번 내볼게.”

[정말이죠?]

“그래.”

[그 약속 꼭 지키셔야 해요. 어기면 가만 안 둘 거예요.]

“걱정하지 마.”

[푹 쉬어요...]

“너도.”

[그리고 많이 좋아해요 오빠.]

전화를 끊으려던 이만석은 작게 들려오는 세린의 음성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많이 걱정이 되었나보군.”

아무래도 숙소로 돌아온 제이니를 보고 걱정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세린과 제이니는 입장이 전혀 다른데 저렇게 걱정을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자신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샤워나 하러 가야겠어.”

폰을 놔둔 이만석이 다시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 옷을 벗었다.

제이니는 나중에 분명히 상처 받을 수도 있었다. 이만석은 분명히 그에 대해서 얘기했고 그녀는 그걸 스스로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응수는 해줄지 모르겠지만 사랑해줄 수는 없었다.

나중에 스스로 정리하겠다고 한다면, 이만석은 거기에 대해서도 그녀의 바람대로 그렇게 따라 줄 것이다.

자신은 그에 대해서 말했고 그녀는 그걸 택했으니 그렇게 생각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온 이만석이 샤워실로 향했다.

지나가 받아 놓은 욕조에 몸을 30분 정도 담그고 거품 칠을 하고 양치와 머리를 감는 등 샤워를 즐겼다.

그렇게 다 끝내고 나오니 어느덧 8시 반을 넘어 9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팬티를 입은 후 머리를 닦으며 문을 열고 나왔다.

“어서 옷 입고 나와 오빠. 지금 차 끓여서 가져가는 중이야.”

문을 열고나서는 이만석을 향해 찻잔이 올려 있는 쟁반을 들고 지나가다 말했다.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후 안방으로 향해 추리닝 바지에 티로 갈아입은 후 헤어드라이기도 간단하게 머리를 말렸다. 문을 열고나서 세탁기에 수건을 던져버린 후 이만석은 응접실로 향했다.

거기엔 차이링과 지나, 그리고 하란이가 있었다.

“안나씨도 불러야 하지 않아?”

“제가 불러 올게요.”

“아니야. 여기 있어. 나오기 싫어 할 텐데 이럴 땐 내가 나서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차이링이 이만석과 한 번 눈을 마주친 후 그대로 안나가 지내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노크 두 번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그녀는 독서를 하고 있었다.

“책 읽고 있었어요?”

안나는 별 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지 말고 어서 나와요. 그이 다 씻었으니까. 차도 다 끓였어요.”

“정말로 할 거야?”

언제나 처럼 차를 마실 땐 안나도 같이 응접실에 모여 마시긴 했지만 이번엔 일어나지 않고 먼저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보여줘야죠. 수영복 샀는데.”

“난 산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미 샀잖아요?”

“......”

“자, 어서요.”

나긋한 음성으로 말하는 차이링은 안나가 나오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는 듯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이가 기다리니까 빨리 가요.”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의 차가운 시선에도 차이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한 번 더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돌린 안나가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그이도 아주 좋아 할 거예요.”

복도로 나서는 안나를 향해 차이링이 나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걸음을 옮겨 응접실로 향하니 지나와 하란이, 그리고 이만석은 티비를 보면서 차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차이링과 안나가 소파에 앉자 언제나와 같은 하루를 마감하는 차 한 잔 시간이 그렇게 펼쳐졌다.

“내일 거기서 먹을 음식들이나 장은 다 봤어?”

“응, 마트에 들려서 장도보고 다 했어.”

이만석의 물음에 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릴에 구워먹을 고기와 소세지하고 채소들도 다 샀으니 걱정 말아요. 언니가 거기에 양주하고 와인이랑 맥주까지 다 구비되어 있다고 해서 술은 사지 않았어요.”

“술은 한상 충분히 구비되어 있더군요.”

지나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차이링 차 안 마셔?”

이만석은 안나는 물론이고 지나와 하란이도 다 마시고 있는데 차이링만 마시지 않는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난 괜찮아. 속이 좀 안 좋아서.”

“약은?”

“소화제 먹었으니 나을 거야.”

“언니 점심때도 식사를 별로 하지 못 했어요.”

“그렇습니까?”

“네.”

지나의 얘기를 듣고 걱정스레 바라보자 차이링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침부터 속이 좀 더부룩한 게 조금 그래. 그보다 처음에 누구부터 수영복 입고 올지 정하는 게 어때?”

“어떻게 정할까?”

“그냥 저 먼저 입고 올게요.”

“하란씨가 먼저요?”

“네.”

“흐응~ 제일 먼저 자기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 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얼굴이 붉혀지는 것을 보니 아마도 맞는 것 같았다.

“깔끔하게 나이순으로 하자.”

“그럼 그렇게 해.”

“안나씨도 찬성하죠?”

“......”

안나는 말은 없지만 무언의 찬성으로 받아드린 차이링이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먼저 갈아입고 나와.”

“그럴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하란이 자신을 쳐다보는 이만석을 슬쩍 바라보더니 다시 얼굴을 붉혔다.

“일체형 수영복으로 샀어?”

하란이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이만석이 차이링에게 물어보았다.

“일체형?”

그러자 차이링이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

“하란이 수영복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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