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4화 〉 574화 과거와 미래
* * *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자신을 보고 여전히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세린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많이 놀랐나보군.’
아무래도 자신이 이곳에 오는 것을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 확실해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입을 가리면서 대놓고 놀란 표정을 짓지 않으리라.
대기실에 있던 몇몇의 코디네이터나 직원들도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이곳은 함부로 일반인이 들어올 수도 없는 구역이었고 콘서트가 끝난 직후엔 취재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두고 있는 로즈걸스여서 이런 뜻밖의 손님은 상당히 놀랄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정작 놀란 것은 이만석이 이 자리에 참여를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만석의 외모를 보고 놀란 것이 더 컸다.
특히 코디네이터들의 뺨은 저도 모르게 붉혀져 있었는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이만석의 외모를 보고 놀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운이 좋네요. 콘서트에 왔다가 로즈걸스를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다니.”
그들을 바라보며 이만석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저야말로...”
이만석의 말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던 제이니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엄연히 따지자면 이곳은 자신들의 콘서트였고 이 사람은 팬으로써 왔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자신이야 말로 영광이라는 뜻을 내포한 말을 중얼거리다니.
“자자~ 이럴게 아니라 여기 좀 앉으시지요. 미안한데 차 한 잔만 가져다주겠어?”
이만석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직원이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물론 차를 가지러 가면서도 이만석을 힐끔거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수찬이 손수 가져다주는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앉힌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서있지 말고 앉으시죠. 혼자 앉아 있으려니 불편하군요.”
자신을 처다만 보고 있는 멤버들에게 그렇게 말하자 리나가 먼저 다가와 거울 쪽을 바라보고 있는 의자를 돌려 거리낌 없이 몸을 앉혔다.
‘선수를 빼앗겼어.’
그 행동에 희라가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다.
제일 가까운 자리를 리나가 차지하고 앉아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수찬이 원형 의자를 또 하나 가져와 이만석과 가까운 자리에 놔두고 몸을 앉혔다.
“자자, 민준씨가 불편해 하니까 너희들도 편하게 앉아.”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수찬이 말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로즈걸스 멤버들이 자리를 찾아 몸을 앉혔다.
“뭔가 주인공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네요.”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당혹스러운 둣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얼굴은 전혀 그런 빛을 없었고 목소리 톤도 평온한데다 떨림도 없었다.
오히려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은 이만석이 아니라 로즈걸스 멤버들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 사람 뭘까.’
제이니는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위축이 되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생각 이상으로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원인이 이사람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잘 생겼다고 긴장을 하지 않는다. 잘생긴 사람은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많이 보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은 이만석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차분한데 뭔가 쉽게 대할 수 없는 그런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을 제이니는 느낀 적이 있었다.
신인 시절 탑 연예인이라 할 수 있는 대선배를 보았을 때 이와 유사한 긴장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원조 한류스타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마주 했을 때 상당히 떨렸던 것이다.
아무리 연습생 시절을 겪으며 연예인들을 보았다고 해도 아직은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었던 그 시절 티비에서나 보단 탑 연예인을 마주 했을 때는 참으로 긴장이 되고 말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그와 비슷한 긴장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에 제이니는 자신에게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제이니 뿐만이 아니었다.
유진이나 희라 또한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두 사람 또한 제이니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차를 타러 갔던 여직원이 다가오더니 수찬에게 먼저 한 잔을 건네주었다.
“잘 마실게.”
“고맙습니다.”
이어서 이만석에게 건네주자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눈을 못 마주치고 서둘러 물러났다.
아무래도 부끄러워서 그런 것 같았다.
“녹차로군요.”
향 만 맡아도 금세 녹차임을 알 수 있었다.
가볍게 한 모금을 마시는 사이 리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쩌다가 여기에 오게 된 건지 물아 봐도 될까요?”
이미 연회에서 안면이 있는데다 로즈걸스 멤버들 중에 그나마 긴장을 가장 덜 하고 있는 리나가 이만석에게 먼저 물음을 던졌다.
“이 분이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저희를요?”
“예, 그래서 따라온 겁니다.”
이만석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 다른 얘기는 못 들으셨나요?”
그러한 이유 말고 다른이유로 온게 아니냐고 물었다.
“급하게 할 게 뭐 있어. 일단 팬이라고 하시니까 먼저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 한거지. 얘기는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아.”
오자마자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 한 번 연예계에서 일해 볼 생각 없느냐고 한다고 하면 좀 그랬다.
대화도 좀 나누고 분위가 좋을 때 타이밍에 맞게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다.
일단은 대화를 트는게 중요했다.
“혹시 다른 얘기라면 캐스팅에 관해서 인가 보군요.”
하지만 수찬의 생각과 다르게 이만석은 그 얘기를 다시 거론을 했다.
다른 쪽으로 대화를 유도하려고 입을 열려던 수찬보다 이만석의 말이 한 발 빨랐다.
“네, 그래요.”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대답을 하자 다른 멤버들도 이만석이 뭐라고 할지 관심을 보였다.
충분히 스타로 성장할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이 보기에도 이만석의 외모면 충분히 대중들에게 먹히고도 남을 외모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 이상으로 높이 봐도 될 정도였다. 그녀들은 지금 충분히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녹차를 한 모금 마신 이만석이 차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좀 당황스러운 질문입니다. 전 그쪽으로 일할 생각을 해본적도 없거든요.”
이만석은 숨김없이 그대로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세린이 와달라고 해서 이렇게 콘서트에 온 것이지 그 전까진 가수 콘서트에 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오늘이 생에 처음으로 와본 콘서트라고 할 수가 있었다.
‘역시...’
이만석의 솔직한 대답에 수찬은 그가 이쪽 계통의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예상했던 대로 사실로 드러나자 실망감을 느꼈다.
하긴 이런 외모를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났을 것이 분명했다.
모델로 활동해도 순식간에 입소문이 퍼지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수찬뿐만이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이 대답에 아쉬움을 느꼈다.
이만석이 같은 소속사에 들어와 함께 일한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대답으로 봐선 그렇게 되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럼 오빠는 왜 온 걸까.’
세린은 이만석이 로즈걸스의 팬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순전히 자신 부탁 때문에 콘서트에 온 것이지 팬으로써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연예계에 관심도 없는 이만석이 수찬을 따라 이곳에 왔다는 것은 세린으로썬 의문이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러다 문득 이만석이 여기에 온 것이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혼자 김칫국을 먹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기대는 실망만 더 크게 불러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린이어서 내심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쩌면 하는 그런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니 이만석을 바라보는 것도 참으로 떨리는 세린이었다.
그때 자신을 쳐다보는 이만석과 시선이 마주치자 세린은 급하게 눈길을 피해버렸다.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나쁜 생각을 하다 들킨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린 때문에 온 거 아냐?’
리나 또한 이이만석이 로즈걸스의 팬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콘서트에 온 것도 다 세린이 부탁을 해서 온 것이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생각 할 수 있는 답은 한 가지 였다. 이만석이 여기에 온 것은 세린을 보기 위해서라는 것.
‘사실이라면 얘 정말로 행복하겠네.’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아직도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많이 당황스럽겠지.’
세린 또한 이만석이 여기로 올 것이라는 걸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만석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턱하니 나타났으니 저렇게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 한 가지 질문해도 되나요?”
그때 제이니가 조심스럽게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졌다.
“말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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