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1화 〉 581화 과거와 미래
* * *
“무슨 일이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제이니를 보고 세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것이 그냥 온게 아니걸로 보이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자신과 뭔가 대화를 하려고 온것이 분명해보였다.
“잠깐 대화 좀 나누었으면 싶어서.”
역시나 세린의 생각이 맞았다.
“대화?”
곧바로 제이니에게 되물었다.
“응.”
갑자기 대화 좀 나누었으면 한다는 제이니의 말에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 볼 거라도 있는 거야?”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씻으러 가려던 참이면 다음에 해도 돼.“
제이니 말대로 원래는 씻으러 가려고 했으나 잠시 대화를 나누는 정도는 상관없었기에 세린이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옆으로 다가온 제이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 세린이 너 밖에 없다니까~”
옆에 앉은 제이니가 세린의 목을 갑자기 끌어안으며 뺨을 비벼댔다.
“나 답답해. 갑자기 뭐야 언니.”
당연히 세린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네가 귀여워서 그러지.”
달라붙는 제이니를 겨우 떨쳐 낸 세린이 한 숨을 내쉬었다.
“귀엽다고 그렇게 달라붙으면 나 불편하잖아.”
“알았어. 알았어.”
투덜거리는 세린의 모습도 귀여운지 제이니가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런데 하고 싶은 얘기라는 게 뭐야?”
잠시 대화 좀 나누었으면 한다고 하니까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찾아올 이유도 없을뿐더러 다른 멤버들도 있는데 자신에게 온 것을 보면 그게 분명했다.
“사실 나 말이야. 리나 언니 말 듣고 생각을 좀 해 봤거든?”
“생각?”
“응.”
세린은 제이니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리나의 얘기가 나오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리나 말이라고 하는 거면 이만석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얘기구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게 이만석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세린은 조금 난감한 기분을 느꼈다.
제이니가 무엇 때문에 찾아 왔는지 알만 했는데 세린은 이만석과 조금 전에 통화를 했으니 마음이 찔렸던 것이다.
괜시리 언니를 속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제이니 언니가 그랬잖아. 그 남자 정석환 회장님의 딸인 지나라는 그 여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봐선 사귈 것 같다고 말이야.”
“응... 그랬지.”
그 자리에 세린 자신도 있었으니 아는 얘기였다.
그것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두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는 것도 세린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답을 하는 세린의 음성은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제이니는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리나의 말에 그 쪽으로 생각이 집중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민우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연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고 거기에 이만석과 함께 입장을 하였다고 했다.
그것을 미루어 보아 두 사람은 단순한 사이가 아닌 게 확실 한 대다 어쩌면 곧 사귀게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자리에 같이 입장을 할 리도 없을 것이라 했다.
“팔짱을 꼈다고 했으니까 언니말대로 그렇겠지?”
세린은 그 말에 호응을 해주었다.
“남녀가 함부로 팔짱을 끼는 게 아니니까.”
특별한 사이도 아닌데 팔짱을 낀다는 건 말이 안된다.
무엇보다 대놓고 그런다는 건 의심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의심을 할 만하다.
“응.”
그것도 격식을 따지는 그런 자리에서 팔짱을 꼈다는 것은 두 사람이 일반적인 사이는 아니라는 것을 대놓고 공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나, 리나 언니얘기 듣고 고민을 좀 해봤어.”
“고민?”
“응. 리나 언니는 그래서 가망성도 없을뿐더러 힘들 거라고 했잖아. 틀린 말도 아니긴 해.”
이미 그런 여자와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확실히 리나의 말은 사실 일지 몰랐다.
그런 연회에서 함께 나타났으니 집안에서 얘기도 오고갔을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충분히 그부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만했다.
“그래서 언니 말을 듣고 좀 생각을 해봤어.”
“그 남자에 대해서 말이야?”
“응.”
제이니가 이만석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린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리나의 말에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대로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세린은 혹시 제이니가 이만석에 대해서 내심 정리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렇지가 않았다.
“리나 언니가 힘들 거라고 했잖아.”
“그래도 두 사람 정식으로 사귀는 거 아니잖아. 그러니까 아직 기회가 없다고 생각은 하지 않아.”
“그럼 언니 그 남자 포기 안 하려고?”
“나는 그래. 실은 그래서 너에게 좀 물어보려고.”
“나에게?”
“세린이 너 전에 그랬잖아.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만나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응.”
전에 연애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그저 외로워서 만나는 것은 싫다고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사귀고 싶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지금까지 남자 친구를 만들지 않았었다고 얘기를 했었다.
“만약 네가 말한 사람이 그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야?”
“응?”
“세린이 넌 그 사람에게 별로 관심 없다는 거 잘 알아. 그래서 만약이라고 한 거야. 네가 리나 언니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넌 어떻게 할 거야?”
“......”
“언니 말대로 정리할 거야?”
세린은 제이니의 이 질문에 조금 당혹스러웠다.
“부담 가지지 말고 말해도 돼. 그냥 넌 그 쪽에 대해선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알고 싶어서 질문하는 거니까.”
제이니는 세린이 자신의 이 질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 한 것 같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세린이 당황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라 만약이 아니라 사실이었기에 그랬다.
그리고 그에 대단 대답은 이미 지금 나와 있었다.
“말하기 힘들어?”
당연히 세린은 이 상황에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힘들긴...”
망설이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 세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제이니가 어떤 마음을 먹고 자신을 찾아 왔는지 조금 전의 얘기로 알게 된 세린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그게 영향을 주어 힘을 실이 주게 되는 일이라 우려가 좀 되었다.
하지만 이만석을 두고 하는 말이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거짓말은 하고 싶지가 않았던 세린은 생각 끝에 자신이 마음먹은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다짐 하듯 말해주었다.
“내가 언니라면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정말?”
“진정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 된다면 그런 사람 앞으로도 찾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20년 동안 찾지를 못했으니까. 그러니 그런 남자가 나타난다면 나라면 이대로 포기 하지는 않을 거야.”
세린은 이만석이 지나에 이서 하란이, 그리고 차이링이라는 여자까지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그 세 명 말고 안나라는 여자도 포함 하면 자그마치 네 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그러 함에도 세린은 이만석에 대해서 생각을 접지 않았다.
20년 동안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도 없었고 노래처럼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는 것은 그 남자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줄 곧 진짜 좋아 할 수 있는 남자, 사랑 할 수 있는 남자를 기다려 왔던 세린은 이대로 이만석에 대해서 정리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고 실제로 그러고 있었다.
그에게 자신의 처녀를 주었던 것도 일종의 다짐 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만석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해도 세린은 그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고 실제로도 접지를 않았다.
아무리 제이니가 모른다고 해도 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 세린이어서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말이네?”
제이니가 세린의 말에 재차 확인하듯 다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세린이 그렇다고 하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었다.
“역시 그렇구나?”
제이니가 밝아진 얼굴로 웃음기가 머금은 목소리로 세린에게 말했다.
“너라면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렇다고 말해주니 넌 전에 말했던 그 마음이 확실하구나.”
가볍게 사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세린이어서 이러한 대답을 듣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응.”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귀고 싶지 않다고 했던 세린.
그래서 지금까지 받았던 고백을 다 거절했다고 하는데 말 속에서 세린의 그 다짐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역시나 대답을 들으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역시 세린이 너 밖에 없다니까~!”
그러더니 이번에도 아까처럼 목을 끌어안으며 뺨에 얼굴을 부비대었다.
“그만해~”
잠시 동안 그렇게 세린과 실랑이를 벌인 제이니가 떨어지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이제 확실히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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