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85화 (585/812)

〈 585화 〉 585화 과거와 미래

* * *

“언니, 원래 사랑엔 시간도 없고 나이차도 없는 법이야. 누구를 좋아하는데 꼭 오랫동안 봐야하고 그래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는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사람에게 첫눈에 반했다?”

“정답!”

“너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거지?”

정답이라는 말까지 외치면서 박수를 치는 제이니의 행동에 리나는 순간 가슴에서 뭔가 욱하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경쾌하게 대답하며 박수치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가지고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제이니는 그런 생각으로 저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지는 않았다.

“놀리는 거 아니야. 언니의 말이 맞다는 거지. 그러니까 제발 좀 한 번만 봐주라 응?”

당연히 제이니도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해왔다.

“절대 안 돼.”

“너무해!”

“뭐가 너무해! 내 입장도 생각 해야지!”

끝까지 그러지 않겠다는 리나의 행동에 잠시 동안 처다 보던 제이니가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좋아, 언니가 알려주지 않겠다면 내가 알아 볼 거야.”

“뭐?”

“서민준에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흔하지 않을 거 아니야? 이집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금세 찾아낼 수 있을 거야.”

“너 진짜 이럴래?”

“언니에게 부탁 안 하고 내 스스로 찾는다고 하는데 왜 화를 네? 언니 혹시..”

“혹시 뭐?”

“그 사람에게 언니도 반했지?”

“뭐?”

“사실대로 말해봐. 내말 맞지?”

리나는 제이니의 황당한 발언에 벙 찐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말 못하는 거 보니 맞네!”

황당한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것을 두고 이만석을 좋아해서 찔려 답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한 제이니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나라는 그 언니 때문에 포기한 거지? 그래서 나보고도 포기하라고 그러는 거잖아.”

“너 아주 소설을 써라 응?”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듯 쳐다보는 리나의 시선에도 제이니는 자신의 생각에 더욱더 확신을 가지는 듯 했다.

“언니는 포기 했을지 모르지만 난 그러지 않을 거야. 안 되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지 이대로 물러서는 건 후회만 남을 것 같아.”

제이니의 눈을 보면 아주 확고해 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리나의 마음은 참으로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관심으로 저러한 반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애가 진짜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나보네?’

이렇게 보니 예삿일로 봐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어제 이만석에게 여자가 있다는 듯이 말 했을 때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니 이젠 확실하게 마음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

“나 그럼 가볼게.”

볼일 다 봤다는 듯 문 쪽으로 걸어 나가는 제이니를 바라보던 리나가 다시 불러 멈춰 새웠다.

“잠깐만.”

“물어봐 주려고?”

멈춰 세우자 눈을 빛내며 반사적으로 말하는 모습에 리나가 굳은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뭐야. 그럼 왜 불렀어?”

마음을 고쳐먹었나 싶어 기대했던 제이니는 곧 다시 실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너 정말로 찾아 볼 거야?”

“당연하지~!”

“그 사람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 해도?”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니라며.”

“미우 오빠 생일 축하파티에 같이 갔다면 사귀는 거나 다름없어.”

“진짜 사귀는 것과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다른 거야.”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가버리는 제이니를 보면서 리나는 참으로 난처한 기분을 느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연 리나가 안으로 들어가자 세린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피곤하니 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리나는 그런 세린을 보면서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누구는 마음이 복잡한데 얘는 곤히 잠들어 있네.’

걸음을 옮겨 세린에게 다가간 리나가 살며시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

잠시 뒤척이는 듯 하던 세린을 계속해서 깨우는 리나의 행동에 눈이 살며시 떠졌다.

“리나...언니?”

천천히 눈을 비비며 깨어난 세린을 향해 리나가 입을 열었다.

“너 그렇게 태평하게 자고 있을 때가 아니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심각해 보이는 리나의 음성에 세린이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하암~!”

많이 피곤한지 하품을 하는 세린을 향해 리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그렇게 태평하게 하품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사고라도 난 거야?”

리나의 진지한 얼굴에 세린이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싶어 다시 물음을 던졌다.

“사고라기 보단 일이 피곤해졌어.”

“응?”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린을 보면서 리나는 다시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나도 제대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 했는데 동생 연애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설마 언니가 그러는 게 나 때문인 거야?”

“너 때문이기 보다 일이 좀 안 좋게 풀릴까봐 그게 걱정이라서 그래.”

“혹시 제이니 언니 때문이야?”

“어떻게 알았어?”

자신이 찾아온 이유가 제이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맞추는 세린의 모습에 리나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랬구나.”

마치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리나는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뭐야 그 말은? 설마 두 사람 사이에 뭔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세린이 천천히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 애기를 들을수록 리나의 얼굴 표정은 어이없다는 듯 변했고 결국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들어보니까 제이니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변한 게 결국은 네가 원인이라는 소리잖아.”

한심하다는 듯 세린을 바라보았다.

“으, 응...”

당연히 세린은 난처한 모습을 보이며 눈치를 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제이니가 무엇 때문에 찾아온 것인지 알고 있다면 포기 하게끔 했어야지 나라면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서 리나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속이고 싶지 않았어.”

“그게 뭐가 속이는 거야?”

“난 이미 민준오빠와 만나고 있잖아. 만약이라고 했지만 내 마음에 대해서 거짓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야.”

“그 결과가 어떤 일을 초래 했는지 알아?”

“제이니 언니가 뭐라고 했어?”

“나보고 찾아와서 부탁을 하는거야. 지나 언니에게 전화해서 전화번호 좀 알아봐 줄 수 있냐고?”

“제이니 언니가?”

“그래. 내가 안 된다고 해도 끝까지 매달리는 거 있지?”

“......”

세린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리나는 세린이 말이 없더라도 괜찮다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전화를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러다 의심이라도 사면 어떻게 하겠어? 이상하게 볼 수도 있고. 그래서 끝까지 안 된다고 하니까 제이니가 뭐라는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

“스스로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이름도 알고 이집트에서 사업을 하는데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드무니까 금세 찾을 거라고.”

“제이니 언니가?”

“그렇다니까. 그래서 내가 일이 피곤하게 됐다고 하는 거 잖아.”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바로 행동에 옮길 줄은 몰랐던 세린은 아직도 좀 남아 있던 졸림이 다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떻게 할래? 개인적으로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혹시나 일이 잘 못 되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

심각해진 세린의 얼굴에 리나는 마음이 찹찹해지는 것을 느꼈다.

“네가 그 사람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일이 복잡한데 제이니까지 저러니 참 머리 아프네.”

“미안해 언니.”

“그러게 왜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어. 설사 마음이 그렇다고 해도 그때는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어.”

“그 만큼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진실하다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는 세린의 말에 리나는 더욱더 마음이 답답해졌다.

“일단 알려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저러다 스스로 찾아 나서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야?”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세린이 한 숨을 내쉬는 리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언니.”

“왜? 무슨 대처 방법이라도 생각났어?”

“내가 오빠에게 한 번 말해볼게.”

“오빠라는 그 사람?”

“응.”

“말해서 뭐하려고?”

“제이니 언니가 스스로 찾겠다고 나서면 일이 커지잖아. 그러니까 일단 얘기를 해보려고.”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가서 일이 커지는 것 보다는 낫잖아.”

지금으로썬 말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세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이만석에게 알린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이 편치 않는 리나였다.

“네가 그러고 싶다는 일단 잘 얘기해봐.”

자신의 선에서 제이니를 막는 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리나도 잘 알고 있다. 스스로 찾아보겠다고 나서는 애를 어떻게 말린단 말인가.

‘그 사람도 참 대단하네...’

혼자서 로즈걸스 전체를 들었다 놨다를 하고 있으니 리나로써는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