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92화 (592/812)

〈 592화 〉 592화 여름

* * *

입안에 들어온 음식들을 꾸역꾸역 씹어서 먹다보니 부피가 줄어들었고 드디어 모두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큼지막하게 싼 것인지 다 씹어 먹는데 30초 이상이 걸렸다. 보통은 밥 한 숟갈을 떠먹어도 1분 이상을 씹어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만석은 그렇지가 않았으니 30초면 오래 씹어 먹은 거다.

“쌈을 크게 싼 거 아니야?”

당연히 쌈크기에 대해서 말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왜? 이 정도는 먹어야지. 우리 자기 그래야 힘낼 거 아니야.”

능청스럽게 넘어가는 차이링을 보면서 이만석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 자.”

그때 이번엔 하란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보니 쌈을 싸서 이쪽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이링에 이어 이번엔 하란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언니 꺼도 먹었으니 내 꺼도 받아먹어주겠지?”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하란이의 말대로 받아먹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허나 중요한 것은 차이링이 주었던 것보다 크기가 조금 더 커 보인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차이링이 주었던 것보다 크기가컸다.

“어머? 그게 자기 입에 다 들어 갈 것이라 생각해?”

차이링이 내숭을 부리듯 놀란척 말했다.

“아까보니까 충분히 들어가던데요.”

“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싸줬으니까 그렇지.”

“나도 먹기 좋은 크기에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오빠 받아먹을 수 있지?”

믿음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하란이의 시선에 이만석은 발 멸 없이 입을 벌려주었다.

여기서 거절을 한다면 보나마나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리아니에요. 오빠는 충분히 먹을 수 있어요.”

그러고는 이만석의 입으로 정성껏(?) 밀어 넣어 주었다.

차이링 보다 고기가 두 점이 더 들어간 것인지 반이 들어가기도 전에 입안이 빵빵하게 볼이 부풀었다.

그러함에도 우걱우걱 씹어서 삼키는 이만석의 입에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큰 쌈이 다 들어가기 시작했다.

“봐요~! 오빠 잘 먹잖아요.”

“우리 자기 알고 보니 배려심도 깊네?”

“배려 아니거든요? 그치 오빠?”

입안에 음식이 많아 말도 못 할 지경인데 배려니 뭐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가득 들어차 있는 쌈을 씸어 먹으면서 이만석은 이번엔 50초동안 꾹꾹 눌러 씹어서 삼키어야 했다.

“하아...”

물 컵을 들어 반잔을 삼킨 이만석이 숨을 크게 골랐다.

입에 음식물이 가득 차니 숨 시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민준씨.”

그때 이번엔 지나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음성이 귀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거기엔 족히 차이링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위협적인 쌈이 눈앞에 있었다.

“그건 좀 크다고 생각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도 확실히 커.”

하란이는 자신이 싼 쌈보다 반배 정도 큰 모습에, 차이링은 두 배나 되는 크기의 위협적인 기세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민준씨 괜찮죠?”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지나의 두 눈에도 하란이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깊은 신뢰와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앞으로 삼겹살을 먹을 땐 말해야겠어.’

마음은 그렇게 먹었어도 지금은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주십시오.”

크기와 상관없이 받아먹어야 할 것 같았다.

“자, 아 하세요~!”

생긋 웃음을 지은 지나가 이만석의 입으로 자신이 싼 삼겹살 쌈을 먹여주었다. 삼분의 1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만석은 경험을 바탕으로 입안으로 들어오는 쌈을 꾸역꾸역 잘도 씹어서 삼켜먹었다. 그렇게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이만석인 지나가 건네준 쌈을 다 씹어서 삼킬 수가 있었다.

“이젠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다들 식사해.”

더 이상 받아먹지 않겠다는 듯 말한 이만석이 스스로 고기 한 점 올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쌈을 싸서 입안에 밀어 넣었다.

만약 안나까지 갔으면 쌈 크기가 어느 정도로 되었을지 생각 하고 싶지가 않았다. 다행이 안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조용히 식사에만 매진하고 있을 분이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언제나 처럼 차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을 가지는 이만석은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주말에 시간 비워놔.”

“주말에?”

“응.”

“갑자기 주말엔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주말엔 왜요?”

갑자기 시간을 비워 놓으라는 이만석의 물음에 그녀들이 모두 궁금증을 드러내며 물음을 던졌다. 최근에 이렇게 시간을 비워놓으라고 한 적이 없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이고 하니까 1박2일로 바람 쐬러 다녀오려고 그래.”

“바람 쐬러면 놀러가자는 얘기야?”

“그렇지.”

“어머? 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데?”

“그러게요. 무슨 생각인거예요?”

차이링도 그렇고 지나도 이만석이 1박2일로 휴가를 다녀오자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이만석이 그녀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놀러가자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집트에서 돌아오고 난 후로 내내 집에만 있었으니까. 이제 8월인데 바다나 계곡에 한 번 다녀와야지. 지나씨는 싫습니까?”

이만석은 먼저 지나에게 어떤지 물었다.

“그럴리가요. 전 대찬성이에요!”

“차이링은?”

“그걸 물어볼 필요가 있겠어? 당연히 오케이지.”

“하란이 넌?”

“나도 좋아.”

“안나에게는 낮에 말했으니까 됐고. 그럼 다 찬성한 거다.”

“1박2일이라고 하지만 다 같이 가는 건 처음이네요?”

“그러게. 가족여행 쯤으로 보면 되러나?”

“생각지도 않은 여행이라 기대가 되네요?”

여름이고 여행한 번 다녀오자는 말로 저렇게 들뜨는 그녀들을 보면서 이만석을 얘기를 꺼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에서 돌아오고 난 뒤로 주로 집에서만 생활을 했으니 밖으로 나간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8월 달도 되고 했으니 이럴 때 한 번쯤은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빠 어디에 갈 생각이야?”

장소가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얘기를 꺼냈다면 생각해둔 곳이 있나요?”

“별장에 갈 생각이야.”

“별장? 오빠 별장도 있었어?”

“저도 처음 듣는 소리네요?”

하란이는 물론이고 지나도 이만석에게 별장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펜션이나 그런 곳에 미리 예약해 둔 곳이 있나 싶어 물어보았는데 별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니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별장이 아니야. 회장님이 쓰라고 키를 넘겨받아서 한 번씩 가는 곳이지.”

“화장님이라면 정인철 회장님?”

“그래.”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표정을 지었다.

“민준씨 그 별장에 가본 적 있겠네요?”

“있습니다.”

“혼자서 갔을 리는 없고 누구랑 간 거예요?”

하란이도 모르고 자신도 가지 않았으니 별장에 누구와 갔을지 궁금해 바로 물음을 던졌다.

“누구와 갔긴 나하고 갔지~”

그러자 대답은 이만석이 아닌 차이링 에게서 들려왔다.

“언니하고 갔다고요?”

“그럼~ 가평의 산속에 자리한 별장인데 얼마나 공기도 좋고 물도 맑은지 몰라. 조용히 오붓하게 휴식을 즐기며 휴가보내기 좋은 곳이야.”

“언제 다녀온 거예요? 작년에 갔던 건가요?”

“당연히 작년에 다녀왔지. 사실 거기서 그이와 내가 사랑을 꽃피웠던 거 아니겠어?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네?”

수줍은 소녀처럼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차이링의 행동을 보면서 지나는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다른 곳 말고 거기로 가요.”

“나도 지나씨 말에 찬성이에요.”

“어머? 너희들 갑자기 왜 그렇게 적극적이니?”

“별장이 있다는데 다른 곳에 갈 필요 없잖아. 안 그래요 하란씨?”

“맞아요. 언니가 좋다고 하니까 거기 가면 되겠네요.”

죽이 척척 잘 맞는 하란이와 지나를 바라보던 차이링이 입 고리를 말아 올렸다.

“너희들 혹시 거기가 그이와 나의 둘 만의 추억의 장소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 그런 거지.”

“그런거 아니야.”

“맞아요.”

“흐응~ 맞는 거 같은데?”

“그런 걸로 질투하지 않아.”

“아무리 그래도 여자 친구는 나인데 그런 걸로 질투 할 리가 없잖아요 언니.”

이만석은 그녀들의 기 싸움을 차 한 모금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이젠 이런 모습도 참으로 정감가게 보이는 이만석인 것이다.

“옆에 계곡도 있으니까 물놀이도 할 수 있을 거야.”

“주말에 가면 내일 모레네?”

“내일 하루는 바빠지겠는 걸.”

“수영복 준비해야 하려나?”

“언니 수영복 가져가려고요?”

“내일 하나 살까 고민 중이야. 너희들도 같이 살래?”

“하나 있기는 하지만... 이왕 가는 거 새거 하나 사가는 것도 괜찮겠지?”

“그럼 그렇게 해요.”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양도 같이 가도록해요.”

“난 괜찮아.”

“이왕 가는 김에 하나 사요. 자기 괜찮지?”

“그러도록 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