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3화 〉 593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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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의 허락이 떨어지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일 쇼핑하는 걸로 결정!”
안나는 자기는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는 모습에 화를 내기도 하련만 그런 것 없이 차만 마시고 있었다.
아마도 이만석이 그러라고 했으니 고용된 입장으로 순순히 따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간다고 해서 크게 나쁠것도 없었고 거부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이렇게해서 같이 가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지게 되었다.
“자자~! 다들 성공적인 콘서트를 축하하며 건배~!”
맥주잔을 높이 들어 외치는 수찬의 말에 함께 고생했던 소속사 직원들을 포함해 로즈걸스 멤버들까지 모두 건배를 외쳤다.
야외 호프집을 빌려 가지는 축하 자리였는데 20명이 넘는 인원이 자리에 함께하니 사람이 많지도, 그렇다고 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큰 호프집을 빌릴 필요도 없어 적당한 크기의 가게를 하루 동안 계약을 해서 빌린 것이다.
물론 사장은 30대 후반의 젊은 사람으로 로즈걸스 팬이어서 흥 쾌히 응해주었고 사진도 한 장 찍어 주어다.
비록 4300명이었지만 오랜만에 국내에서 가지는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치루어 진대다 이건 앞서 3만 명, 5만 명의 많은 인원들을 수용하는 콘서트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여서 아주 바람직한 결과라 할 수가 있었다.
국내에서 가지는 콘서트인만큼 당연히 더 신경이 쓰이고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여기저기서 따라주는 맥주를 마시면서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다보니 취기가 절로 오르고 흥도 나는 것 같았다.
“난 술이 별로 맞지가 않나봐.”
500CC 한 잔을 겨우 마시고 두 잔째는 두어 모금 채 먹지 않은 세린의 말에 리나가 붉으스럼 한 얼굴로 웃음을 지었다.
“마시다 보면 느는 게 술이야. 소주는 못 먹어도 맥주정도는 그래도 먹을 줄 알아야 하지 않아?”
“술은 적당히 마셔야 좋은 거지 억지로 먹으면 안 좋아.”
“그러는 넌 벌써 500cc 세잔 째잖아.”
"세잔이면 적게 먹은 거지 뭐.“
리나의 말에 희라가 웃음을 지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을 하자 유진이 제이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많이 마신 거라면 제이니 언니가 대박이지. 벌써 다섯 잔째잖아.”
“소주도 아닌데 이걸로 안 취해.”
“이미 좀 취한 거 같은데?”
“그건 언니 생각이고.”
그렇게 말한 제이니가 남은 맥주를 담 번에 벌 컥이며 잔을 비워버렸다.
그러고는 옆에 벨을 누르자, 가득 담겨 있는 생맥주 500cc 한잔이 또 배달되어왔다.
“언니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세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 보지만 제이니는 손을 휘저으며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같은 날 맛나게 먹어줘야지 빼는 거 아니야. 안 그래 매니저 오빠?”
기분 좋게 노래 한 곡을 뽑으며 맥주잔을 들고 지나쳐 걸어가던 수찬이 제이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희들도 오늘은 맘 놓고 즐겨. 다음 주부터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오늘 푹 먹고 숙소 가서도 푹 쉬어.”
“봤지? 오빠가 즐기라잖아.”
그러고는 술을 다시 들이키며 마시는데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너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어?”
희라가 그런 제이니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물론 어제 콘서트가 잘 돼서 좋기는 하겠지만 저렇게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은 좀 과해 보였던 것이다.
“일은 무슨 오늘 하루 종일 숙소에 있었잖아.”
좋은 일이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 제이니의 말대로 낮에는 숙소에서 푹 쉬었다. 딱히 일이라고 있을 건덕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계속해서 실실 웃어?”
“그냥 이런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 거지 다른 건 없어.”
의구심을 표하는 희라와 다르게 리나와 세린은 제이니가 왜 저렇게 웃음을 짓는지 다 알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줘서 그래.’
‘민준오빠 때문이야.’
자신이 바라던 것을 얻었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맞다 언니들 인터넷 봤어요?”
“인터넷은 왜?”
“오늘 하루 종일 화제였잖아요.”
“우리 콘서트가?”
“연관이 없는 건 아닌데 그게 주된 일은 아니 예요.”
“그럼?”
“이거 봐요.”
유진이 폰을 꺼내더니 검색을 해서 이미지 창에 들어갔다.
거기엔 콘서트 남신이라느니, 얼짱 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 라는 등 여러 말들이 붙어서 같은 사진이나 비슷한 사진들이 떴다.
“이건 그 사람이잖아?”
“진짜네?”
“사람들이 찍어서 올린거야?”
리나를 포함해 제이니, 그리고 희라 까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린 또한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 절로 입이 벌어져 있었다.
“이게 지금 장난이 아니에요. 수찬 오빠가 데려간 것 때문에 이제 곧 연예계에 데뷔하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여러 말들이 나돌고 있어요.”
“콘서트장에 오면서 사람들이 폰으로 많이 찍었나보네.”
“주변에 몰려 있는 거 봐.”
“하긴 이렇게 잘생겼는데 누가 처다 보지 않겠어?”
“역시 대단하네.”
“진짜 데뷔하면 포텐 제대로 터질 텐데.”
“그러게 진짜 아깝다.”
희라는 물론이고 유진까지 콘서트 장으로 향하는 이만석의 사진을 보면서 저마다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가 연락 했다는 걸 알면 진짜 놀라겠지?’
제이니는 희라와 유진의 반응을 보면서 속으로 이만석을 떠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리나는 대도록이면 당분간 연락은 참으로 했지만 제이니는 그러지 않고 문자를 보냈었던 것이다.
다행이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문자를 받아주어서 안도했었다.
‘나중에 문자 다시 한다고 했는데 지금 해봐?’
샤워하러 간다는 말에 나중에 문자하겠다는 얘기를 해놓고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만석의 사진을 보니 더욱더 그에게 연락이 하고 싶은 제이니였다.
‘진짜 잘생겼다. 어떻게 이렇게 잘생길 수가 있을까.’
유진의 폰에 떠 있는 이만석의 사진은 그 어떤 남자보다도 멋있어 보이는 제이니였다.
그런 제이니의 모습을 세린은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폰 번호를 넘겨주었으니 분명히 연락을 할 텐데 과연 이만석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했다. 차갑게 거절을 할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달래줄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심적으로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민준오빠와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니까...’
크게 보면 자신 또한 제이니보다 한 발, 세 발 정도 앞서 있을 뿐이지 이만석과 사귀거나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물론 이만석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처음을 주었으니 특별한 사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건 자신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여러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세린이었다.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그래도 500cc한 잔은 다 먹었다고 조금은 취기가 오른 세린이었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500cc한잔이면 많이 마신 거나 다름없었다.
‘민준오빠 보고 싶다...’
조금 술기운이 돌아서 그런지, 아니면 폰으로 사진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이만석의 생각이 유독 더 나는 세린이었다.
‘많이 복잡한가 보지?’
리나는 제이니가 저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세린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며 관찰을 했다
이만석에게 연락을 해서 해결하겠다고 한 것은 세린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까지 안정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별 수 있겠어? 네가 선택한 사랑인데.’
리나는 분명히 세린에게 포기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세린은 그렇지 않았고 자신 마음이 가는대로 사랑을 택했던 것이다.
심정이 복잡하고 힘들겠지만 자신이 택했으니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나타나야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만석이라는 인물이 나타나 로즈걸스 전체를 뒤흔든 일들을 떠올리며 리나는 이 사람이 확실히 매력적인 남자라는 것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인기도 얻고 3년차에 접어든 로즈걸스를 생각하면 여러 잘생긴 연예인들을 많이 만났지만 세린도 그렇고 애들이 이렇게 관심을 드러내거나 마음을 표한 적은 없었다.
‘확실히 매력 있는 남자야.’
세린이나 제이니, 그리고 아쉬워하는 희라나 유진을 보고 있으면 이만석이 남자로써 참으로 분위기도 그렇고 묘하게 마음을 끌어들이는 그런 매력을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나의 시선이 다시금 스마트 폰 사진속의 이만석에게로 향했다.
다음날 안나는 12시 정오가 지난 후 이만석과 헤어졌다.
어제 말했던 대로 쇼핑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시간에 맞춰 이만석이 주차장으로 안나를 내려 보냈던 것이다.
‘아.. 되게 긴장되네.’
10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가 묘한 적막감을 감싸며 맴돌고 있었다.
안나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더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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