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6화 〉 596화 여름
* * *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차량이 덜 막혀서 말입니다.”
“뭐 하나 마실래요?”
“괜찮습니다.”
“마시면 좋을 텐데.”
다시 빨대를 통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 전화 받고 많이 놀랐어요?”
갑자기 전화를 해서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했다.
“좀 놀라긴 했습니다.”
“퇴근하는 길이세요?”
“그런 셈이죠.”
고개를 끄덕인 제이니가 이만석의 얼굴을 잠시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역시 잘생겼네요.”
그때도 느꼈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정말로 잘생겼다.
“제 얼굴 관찰하고 싶어 부른 겁니까?”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웃음을 지은 제이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쪽 보고 싶어서 연락 한 거예요. 그날 이후로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번호 알아낸 거거든요.”
“소속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걱정 말아요. 저 회유하려고 부른 거 아니에요.”
물론 이만석도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형식적으로 얘기를 꺼냈을 뿐이다.
“저 사실은 그쪽에 관심 많아요.”
제이니는 솔직하게 자신의 관심을 표현했다.
“저에게 관심이 있다니 영광이군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기분 좋네요.”
작은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지은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진지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에게 마음 있습니까?”
“마음이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겁니다.”
“너무 진도가 빠른 거 아니에요?”
“대화를 끄는 건 좋은 일이 아니죠.”
“역시 보이는 대로 시원하시네요.”
졌다는 듯 수긍하면서 말한 제이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저 그쪽에 관심을 넘 마음이 있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직설적이군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니 저도 직설적으로 대답해드려야죠.”
그렇게 이런 잠깐 동안 앉아서 대화를 나눈 후 이만석과 제이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으로 이동해 몸을 실었다.
안전벨트를 착용 하고 그렇게 차량은 유유히 카페를 떠나갔다.
“잠깐 드라이브 합시다.”
“좋아요.”
기다렸다는 듯 제이니가 반갑게 호응을 해온다.
천천히 속도를 높여 도로에 들어섰을 때 제이니가 디시 입을 열었다.
“타고 다니는 차량도 좋네요?”
척 봐도 값이 나갈 것 같은 외제차였다.
사업을 한다고 하더니 확실히 돈은 말이 벌었나보다 싶었다.
“저에게 접근한 것도 다 마음이 있기 때문이겠군요.”
“네, 그래요.”
숨길 것 없다는 듯 제이니는 사실대로 말했다. 이런 것에 빼는 성격도 아니고 직접적으로 물어보니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저 콘서트에 왔을 때 절로 그쪽에 시선이 갔거든요. 사실 저 말고 다른 멤버들도 그랬던 것 같았지만 저보단 아니었을 거예요.”
이만석도 제이니가 무대에서 자신을 한 번씩 쳐다보았던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제일 많이 자신을 힐끔 거리며 바라보았던 여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세린일 것이다.
“그래서 매니저 오빠가 그쪽 사진보고 캐스팅 하고 싶다고 했을 떼 전 바로 찬성했어요.”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보았다.
“아쉬움이 컸겠군요.”
“네, 연예계에 데뷔하면 확실히 스타로 뜰게 분명하니까요.”
“그 쪽으로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죠.”
“그래서 더 안타까워요. 아 참... 인터넷 보셨어요?”
“인터넷?”
“그쪽 검색어에도 오르고 화제의 인물이잖아요.”
“그렇습니까.”
“장난 아니에요. 완전히 콘서트 남신이라고 해서 유명인이 다 되었던 데요? 보니까 카페에서 처다 보던 여자들도 잘생겨서 인지, 아니면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했어요.”
어제는 거의 하루 종일 순위에 올라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고 봐도 되었다.
계속해서 거론되고 화제의 중심에 올라 있었다.
“그것만 봐도 스타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수찬이 말 했던 대로 음치만 아니면, 충분히 뜨고도 남을 사람이 바로 이만석이었고 제이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알고 있어요.”
이만석이 말한 여자 친구가 지나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제이니가 그렇게 대답했다.
“보가보다 그렇게 좋은 놈도 되지 못합니다.”
“상관없어요.”
“제이니씨 정도면 저보다 멋진 남자 많이 만날 수 있을 텐데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성급하시군요.”
잠깐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하는 제이니를 보면서 이만석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허나 이 말에 제이니는 기분이 나빴는지 금세 반응을 해왔다.
“성급하지 않아요. 나는 사람을 그렇게 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일 뿐이지 성급하다 보지 않아요. 감정이 느끼는 대로 따르는 거예요.”
“후회 할 겁니다.”
“안 해요.”
“전 제이니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도 없고요.”
“제 팬은 아니라는 소리군요.”
그녀의 대답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가 왜 전화를 받고 나온 줄 아십니까.”
“저에게 관심 있어서 그런 건줄 알았는데 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만석이 자신의 전화를 받고 만나겠다고 했을 때 제이니는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헌데 지금 대화를 해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바보도 아니고 그 정도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정리를 하려고 왔습니다.”
“정리요?”
“그런 셈이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뭘 정리한다는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정정하죠. 내가 제이니씨에게 관심 없다는 걸 통보하러 왔습니다.”
“받아 드릴 수 없어요.”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이니가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까 시작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거 알고 있다면서요.”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요.”
“막무가내군요.”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요?”
순간 제이니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며 심정을 토로했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새 진지하게 변해 있었다.
자신을 밀어내니 그런 것이다.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그럼 왜 그렇게 말하는 거죠?”
“잘 못 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죠.”
“잘 못 된 길이라고요?”
이만석의 말에 순간 제이니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렇습니다.”
“뭐가 잘 못된 길이라는 거죠?”
"그 쪽이 저에게 가지는 마음에 대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게 왜 잘 못 된 길이라는 거예요?”
“분명히 그 쪽이 상처를 받을 게 분명하니 그런 겁니다.”
이 말에 제이니는 잠시 동안 이만석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운전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별다른 표정도 없었고 언제나 같이 평온해 보였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것처럼 말하네요.”
“제이니씨가 걱정되는 하는 얘기라고 해두죠.”
그때 이만석의 폰에 전화가 울려왔다. 확인을 한 이만석이 귀에다 이어폰을 꼽았다.
[오빠 지금 어디야?]
“차안.”
[그럼 지금 집에 돌아오는 거야?]
“잠시 들릴 곳이 있어서 말이야. 조금 있다 갈게.”
[알았어. 지금 쇼핑 끝나고 집에 막 도착하고 전화하는 거야. 나온 김에 저녁 먹고 들어왔는데 오빠는 아직 안 먹었지?]
“나 때문에 저녁 차리지 않아도 돼.”
[그래도 차려줘야지.]
“괜찮아. 어쨌든 일보고 갈 테니까. 쉬어.”
[응... 조심해서 와.]
“그래.”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다시 이어폰을 뺐다.
“여자 친군가요?”
“그렇습니다.”
“역시 그랬네요.”
말하는 투로 보아 여자 친구인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정말로 그랬다.
“그런데 저녁 차린다는 게 무슨 뜻이죠? 설마 저녁까지 차려주고 있다는 건가요?”
“신세를 지고 있는 중이죠.”
“......”
제이니는 이만석의 말에 말을 잊지 못 했다.
벌써 관계가 거기까지 진척이 되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좋은인연을 유지하면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다.
‘리나 언니의 말로는 아직 사귀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지금 여자 친구라고 인정하고 있잖아.’
잘 못 알았던 것인지 아니면 최근에 여자 친구가 된 것인지는 몰라도 이건 제이니에게 충격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론 지나라는 여자에 대해서 질투심이 일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났는데 당연히 임자가 있으니 그 여자에게 질투심을 가지지 않는게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저보고 마음을 접으라는 말인가요?”
이제야 자신에게 마음을 접으라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제이니씨에 한 테 이롭습니다.”
이만석은 그게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럴 수 없어요.”
“막무가내로군요.”
이렇게 이만석을 자신을 떼어 놓으려 하자 제이니는 마음에 질투심이 더 커졌다.
“그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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