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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94화 (594/812)

〈 594화 〉 594화 여름

* * *

사내들의 표정엔 누가 봐도 긴장하고 있다고 써놓았을 정도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안나가 이만석의 수행비서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긴장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분위기가 차가워 그런 것이 더 컸다.

5층에 도착하는 안내 소리와 함께 한 명이 내려섰고 다시 두 명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역시나 새롭게 올라탄 이들도 안나를 보고 흠칫 하더니 눈치를 보며 앞서 탄 사내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1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알리기 전까지 안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엘리베이터안에 편안하게 서있을 수 없었다.

[1층입니다.]

도착 음과 함께 안내 음성이 흘러나오며 문이 열렸다.

그러자 안나가 걸음을 옮겨 나서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내들은 모두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서로의 한 숨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 눈이 마주쳤고 어색한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져갔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안나는 거릴 것 없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회사 건물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야외 주차장엔 제법 많은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었고 그 중에 간부들만 주차 할 수 있는 특별석에 차이링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곳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가니 이미 운전석에 타고 대기하고 있던 차이링이 기분 좋게 안나를 맞아주었다.

“타요.”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자 안나가 말없이 차량에 올라탔다.

“그이는요?”

차이링이 이만석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잠깐 회장 만나러 간다고 올라갔어.”

그러자 안나가 무심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래요?”

딱딱한 안나의 음성에도 기분 좋게 웃음을 지으며 받아준 차이링이 시동을 켰다.

“그럼 약속장소로 곧장 달려 갈 테니까 안전벨트 매요.”

안나는 말없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차량을 후진하여 빼낸 그녀가 유유히 주차장을 나섰다.

도로에 들어선 차량이 약속장소를 향해 달려가면서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애기는 나오지 않았다. 잔잔하게 나오는 음악만이 적막감을 물리칠 뿐이었다. 그렇게 약 3분여의 시간이 흘렀을 때 차이링이 안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여기 생활은 어때요. 지낼 만 해요?”

안나가 이곳에 온지도 벌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쁘진 않아.”

지내는데 나쁠건 없었다.

“나쁘진 않다니 다행이군요.”

그렇게 짧은 대화가 지나가고 다시 대화가 끊겼다. 하지만 차이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안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아직도 나에게 악감정 남은 거 아니죠?”

“......”

“가지고 있다면 풀어요. 지금은 저도 좋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어.”

“그런 감정 자체가 없었다는 말인가요?”

의외라는 듯 물음을 던져 오는 차이링의 향해 안나가 다시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위험인물로 보았을 뿐이지.”

“위험인물이라... 전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은 없어.”

“그건 나보다 안나씨가 더 어울리는 말 같은데.”

“......”

“겉으로는 차갑고 냉기를 풍기고 있지만 속으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죠. 기분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언제나 한결 같은 표정이니 누가 알겠어요?”

“연기를 하는 것 보다는 나아.”

순간 차이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전 연기를 하는 게 아니랍니다. 정말로 기분 좋으면 웃고 슬프면 눈물도 흘려요. 보기보다 여린 여자거든요.”

“한 가지는 나도 인정하고 있어.”

“인정이요? 뭘 인정한다는 걸까?”

“당신이 나와 비슷한 부류라는 것.”

“어머? 그러면 우리 공통점이 있는 거네요? 기분 좋아라~”

놀란 척 기뻐하는 차이링의 행동을 안나가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둘이 있게 돼서 하는 말인데 안나씨는 그이를 어떻게 생각해요?”

“별 생각 없어.”

“정말로 아무 생각 없어요?”

“전에도 말 했지만 별다른 생각 없어.”

“흐음... 내가 잘 못 본건가?”

“......”

“전 안나씨가 그이에게 관심이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도발적인 발언을 내뱉는 차이링의 말에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안나가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내가 보기엔 안나씨는 누군가의 수행비서로써 따라다닐 그런 여자로는 보이지 않거든요.”

“......”

“CIA를 나왔다는 거 알고 있어요. 하지만 거기서 나온 것도 좋은 이유로 나온 것 같지도 않은데 다시 누군가에게 구속을 받고 싶어 할까요?”

“날 함부로 평가 내리지마.”

“안나씨가 그랬잖아요. 날 보고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고.”

횡단보도 앞에서 천천히 속력을 줄이고 멈춰선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위험한 여자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나에 대해서 알아보고 판단을 내렸다는 건데 저 또한 다르지 않거든요. 그렇게 CIA를 벗어난 안나씨 처럼 또 다른 단체나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생활을 한다는 건, 저라도 원치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남은 게 서민준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나.”

“물론이에요. 그것도 수행비서로써 그이 옆에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다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안나양은 스스로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래요.”

안나는 차이링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관심으로만 두면 이만석에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고 충분히 흥미를 끌 만한 그런 존재였다. 차이링은 모르겠지만 안나는 이만석 덕분에 엔더슨을 처리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와 계약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대가로 자신의 몸이라도 원하면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고 대신 계약을 원했다.

안나는 이만석의 수행비서가 왜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 일 때문이라고 스스로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단지 그 뿐일까.’

하지만 안나는 최근에 들어 자신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사색에 자주 잠긴다는 것과 이만석의 말에 별다른 거부 없이 응해주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어제만 해도 차이링이 안나와 함께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 이만석은 그러라 했고 안나는 그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말로 그게 전부인 것일까.

순전히 그의 수행비서로써 있으며 계약 때문이라 치부했지만 사실 깊이 생각해보면 그게 다는 아니라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확신을 내릴 수 없지만 안나는 차이링이 말한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나 아가씨가 오셨다고?”

“예, 점장님.”

연락을 받고 중앙 통제실로 들어선 세진백화점 강남지점을 맡고 있는 조성식 지점장은 CCTV 화면 속에 나타난 지나와 하란이, 그리고 차이링과 안나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같이 왔던 여자들이잖아.’

조성식은 지나와 함께 온 여인들이 저번에도 같이 온 그녀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절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보통사이가 아닌 모양이군.’

지나와 함께 어울릴 정도면 보통 집안의 여식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함께 나타난 것을 보고 친한 사인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이번엔 새로운 여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네.’

헌데 저번에 보지 못 했던 여성 한 명이 더 있었다.

‘서양인?’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니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예쁜데?’

얼굴은 뭔가 무표정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처음 든 생각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외모를 하고 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나같이 전부다 미녀들이구만.’

지나를 포함해서 그녀들 모두 정말로 외모 하나는 끝내줬다.

“내가 능력만 되면 어떻게 해볼 텐데 참 아쉽네...”

“아서라... 저 정도 미모면 이미 남자들은 쌔고 쌨을 걸.”

“하긴... 그렇겠지?”

이미 CCTV앞엔 남자 직원들이 몰려서 다 화면 속을 지켜보며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조성식역시 미모를 감상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서둘러 무전을 때리곤 자신도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수영복 말고 다른 것은 살 거 없어요?”

“글쎄~ 보고 괜찮은 옷 있으면 그것도 같이 보지 뭐.”

잠시후 엘리베이터 도착 음이 울리고 문이 열리자 지나를 포함해 네 명의 여인들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려섰다.

여성복 매장이 주를 이루는 층에서 내리는 그녀들이 얼마 걸음을 옮기지 않아 곧 이쪽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양복을 정갈하고 깔끔하게 입은 중년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그간 잘 계셨어요?”

“물론이지요. 그보다 오늘은 몇 명을 붙여주면 될지...”

“오늘은 됐어요. 소소하게 쇼핑을 할 거니까.”

“예, 예... 알게습니다.”

“나중에 필요 한 거 있으면 전화 드릴 테니까 우리 쪽은 신경 안 쓰셔도 되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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