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5화 〉 595화 여름
* * *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
90도로 인사를 올리는 지점장을 지나쳐 걸음을 옮기는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너희 회사라고 완전히 공주대접 받네?”
세진그룹 산하에 속해있는 계열사이기 때문에 지나에 대한 직원들의 태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계속 저러네.”
그러지 말라고 말을한다고 해도 위치가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럴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 솔직히 아가씨, 아가씨 거리며 공주대접 받으면 기분 좋잖아?”
“좋기는 한데 주변에 사람들이 처다 보잖아.”
“네가 누군지 알아 볼까봐?”
“그냥 구경거리가 되는 게별로야.”
“바로 수영복 코너로 갈 거죠?”
“네, 그럴거예요.”
대화가 끝나고 물어오는 하란이의 물음에 지나가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곧장 수영복매장으로 향했는데 걸어가는 내내 커플이나 가족과 함께 쇼핑을 나온 남자손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아야했다.
하나같이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녀들이니 절로 시선을 끄는 것이다.
얘기를 나누며 수영복 매장으로 향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녀들이 그렇게 쇼핑에 매진하고 있는 동안 이만석은 정인철 회장과의 짧은 대화를 끝내고 김현수 대통령을 만나러 향했다.
집무실에 있겠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로 바로 향하면 되는 것이었다.
화장실로 들어선 이만석은 볼일을 보고 손을 씻은 후 옷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바로한 후 그대로 워프를 시전 했다.
순식간에 시야의 풍경이 흐릿해지며 바뀌어갔고 잠시 후 눈을 감았다 떴을 땐 놀랍게도 이만석이 서있는 곳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구만.”
집무실에 대기하고 있던 김현수 대통령이 이만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젠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놀람 없이 침착하게 맞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이러한 경험을 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이러한 일들을 겪다보니 이젠 익숙해졌다.
“여기 앉게.”
뒷짐을 진 채 서있던 김현수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소파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이만석 또한 왼쪽에 세로로 길게 놓아진 소파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
“그래 하고 싶은 얘기라는 게 뭔가?”
“다음 주 중으로 행동에 옮겨볼 생각입니다.”
“다음주? 설마 북한을 말하는 것인가?”
전에 왔을 때 이만석이 간다고 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다음주라는 말에 김현수 대통령은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하니 이렇게나 빨리 행동에 옮길 줄은 몰랐다.
좀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정말로 갈 생각이었나 보구만...”
한 편으로는 설마 진짜로 그렇게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이 좋게 해결되려면 제가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네만...”
지금 상황에서 사람들이나 정치권에서도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지금의 정책기조를 바꾸어 한반도 위기를 관리 할 수 있게 입장 표명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북한은 여유를 가지고 한곡에게서 이익을 빼먹으려 시간을 끌고 답답하게 행동할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들은 아닌데 한국만 조급해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만석은 그걸 막기 위해 북한에 다녀오겠다는 것이고 김현수 대통령도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변인을 내세워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언제 갈 생각인가?”
“화요일 즘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요일?”
다음주라고 했지만 화요일이라는 말에 생각보다 빨리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일었다.
“순간이동인가 하는 그 기술을 사용하면 갈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잠입을 할 생각이지?”
“잠입이란 게 어려운 게 아닙니다. 작은 소란은 있겠지만 어차피 폐쇄된 국가이니 외부에 알려질 일은 없겠죠.”
“무슨 방법이라도 있단 소린가?”
“방법이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쉬운 일입니다. 꼭 들키지 말고 몰래 잠입해야 한다는 그런 규칙에 따를 필요는 없지요.”
이만석이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에 다녀오겠다는 저 말을 들으면 그 또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북한이 여권과 비자만 발급 받으면 여행 갈수 있는 그런 국가도 아니고 저렇게 쉽게 말하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소리였다.
남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것이다.
물론 누가감히 대통령에게 그런말을 대놓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속으로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가서 언제 올 텐가?”
“빠르면 다음날에 올 수도 있고 늦어도 이틀 후에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해결을 잘 볼 수 있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다녀오고 나면 다시 들리도록 하지요.”
그 후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후 이만석은 그렇게 다시 청와대를 떠났다.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된 김현수 대통령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창가로 향했다.
‘이 나라의 명운이 자네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있지 말게.’
김현수 대통령은 이제 완전히 이만석에게 자신의 남은 임기를 모두 걸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존 마이클 대통령에게 핫라인을 통해 연락이 와서 CIA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에 대해서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을 감아 주었겠지만 이젠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협조를 구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미국 사회를 뒤흔들긴 했나보군.’
이만석이 미국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다는 알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김현수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직접 핫라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온 존 마이클 대통령이 비공식 적이지만 협조를 요청 한 대에 대해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다른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았고 심도 깊이 지켜보았으나 별다른 행동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만큼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안이 보통일이 아니라는 증거였고 그걸 존 마이클 대통령 또한 쉽게 행동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였다.
여러모로 이만석을 그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잘 해결 될 것이라 믿겠네.’
오후 7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가던 이만석은 폰에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확인을 했다. 쇼핑을 하러 갔던 하란이나 그녀들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라 생각하고 확인을 하였지만 아니었다. 폰에 찍혀 있는 것은 이름이 아닌 번호였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제이니였다.
귀에 이어폰을 꼽고 통화버튼을 누른 후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짐짓 모르는 척 하며 말문을 열자 곧장 반응이 나왔다.
[제 번호 저장 안 한 거예요?]
“제이니씨입니까?”
[네, 저에요. 어제 제 문자 받고 저장 한 줄 알았는데 안했던 거예요?]
“보니까 안한 모양이군요.”
[너무하세요!]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그녀의 음성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했습니까.”
[혹시 지금 시간 되요?]
“시간?”
[많이는 아니고 잠시만이면 되는데... 괜찮아요?]
“일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다음주 부터 바빠요. 그래서 이번 주는 휴가나 다름없어요.]
“그렇군요.”
[저 지금 밖인데 잠시만 와줄 수 있어요?]
“음...”
[잠시만 이면 되요. 얼굴만 보고 싶어서 그런데 와 줄 수 있어요?]
“뭐... 좋습니다.”
[정말요?]
생각지 못 한 대답인지 기뻐하는 것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저 카페에 있는데 이쪽으로 와줄 수 있어요?]
“문자로 보내 주십시오.”
[그럴게요.]
그렇게 간단한 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곧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자를 받았고 잠시 신호대기를 받는 사이 위치를 확인하였다.
‘하루 사이에 보자고 하는 걸 보니 나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군.’
어제 문자를 받았는데 오늘 또 직접 전화를 해서 이렇게 보자고 하다니 그때 보았던 사심이 거짓은 아니었던 듯 했다.
‘잠깐이라면 상관없겠지.’
이대로 문자만 주고받으려고 전화번호를 준 것도 아니고 관계도 확실히 해야 하기에 이만석은 제이니를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차량을 돌려 적혀 있는 지역으로 향했다.
그렇게 제이니가 알려준 압구정에 위치한 카페에 도착해 차량을 주차 시키고 안으로 들어서니 안쪽 구석진 자리에 선글라스를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가발이 틀림 없어보였다.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뒤로하고 이만석은 그렇게 제이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마주보는 자리에 의자를 빼내어 앉자 제이니가 입을 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