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0화 〉 590화 과거와 미래
* * *
“어, 언니... 갑자기 왜 이래?”
“나 지금 아주 좋은 일 생겼다!”
“좋은 일?”
“그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풀어낸 제이니가 자신의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장금을 해제하고 전화번호 저장으로 이동해 번호 하나를 띄어서 앞으로 당당하게 내밀었다.
“이게 뭘~까요?”
얼굴 앞에 폰을 들이미는 모습에 세린이 이채를 띤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 사람이야?”
당연히 세린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척 제이니에게 물어보았다.
“딩동댕!”
폰엔 나의 왕자님이라는 이름으로 저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도 저렇게 저장 안했는데.’
나의 왕자님이라니 참으로 노골적인 저장이름이었다.
“리나 언니가 글쎄 물어봐 주었다는 거 있지? 그래서 이렇게 번호가 내 손에 들어왔지롱!”
“그렇구나...”
“아~ 역시 사람은 포기하지 말고 노력을 해야 한다니까? 내가 만약 희라 언니처럼 포기를 했다면 이것도 못 따냈을 거야.”
“희라 언니 일어났어?”
“응. 너한테 가다가 만났다. 내가 리나 언니방에 다녀왔다고 하니까 한 숨을 내쉬는 거야. 상당히 아쉬워하는 것 같던데 아무리 봐도 포기 했다고 봐야겠지?”
그렇게 말한 제이니가 침대위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발라당 누웠다.
“리나 언니가 바로 연락하지 마라던데. 고민 되네.”
행복에 겨워 죽는 제이니를 보면서 세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마음은 복잡한데다 한 편으로는 제이니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해서 그런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폰을 바라보던 제이니가 다시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키더니 세린을 바라보았다.
“넌 어떻게 생각해?”
그리곤 싱글벙글한 얼굴로 세린에게 물어보았다.
“응?”
“문자라도 한 번 보내 볼까?”
“그, 글쎄...”
“리나 언니는 문자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손이 근질거려 미치겠어. 안부정도는 괜찮지 않나? 아 고민된다.”
좋아죽는 제이니를 향해 세린은 자신이 리나언니에게 번호를 알려 주었다는 얘기를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됐지?”
담배를 다 피우고 창 밖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한 달 넘었어.”
“벌써 그렇게 됐나.”
능숙하게 분해했던 권총의 손질을 끝내고 다시 조립을 하고 있는 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시간이 좀 흘렀나 싶었는데 벌써 한달이 흘렀을 줄은 몰랐다.
“다음주에 가기 전에 바람이나 쐬러가는 거 어때.”
“바람?”
“기분 전환 겸 가볍게 놀러 다녀오자고. 여름이니까.”
“둘이서?”
“아니, 그녀들도 함께.”
안나의 물음에 답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둘이서 가고 싶어?”
“물어 본거야.”
“나 하고 둘이서 여행가고 싶다면 말만한 1박2일로 날 잡아서 함께 가줄 테니까.”
“나 여행하는 거 안 좋아해.”
하나의 총기 조립을 끝내고 남은 하나마저 조립하기 시작한 안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모든 총기 조립이 끝난 후 안나가 총기 보관함 조심히 저격총을 넣어 놓고는 그대로 뚜껑을 닫고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는 수입도구도 정리를 끝낸 후 넣어 두고 자크를 잠근 후 그 위에 권총 두 자루를 얹어 놓았다.
“끝났어?”
“어.”
짧은 그녀의 대답에 이만석은 마나의 고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공중에 떠오른 가방과 권총 두 자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공간의 틈으로 사라지듯 빨려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 이제 나가도록하지.”
이만석이 문으로 향하자 안나도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모하메드에서 온 투자고문을 만나고 원스타에도 들리며 바쁘게 하루 일정을 보낸 이만석이 그렇게 안나와 함께 집으로 향한 것은 저녁 5시가 조금 넘은 뒤였다.
이만석을 보필하며 따라 다니는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길 부담스러워 했는데 외모는 아름다웠지만 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엔 여자 보디가드인가 싶었던 이들은 나중에 가서 수행비서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워했다.
분위기는 비서라기 보단 경호원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의 외모를 보고 다들 시선을 떼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외모가 아름다우니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하란이가 먼저 와 있었는지 이만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와 오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다시 말을 걸었다.
“오빠 인터넷 봤어?”
“왜?”
“보면 놀랄 걸.”
“놀라다니 뭐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지는 이만석을 향해 하란이 폰을 꺼내 들더니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 순위를 보여주었다.
“이건 갑자기 왜 보여주는거야?”
이만석이 의아해하며 물어보았다.
“여기 순위 1위에 적혀 있는 거 바봐.”
하란이 알려주는 대로 이만석은 검색 순위 1위를 바라보았다. 거기엔 콘서트 남신이라 적혀 있었고, 그 밑엔 올림픽 홀 길거리 캐스팅 등 두 개가 나란히 1, 2위로 올라가 있었다.
“콘서트 남신. 이라고 적혀 있는 거 이게 뭔 줄 알아?”
“글세.”
“잘 봐.”
두루뭉술한 대답을 남기는 이만석을 놔두고 하란이 갑자기 검색을 했다.
그러고는 이미지 페이지로 향하는데 거기엔 떡하니 걸음을 옮기는 한 명의 남자 사진이 찍혀 있었다.
사진에 나와있는 남자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나네.”
“그래~! 오빠야!”
걸음을 옮기는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만석이었다.
“오빠 콘서트에서 사람들이 몰렸었다며? 거기서 오빠 사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거잖아.”
하란이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sns등 다른 페이지도 보여주는 데 거기에도 이만석은 화제의 인물로 떠올라 있었다.
좋아요 숫자도 아주 폭발적으로 올라가 있었는데 밑에 적혀 있는 댓글엔 이 사람 누구냐는 등 여러 말들이 많이 적혀있었고 대체적으로 잘생겼다느니, 진짜 남신이라느니 하는 등의 말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적혀있는 글들만 봐도 어떠한 상황인지 알만했다.
“한 순간에 오빠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어.”
“귀찮게 됐네.”
“오빠 기분별로야?”
좋아하는 것이 아닌 반대로 귀찮게 됐다는 말을 하는 이만석을 보며 하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인기가 많아지면 좋아하는게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만석도 그럴거라 생각하고 하란이가 알려준 것이었지만 반대로 귀찮게 됐다며 난처해 하는 모습에 의문을 표했다.
“얼굴이 알려지면 거리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어 지잖아.”
그러자 이만석이 왜 그런지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오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지?”
“응.”
“하지만 별 수 없어. 이미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날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더니 그걸 sns에 올리고 인터넷에 올린 것 같았다.
물론 그런다고 뉴스나 신문에 기사가 실리지는 않아 방송을 타고 이목을 끌지 않는 한 오래가지 않겠지만 그래도 얼굴이 좀 알려지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나씨도 잠깐 볼래요?”
뒤에서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안나를 향해 하란이 찍혀 있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 잘 나왔죠?”
“......”
그녀는 대답이 없었지만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그렇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확실히 사진 속에 이만석은 정장차림에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마치 하나의 화보를 보는 듯 표정과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오빠 샤워 할 거지?”
“응.”
“그럼 물 받아줄게.”
그렇게 안방으로 향해 옷을 갈아입는 사이 이만석은 하란이 보여준 사진을 떠올렸다.
‘확실히 사진 빨은 잘 받네.’
하란이가 보여주었던 사진속의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 보아도 잘 나왔다고 생각 될 정도였다. 아마도 찍은 사진들 중에 잘 나온 것을 올렸을 게 뻔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물론 그렇게 얼굴 팔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이다.
위이잉!
그때 폰이 진동을 하며 울렸다. 확인을 해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자기 먹고="" 싶은="" 거="" 없어?=""/>
보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차이링이었는데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마트를 들린 것 같았다.
<아무거나 괜찮아.=""/>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있는데 다시 진동을 하며 폰이 울렸다.
<그런 대답="" 말고~!="" 먹고="" 싶은="" 거="" 구체적으로="" 적어봐="" 사갈테니까아~!="" 알았죠?=""/>
살짝 애교가 묻어나는 그녀의 문자를 확인한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짓고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
<삼겹살./>
<알았어. 그럼="" 상추하고="" 고추도="" 같이="" 사갈게.=""/>
마지막 문자를 확인하고 다시 옷을 갈아입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폰이 울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