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2화 〉 572화 과거와 미래
* * *
그때 갑자기 품속에 있는 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확인을 해보니 문자가 와있었다.
<오늘 콘서트에="" 와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세린이었다.
연락이 올 줄 알았다.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간단하게 답장을 적어 보내주었다.
<공연 재밌게="" 잘="" 봤어.="" 하더라.=""/>
그렇게 적어서 답장을 보내니 잠시 후 바로 다시 폰이 진동을 하며 울려왔다. 금세 확인을 하고 다시 답장을 보낸 것 같았다.
<칭찬 고마워요!="" 나중에="" 전화해도="" 되죠?=""/>
문자만 봐도 세린의 기분이 어떠할지 예상이 되었다.
<마음대로 해.=""/>
그렇게 답장을 보낸 후 사람들의 인파를 뚫고 콘서트 장 밖으로 나서는데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만석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연예인 콘서트에다 훤칠한 키에 보기 드문 잘생긴 외모의 사람이 서있으니 유독 관심이 가는 것 같았다.
이만석은 저런 사람들의 시선이 이젠 익숙했다.
이들 중에 이만석을 두고 연예인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 할 것이었다.
그렇게 콘서트홀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선 이만석은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이쪽으로 한 명의 사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사진을 찍었던 자로군.’
진행 요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급하게 폰으로 자신을 찍던 남자가 분명해 보였다.
아까 전엔 안 보였는데 서둘러 달려온 것을 보아 이만석을 두고 여자들을 중심으로 웅성이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도 이쪽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온 것 같았다.
그렇게 급하게 달려온 사내가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들어오더니 이만석에게 다가왔다.
“자, 잠깐만요.”
숨이 찬지 호흡을 고르는 사내가 이만석을 불러 멈춰 세웠다.
이대로 지나치려 했지만 그걸 보고 앞서 걸어와 급하게 가던 길을 막아섰다.
“잠시만...”
숨을 크게 고르며 호흡을 고른 사내가 이만석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뭡니까.”
“저 이런 사람입니다.”
지갑을 꺼낸 남자가 품에서 명함을 하나 내서 이만석에게 건네주었다.
거기엔 KM엔터테이먼트라는 회사 직함과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지 충분히 알만했다.
‘연예기획사로군.’
그렇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그쪽 직원의 사람인 듯 했다.
“여긴 사람이 많아서 그런데 잠깐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의 이목 때문인지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왔다.
“시간 말입니까?”
당연히 이만석은 되물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시간을 내달라는 말에 이만석이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
그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주변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거 그 길거리 캐스팅 아니야?”
“그런 거 같은데?”
“진짠 가봐~!”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엔 딱 봐도 길거리 캐스팅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점점 웅성이는 소리가 커져가자 이만석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하려는 그때 뒤 쪽에서 한 사람이 달려왔다.
금태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깔끔한 정장 차림의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수찬이었다.
“다행이 아직 안가셨군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이를 헤치고 들어온 수찬이 안경을 바로 쓰며 웃음을 지었다.
“참... 전 이런 사람입니다.”
같은 기획사 아니면 또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인가 싶어 바라보니 명함을 하나 꺼내 또 내밀어 주었다.
받아서 바라보니 거기도 KM엔터테이먼트라 적혀 있었고 밑엔 실장 장수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람이 시킨 거로군.’
사진을 찍은 것도, 그리고 급하게 자신을 잡은 것도 다 이사람 시켜서 그런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갑자기 잡아서 죄송합니다. 혹시 잠시만 시간 좀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좀...”
“잠시만이면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더 몰리고 있었다. 연예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만석은 거절을 하려고 다시 입을 열려는 그때 갑자기 폰을 꺼내 들더니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말 안 한 게 있는데 실은 제가 전담매니저도 맡고 있습니다.”
이번엔 이만석은 조금 의외를 라는 생각을 가졌다. 설마하니 이 사람이 로즈걸스의 전담매니저까지 맡고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이번엔 속삭이는 목소리가 아닌 원래의 목소리로 이만석에게 허리를 숙이며 부탁을 해왔다. 그러자 주변에서 웅성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졌다.
“그럼 잠깐 내주도록하죠.”
“정말입니까?”
고개를 든 수찬이 밝은 표정을 짓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쪽으로...”
인파들을 헤치고 나가는 수찬을 따라 이만석이 걸음을 옮겼다.
‘로즈걸스 매니저란 말이지?’
연예기획사의 캐스팅엔 별다른 관심은 없었는데 이렇게 자신을 로즈걸스 매니저라 밝힌 것엔 좀 흥미를 느꼈다.
이 자가 왜 로즈걸스 매니저라고 밝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놀란 표정을 짓겠군.’
세린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문자만 보았을 때는 자신이 오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고 보낸 것 같았다.
그런데 턱하니 앞에 모습을 나타나면 얼마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지 눈에 선했다.
‘그런다고 내가 들어가겠다는 건 아니지만.’
물론 이렇게 잠깐 시간을 내준다고 해서 연예계에 당장에 데뷔를 하겠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은 없었다.
나중에라면 혹시나 몰라도 지금은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일이 진척이 되면 좀 그래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번쯤은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즈걸스의 매니저라 밝히지 않았다면 따라가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문득 자신에 눈을 맞추었던 다른 멤버들의 시선이 떠올랐다.
왜 그녀들이 자신에게 시선을 맞추었는지 확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갔다.
‘외모 때문이겠지.’
솔직히 자신이 봐도 잘난 외모였으니 그녀들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신이 나타나고 당황할 세린을 생각하니 이만석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인파와 멀어지고 나자 수찬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질문을 드리는 건데 제가 로즈걸스 매니저라고 해서 따라오게 된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역시 그랬군요.”
이만석이 왠지 그 때문에 따라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러했던 것이다.
‘하긴 콘서트에 왔을 정도면 팬이라는 거겠지.’
보니까 혼자 온 것 같은데 혼자 이 콘서트에 올 정도면 확실한 팬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폰으로 사진을 보여주고 속삭이듯 자신이 로즈걸스의 전담매니저를 맡고 있다고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게 제대로 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물을 보니 더 잘생겼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진짜 잘생겼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물을 보니 그 이상이었다.
‘이정도 외모면 캐스팅도 아주 많이 당했겠어.’
자신이 연예기획사 실장이라고 밝혔는데도 별다른 놀란 표정을 짓거나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정도로 여러 번 길거리 캐스팅을 받아봤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다른 기획사에서 했다가 거절을 당했던 게 분명해.’
보니까 연예인은 아닌 게 확실한데 연예기획사라고 밝혀도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는걸 보면 그들의 제의도 거절 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로즈걸스 팬이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로즈걸스를 거론하지 않았다면 따라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아니 그랬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보안요원들을 통해 출입제한 구역 내에는 일반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으니 더 이상 방해받을 일은 없을 터였다.
“지금 어디로 가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질문을 던지는 이만석의 말에 수찬이 바로 대답을 했다.
“대기실로 가는 겁니다.”
“대기실?”
“로즈걸스 팬이신 거 같아서 대화 좀 나누기 전에 혹시 우리와 인연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니 인사 좀 시켜주려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좋게 대화를 풀기 전에 로즈걸스 멤버들과 만남을 가지 게 한 후 기분을 업 시켜놓을 생각을 했다.
‘연예인 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게 분명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도 심드렁했다면 결국에 이쪽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수찬은 아껴두려 했던 로즈걸스의 패를 이렇게 바로 꺼내들게 된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 이었다.
이대로 대화를 나누어 보았자 좋은 것 없이 끝날 것 같으니 분위기를 한 번 조성해 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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