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6화 〉 586화 과거와 미래
* * *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리나가 물러난 후 세린은 혼자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제이니가 저렇게 마음을 먹은 것은 세린의 말이 일부 영향을 끼쳤을 것은 확실해 보였다. 물론 세린이 그렇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포기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 말이 용기를 복 돋아 준 것만은 확실했다.
“일이 참 복잡하게 됐네...”
이미 잠은 다 달아나고 없었다.
혼자서 고민한다고 해결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 결국에는 리나에게 말 했던 대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얘기를 나누어보니 상황이 참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물론 제이니가 이만석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세린은 그렇게 큰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충격 이라면 이만석이 이미 다른 여자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라면 충격적인 일이지 그것에 비하면 이건 그렇게 큰 건은 아니었다.
다만 제이니가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언니이자 걸 그룹의 멤버라는 것이다.
그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지 양다리네 뭐네 하는 것은 이미 이만석이 살고 있는 저택에 가서 보고난 뒤로 머릿속에서 그런 것들은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다른 여자들과 만나고 있는 것을 알고서도 이러고 있는 자신도 평범한 사랑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문자를 보내야겠어.’
시간을 보니 일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바쁜데 전화를 하는 것은 실례여서 세린은 일단 문자를 통해 이만석에게 연락을 보냈다.
시간이 나면 할 얘기가 있으니 전화 한통화만 달라고 그렇게 문자를 적어서 보냈다.
“확실히 민준 오빠가 잘나긴 잘났구나.”
유진이나 다른 언니들까지 그렇게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것을 보면 세린은 이만석이 참으로 매력 있고 잘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니 언니가 저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하는 건 처음보았다.
정인철 회장을 만나고 밖으로 나와 걸음을 옮기던 이만석은 자신의 폰에 문자가 온 것을 보고 확인을 했다.
‘세린이군.’
문자를 보낸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세린이라는 것을 알았고 내용을 보니 할 말이 있으니 시간이 나면 전화 한 통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얘기는 끝났으니.’
때마침 정인철 회장과 대화도 끝나고 나서는 길이어서 시간이 없지 않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여직원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한 이만석이 엘리베이터에 올라 버튼을 누르고는 세린에게 전화를 걸어다.
그렇게 잠시간의 통화음이 가다 곧 세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전화 주셨네요?]
“때마침 시간이 나서 전화 한 거야.”
[그럼 지금 잠깐만 대화 나눌 수 있어요?]
“충분히 할 수 있지.”
이만석은 아침부터 문자를 다 하면서 하고 싶다는 얘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오빠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문자를 보냈어요.]
“어떤 얘기지?”
잠시 뜸을 들이는 듯 하던 세린이 천천히 리나와 나누었던 얘기를 이만석에게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 음을 알렸고 밖으로 내려선 이만석이 다시 걸음을 옮겨 자판기가 세워져 있는 창가로 향했다.
동전을 넣어 커피 한 잔을 뽑으면서 이만석은 계속해서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된 거예요.]
“걱정이 많이 되나보군.”
[네, 리나 언니가 안 된다고 했는데도 그러면 스스로 찾겠다고 제이니 언니가 말했으니까요.]
어제 밤 대기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제이니의 시선이 심상치가 않았는데 확실히 잘 못 본 것이 아니었다.
맘을 터놓을 수 있는 오빠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사심이 가득한 눈동자로 대놓고 발산하며 쳐다보았던 것이다.
그걸 보고도 이만석이 모른다면 그건 둔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자판기에서 커피 잔을 꺼내든 이만석이 창가로 걸어가 한 모금 마셨다.
“리나에게 말해서 알려주라고 해.”
[알려주라고 하라고요?]
폰 넘어 에서 세린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석이 이렇게 말 할 줄은 세린도 몰랐던 것 같았다.
“스스로 찾겠다고 했다면서.”
[네.]
“그렇게 놔뒀다가 나중에 일이라도 생기는 것 보다 이게 더 나을 거야.”
[오빠 괜찮아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별 수 있나. 걱정하지 마.”
[네...]
이만석의 차분한 말에 세린이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그의 차분한 음성이 마음에 안정감과 믿음을 주었던 듯 했다.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이만석이 말을 이었다.
“리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이지?”
[숨겨서 죄송해요.]
“미안 할 것 없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니까. 아무튼 알려주라고 해. 혼자 찾아보겠다고 하다 일이 생기면 그룹에도 큰일이잖아.”
[그럴게요.]
“집인가?”
[네, 어제 콘서트라서 오늘 쉬어요.]
“그래... 푹 쉬어.”
[혹시 지금 회사에 출근 하신 거예요?]
“맞아.”
[네, 오빠도 수고하세요.]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다시 차를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나씨가 하는 얘기를 듣고 그럴 거라 생각은 했는데 정말이었군.’
이만석은 콘서트 전날 지나가 했던 얘기를 듣고 그게 사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린을 보면 혼자서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히 조력자가 필요 할 테고 리나가 이해만 해준다면 리더인데다 충분히 세린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제이니라...’
다섯 명의 멤버들 중에 제일 육감적은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사실 제이니 하면 몸매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다.
‘대화 좀 나누는 건 상관없겠지.’
사귀는 건 아니라도 가볍게 만난 여자들은 여러 명 있었으니 이만석은 별다르게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여자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더 이상 울타리 안으로 끌어 들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가볍게 인연을 이어가는 것 정도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남은 커피를 단 번에 비워버린 이만석이 종이컵을 구겨서 버리곤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이해해줘서 다행이야.”
전화 통화를 끝낸 세린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이만석이 이일로 인해 언짢아했다면 내심 마음에 크게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을 하는 것도 모자라 전화번호를 알려주라는 얘기를 했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놀랐다.
저 말의 뜻을 보자면 돌려서 볼 것도 없이 한 번 마주해서 얘기해 보겠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만석에게 괜히 귀찮은 일을 떠안게 만든 것 같아 세린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콘서트에 오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후회한 들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린은 이만석을 콘서트에 초대한 것에 대해서 사실 후회하지 않는다.
‘리나언니에게 말해야겠어.’
자리에서 일어난 세린이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
자기 연애도 아닌데 마음고생 하고 있을 리나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손잡이를 잡아 돌려 문을 여는 순간 세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다.
“어디가?”
문 앞엔 생각지도 못한 제이니가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놀랐잖아 언니.”
“마침 노크를 하려고 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뭐야? 많이 놀랐어?”
“응...”
“사실 자고 있으면 그냥 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화장실 가려고?”
“아니, 리나 언니한테.”
“상담할 게 있나 보구나?”
“으, 응...”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세린의 모습에 제이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중요한 일이야? 아니면 잠깐만 대화 좀 나누려고 하는데. 시간 돼?”
“잠깐이라면 괜찮아.”
“그래!”
활짝 웃음을 지은 제이니가 안으로 들어서더니 침대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문 닫고 이리 와.”
손짓을 하며 오라고 하는 제이니의 행동에 세린이 몸을 돌렸다.
“안 그래도 나도 리나 언니 만나고 왔어.”
옆에 몸을 앉히는 세린을 향해 제이니가 얘기를 풀었다.
“언니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세린은 짐짓 모른 척 하며 되물었다.
“응... 어제는 이미 지나라는 여자가 있으니까 포기하라고 했지만 생각을 해보니까 역시 이대로 물러서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오늘 한 번 더 찾아 간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이미 지나에게 그 얘기를 다 들어서 알고 있는 세린이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모르는척하며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알려주지 않더라.”
“그렇구나...”
“하지만 그에 대해선 이미 생각하고 있어서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았어.”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당연하지.”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여준 제이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사람 솔직하게 말하면 진짜 잘생겼잖아.”
“응.”
“그런 외모는 흔하지 않아. 거기다 이집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모델 뺨치는 잘생긴 남자는 더욱 흔하지 않지. 거기다 민준이라는 이름까지 더 하면 확률은 더 좁아져.”
거기까지 말하고 제이니는 세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