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0화 〉 570화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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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마치 ‘어디 한 번 잘 숨겨봐.’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참으로 난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지만 세린은 이에 대해서 입을 꾹 다물고 모르는 척 해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했다.
‘그래도...’
이만석이 정말로 와주었다는 것에 세린은 안도를 했다.
올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온 것을 보는 것과 생각만 하는 것은 차이가 컸다.
혹시나 오지 않을까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 했던가.
대기실에서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어느새 콘서트 장에서는 어느새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가 이어지고 인사를 올린 후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콘서트 장에 어둠이 내리깔리고 분위가 조용해지는 가운데 이만석은 계속해서 자신을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이런것도 이제 익숙해 져야겠지.’
어느 정도 관심은 괜찮지만 과한 시선에 관심은 생각보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과한 시선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고 이만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을 두고 속사이듯 얘기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오는 그때 다시금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영상이 떴다.
거기엔 교복 차림의 안경을 쓴 세린이 떨리는 시선으로 하교길의 골목을 바라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훔쳐보며 기다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영상이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다시금 환성이 터져 나오며 사람들의 콘서트 장을 가득 울렸다.
‘저건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네.’
골목에 서성이다 말고 다시 교문 쪽을 조심히 바라보던 그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손짓에 놀라 몸을 돌린 세린이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 여기서 뭐하냐?]
[서, 선배...]
딱 자신이 보았던 세린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건 컨셉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후로 영상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다른 멤버들 또한 발랄한 모습으로 나와 서로 어울리며 웃고 떠들며 짝사랑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딱 10대 소녀들의 순수한 듯 한 모습을 그린 뮤직비디오 같았다.
그렇게 잔잔하던 음이 경쾌하고 밝게 변하더니 갑자기 무대 앞 쪽에 불꽃 분수가 뿜어져 올라오며 한 순간에 영롱한 라이트 빔이 무대 전체를 훑듯이 지나가며 지나가다 반짝이며 사라졌다.
파앗!
그 순간 스포트라이트 불빛이 강렬한 빛을 뿜으며 무대 중앙에 비춰졌고 거기서 멤버들이 상큼한 포즈를 지은 채 윙크를 하더니 그대로 걸어 나와 활짝 웃음을 지었다.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왜 그렇게 난 가슴이 설렐까~♪”
귀엽게 웃음을 지으며 여는 세린의 첫 소절에 여기저기서 귀엽다며 남자들의 강한 환호성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는 사이 이만석은 희라라고 알고 있던 여자가 플로어 2열 쪽을 향해 윙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만석은 왠지 그 윙크가 자신을 향해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여전히~ 내 가슴은 두근거리나봐~♬”
발랄한 음성으로 세린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서자 이번엔 제이니가 앞으로 나서며 손으로 다소곳하게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그대에 생각에 난~ 언제나 밤잠을 설치는 내 모습~♪”
뭔가 첫사랑에 대한 설렘을 품은 그 가사와 수줍음을 타는 듯 한 소녀들의 행동은 조금 전의 그 섹시함과 도발적은 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습들이었다.
소녀들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녀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너무나 산뜻하고 상큼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왜 조금 전의 그녀들의 도발적인 모습과 섹시한 옷차림이 파격적인 컨셉이라고 하는지 알만한 일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뒤로 살며시 손을 넘겨 잡은 채 안무에 맞춰 움직이는 그녀들의 모습에 팬들은 커다란 환호성과 비명을 내질렀다.
그때 다시 세린의 파트가 돌아와 앞으로 나서며 고백을 하는 듯 한 가사를 담아 수줍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떠나가란 큰 음성이 가득 울려 퍼졌다.
‘인기가 대단하군.’
세린은 물론이고 왜 로즈걸스, 로즈걸스 하는지 보여주는 관경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안무를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한 것인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행동과 표정연기, 그리고 음률에 맞춰 나오는 감미로운 음색은 충분히 팬들을 끌어 모을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음?’
그때 이만석의 눈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세린뿐만이 아니라 아주 잠깐 식 이지만 다른 멤버들도 이쪽을 한 번씩 처다 보는 듯 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기분 탓인가.’
세린이 자신을 이 자리에 표를 준 이유에 대해서 이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도발적이었던 그녀의 눈빛과 행동들은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었다. 무대에서는 또 그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었다.
우연이 마주친 거라고 생각한 이만석은 그렇게 넘겼다.
그때 제이니가 자신의 파트를 끝내고 뒷짐을 진 채 살며시 물러나기 직전 잠깐이지만 눈이 마주쳤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눈이 마주치자마자 금세 다시 시선을 자연스럽게 돌리듯 처리하며 물러났지만 이만석은 이게 기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무슨 생각인거지.’
그녀들은 정말로 자신을 잠깐 이지만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던 것이다.
기분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군.’
안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그로써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노래가 이어지는 내내 한 번식 힐끔 거리는 시선에 의문을 품었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다시 접어두고 세린을 바라보았다.
메인보컬에 어울리는 중요한 파트나 가창력이 요구 되는 부분은 세린이 대부분 다 불렀다.
목소리의 부드러운 미성에 섞여 나오는 호소력이 상당했고 올라가는 음역대나 바이브레이션 또한 처리가 깔끔해서 노래를 아주 잘 불렀다.
노래에 맞춰 야광봉을 흔드는 팬들이나 그에 화답 하듯 하트를 그리고 윙크를 날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환성은 콘서트 홀 전체를 떠나가라 울려 퍼진다.
확실히 티비에서 잠깐 식 보았던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은 상당히 달랐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고 현장의 뜨거움과 열기가 다 전해질 정도였다.
이만석은 다른 팬들처럼 열광하거나 그러면서 보지는 않았지만 왜 콘서트에 사람들이 가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콘서트가 마무리가 되어갈 때 쯤 어느새 그녀들의 얼굴에도 땀으로 범벅이 있었고 입에선 뜨거운 단내가 흘러나왔다.
“여러분 즐거우세요?”
“예~!”
“최고다~!”
“목소리가 작은데 한번만 더 크게 외쳐주세요~!”
와아아!!!
떠나가라 울려 퍼지는 함성에 로즈걸스 멤버들이 모두 활짝 웃음을 지으며 팬들을 향해 다시금 하트를 지으며 날려 보내주었다.
그에 여기저기서 남자 팬들이 손을 흔들며 이쪽 좀 봐달라는 듯 소리를 크게 질러 자신을 알렸다.
정말로 열성적인 팬들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제 노래가 한 곡밖에 안 남았네요.”
“아~!”
“안 돼!”
리나의 말에 상당히 아쉬웠는지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음성과 앵콜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렇게 우리 콘서트에 찾아와서 아낌없는 사랑 보내주신 거 너무나 감사드려요.”
“세린을 위해선 당연히 와야지!”
“다음에도 무조건 참여 하겠습니다~!”
“로즈걸스 최고!”
가수의 이름과 자신의 마음이나 응원 문구가 적혀 있는 커다란 팻말이나 폰으로 여러 색깔의 전광판을 만들어 맴버들에게 사랑하다고 보여주며 사랑과 애정을 표현했다.
“이렇게 팬들이 우리를 사랑해 주는데 벌서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희라가 리나를 향해 자신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듯 여운이 띤 음성으로 말을 했다.
“나도 그래.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멤버들 전부다 그럴 걸?”
“맞아.”
“저도 많이 아쉬워요.”
유진과 제이니가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세린이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이번 한 곡을 끝으로 물러나지만 마지막 곡은 모두가 같이 따라 불러주었으면 해요. 여러분들과 함께하는 마지막이 되고 싶어요~!”
팬들을 환호성과 애정 섞인 말들을 들으며 3층부터 2층, 그리고 다시 플로어 석으로 시선이 내려와 둘러보던 세린이 이만석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세린이 한 행동은 그저 눈 깜박이는 것뿐이었지만 이만석은 그게 자신을 향한 세린의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렸다.
거기다 콘서트에 와줘서 너무 고맙다는 그런 마음도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곡은 밝고 경쾌한 느낌보다 차분하고 선율이 부드러운 그런 곡이었다.
로즈걸스 멤버들은 자신의 파트에 따라 천천히 음에 맞춰 노래를 불렀고 팬들은 그에 화답하듯 떼 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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