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8화 〉 578화 과거와 미래
* * *
제이니의 이 발언에 리나는 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제이니 너 그 발언 취소해.”
그때 희라가 사색에 젖어 있는 제이니를 향해 거칠게 말을 쏘아 붙였다.
“취소하라니?”
무슨 뜻이냐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제이니를 향해 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사람 내가 찜했어.”
“언니가 찜했다고?”
“그래. 그러니까 그 발언 취소해.”
갑자기 발언을 취소하라는 말에 의아했는데 자신이 찜해서 취소하라는 말이 너무나 황당하게 들렸다.
“먼저 만나는 사람 임자 아닌가?”
당연히 물러날 수 없었다.
“뭐?”
“나 이렇게 가슴 두근거린 적 처음이야. 아무래도 드디어 나도 좋은 남자를 찾은 것 같은데 취소하라니 그렇게 못 해.”
“너 말 대했어?”
“언니야 말로 그 사람 포기하는 게 어때?”
불꽃 튀기는 두 여인의 기싸움에 유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두 사람 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 사람이 물건이야. 네꺼 내꺼 하게?”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세린은 당혹스러워했고 리나는 말리려 입을 열려다 유진이 나서는 것을 보고 입을 닫았다.
‘얘는 그래도 생각이 있네.’
유진까지 끼어들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았는데 이렇게 중재를 하고 나서니 다행이었다.
다행히 유진이는 중심을 제대로 잡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기회는 공평하게 가질 수 있다고 봐.”
하지만 이어진 유진의 말에 리나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언니들도 그렇고 나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 사람에게도 선택 할 권리를 줘야지.”
“뭐야. 그러면 유진이 너도 관심이 있다는 말이야?”
“아까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언니? 그 사람 진짜 괜찮은 거 같더라. 만약 지금 같은 시기에 스캔들이라도 터지게 된 다면 그런 사람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사람들도 인정 할 걸?”
“난감하게 됐네? 나도 그렇고 너희 두 사람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니.”
다시금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려는 것 같자 리나가 입을 열었다.
“야, 너희들 지금 뭐하는 행동이야?”
“뭐하긴 언니도 보면 알잖아.”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왜 너희들끼리 그렇게 호들갑이야? 그리고 그 사람 어디 사는지는 알아? 전화번호도 모르는데다 개다가 오늘 처음 만났어. 대화도 얼마 안 했고.”
잠시만나서 대화를 나눈것일 뿐이데 이러는 애들의 반응이 황당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화번호도 안 물어봤네.”
“물어봤으면 알려줬을까?”
“그 사람은 팬이라도 쉽게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던데.”
리나는 자신의 잔소리에 정작 딴소리를 하는 애들을 보면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자신은 지금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닌데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니 참 당황했다.
“너는 그 사람별로야?”
그때 제이니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세린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회사에 들어와서 가깝게 지내면 좋잖아. 세린이 넌 그 사람이 소속사에 들어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너도 좋아하던 거 같던데.”
어느새 화제가 자신이 했던 말로 돌아오니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싫은건 아니야.”
“그러면 정말로 그 사람 입장이 돼서 한 말이 였어?”
“으... 응.”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는 세린의 모습에 제이니가 입맛을 다셨다.
“세린이 넌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너무 착하다고 해야할까?”
“아마 둘 다 일걸?”
“나도 그 말에 찬성.”
“그냥 사정은 들어 보지도 않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랬던 것 뿐이야 착한게 아니야.”
세린은 자신을 두고 순진하다느니 착하다고 하는 멤버들의 말에 기분이 편하지가 않았다.
사실 속뜻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린도 이만석이 들어와서 함게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유진은 물론이고 언니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특히 제이니의 사심이 가득한 그 말은 세린에게 위기감을 제대로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하아~ 그런데 어쩐담... 그냥 보냈네.”
“알 수 있는 방법 없을까?”
“그런데 우리가 먼저 연락을 하면 좀 당황하지 않겠어? 가수가 팬에게 접근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고.”
이만석을 두고 기 싸움을 할 때는 언제고 금세 다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잠기는 그녀들의 모습에 세린은 물론이고 리나도 당혹스러웠다.
“그러고보니 리나 언니 그 사람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다고?”
그때 희라가 생각이 났다는 듯 대답을 다하 제이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에도 들었잖아. 리나언니가 그 사람 이집트에서 사업하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는거.”
“진짜 그러네?”
그제야 이만석이 어느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는 이만석에게 신경을 쓰느라 정황이 없었는데 리나는 분명히 전에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었다.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자연스럽게 리나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 사람 알고 있던 건가요?”
제이니와 유진이 물음을 던져오자 대답은 희라가 했다.
“연회의 그 남자래.”
“연회?”
“전에 리나 언니가 말했던 연회에서서 보았다던 잘 생긴 남자 있잖아.”
“그 남자가 그때 리나 언니가 말했던 그 남자란 말이야?”
유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제이니가 먼가 알겠다는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보니 전에 언니가 말했던 그 남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거 같아.”
“그 사람이었구나?!”
정말로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진이 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유진의 놀란 표정에 리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유진의 놀란 표정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언니 그 사람 알고 있었다면 아까 전에 말해주지.”
“나도 잘 알지 못해. 그때 연회에서 나도 처음 보았었는데?”
“그래도...”
상당히 안타까워하는 유진의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제이니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그럼 언니 그 사람 폰 번호 알고 있어?”
“폰 번호?”
“그날 알려주거나 그러지 않은거야?”
제이니의 말에 유진도 막연한 기대감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거긴 특별한 자리였으니 어쩌면 그랬을지 모를 일이었다.
“응. 폰 번호 교환 같은 거 안 했어.”
하지만 이어진 리나의 대답에 제이니는 물론이고 유진, 그리고 희라까지 다시금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긴... 격식을 차리는 자리였을 테니까 함부로 알려주지는 않았겠지.”
일반적인 연회도 아니고 자그 만치 세진그룹의 장남인 민우의 생일을 축하 하는 그런 자리였다. 내로라하는 상류층의 자제들은 모인 자리였을 테니 주변의 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격식도 차렸을 게 틀림이 없었다.
그때 대기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찬이 안으로 들어섰다.
“오빠 데려다 주고 왔어?”
“응...”
고개를 끄덕이는 수찬의 얼굴에서도 진한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또한 이만석을 이대로 보낸 것이 상당히 아쉬운 듯해 보였다.
연예계에 데뷔한다면 분명히 큰 인기를 얻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그냥 물러난다는 건 정말로 아쉽다.
보석을 발견했는데 안 아쉬워 하는것이 이상하다.
“혹시나 몰라 명함을 줬어.”
“명함?”
“생각이 바뀌면 연락을 달라고 했지."
일단 명함을 쥐어주긴 했지만 수찬은 이만석이 왠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를 보면 그랬던 것이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걸어 볼겸 해서 주긴 했는데 여러모로 참으로 찹찹한 기분이었다.
“혹시 전화번호 안 물어봤어?”
“전화번호?”
“응.”
“명함만 줬어.”
“물어보지...”
실망한 표정으로 한 숨을 내쉬는 제이니와 희라, 그리고 유진의 모습에 수찬이 인상을 찡그렸다.
“너희들뿐만이 아니라 나도 아쉽긴 마찬가지야. 하지만 함부로 물어볼 입장이 아니잖아.”
수찬과 그녀들이 그렇게 찹찹하고 실망한 느낌을 받고 있을 무렵 지켜보는 세린은 속으로 안도를 했다.
‘그래도 이렇게 지나가서 다행이야.’
일이 더 커지면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잠깐의 만남으로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들었다.
“지나라고 했지?”
그때 제이니가 뭔가 생각는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
“갑자기 지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희라와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제이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연회에서 그 사람과 같이 걸어들어온 여자 말이야. 리나 언니가 잘 알고 있잖아.”
“잘 안다고? 어떻게?”
유진이 다시 물음을 던져오자 희라도 먼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지나라면 언니 아버지가 사장으로 있는 세진그룹 정석환 회장님의 딸이잖아.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었다며?”
그녀들의 얼굴엔 다시 기대감이 서렸고 반대로 세린의 마음엔 다시금 불안감이 생겨났다.
아직 끝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