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5화 〉 565화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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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식사를 끝내고 여느 때와 같이 차 한 잔을 즐기며 티비를 틀었는데 방송엔 내일 있을 로즈걸스의 콘서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특히 날짜가 맞지 않아 오랜만에 가지는 한국의 콘서트에서 4500 객석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고 현장에서 파는 표 말고는 이미 플로어석을 포함해 2층과 3층의 전 예약 좌석이 며칠 사이에 예매가 끝났다고 했다.
오랜만에 가지는 한국의 콘서트이니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로즈걸스다.
한류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면 4500석은 적게 잡은 것이라 볼 수가 있었다.
현장에서도 당연히 표를 사기 위해 긴 줄이 예상이 된다는 말이 이어져서 시일이 맞지 않더라도 더 많은 인원을 수용 할 수 있는 공연장을 잡아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로즈걸스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 내일 콘서트를 두고 저렇게 얘기들을 주고받는 걸 보면.”
“여자 아이돌 그룹 중에는 탑에 올라 있잖아요. 저 정도는 당연한 거예요. 못 해도 2만 관객석의 공연장을 잡아야 했는데 다른 스케줄이나 예약 때문에 날짜 맞추기 쉽지 않았다고 해요.”
“하란이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연예기사로 본 거예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자 지나가 차를 마시고 있는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민준씨가 받은 티켓은 어떤 거예요?”
“자리 말입니까?”
“네.”
지나 말고 차이링이나 하란이도 궁금한 것인지 처다 보았다.
다만 안나만이 아무 관심 없다는 듯 조용히 차를 훌쩍이고 있을 뿐이다.
“플로어 석이더군요.”
“플로어 석이요?”
“그러면 서서 보겠네요?”
“입장 번호순을 보니까 11번째더군요. 좌석 배치가 아니라 번호순대로 입장 한다고 했으니 시간에 맞춰 가봐야겠죠.”
“그런데 왜 플로어 석으로 보내주었을까? 편하게 앉아서 보면 좋은데.”
차이링이 불편하게 서서 보는 자리를 준 것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자신들 공연 표라면 관람석의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무대와 제일 가깝고 호흡하기가 쉬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호흡?”
고개를 끄덕인 하란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로즈걸스가 공연하는 바로 앞이 플로어 석이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감상하는 그런 잔잔한 발라드가 아니라면 가수들과 팬들 사이에 제일 열성적으로 호흡 할 수 있는 자리가 그 자리에요. 특히 맨 앞은 바로 앞이 무대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바로 불수가 있어요.”
“그래서 앞 번호 플로어 석으로 준거구나? 번호 순 대로 입장이면 맨 앞에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럴게예요.”
“그런데 11번째는 그렇게 앞자리는 차지 못 하는거 아닌가요?”
지나의 물음에 이만석이 다시 대답을 했다.
“플로어 2구역쪽이라고 하더군요. 1구역이 맨 왼쪽이고 2구역이 중간쯤, 3구역이 오른쪽이라고 들었습니다.”
“11번째에서 2구역으로 넣는다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10명씩 끊는다더군요.”
“7시 공연이면 5시부터 입장이 가능하겠네?”
“번호순대로 들어간다고 해도 순번이 지나가 버리면 끝이니까 제시간에 가야 할 거예요.”
“민준씨 기분 어때요?”
아무래도 자신들 놔두고 콘서트 가게 되었는데 느낌이 어떻냐는 물음 같았다.
“가수들 콘서트에 가본적도 없고 처음이라 호기심은 생기지만 그냥 그렇습니다.”
“괜히 우리들 있어서 하는 말 아니죠?”
“질투 납니까?”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질투 나냐는 말을 던지자 이번엔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질투를 떠나서 당연히 신경 쓰이는 일 아니겠어? 자기 좋아한다고 대놓고 찾아온 세린이 속해 있는 로즈걸스 콘서트에 초대를 받아 가는 거니까.”
이만석을 만나러 온 여자라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 여자가 한참 잘 나가는 아이돌인 세린이라는 것에 더 놀랐었다.
어떻게 세린을 알게 되었는지 들었을 때는 절로 탄식이 터지기도 했다.
설마하니 이만석의 생일을 맞아 백화점에 간 그 일이 세린과 인연이 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 일이 있은 후 이만석을 만나러 집까지 찾아온 세린만 봐도 참으로 놀라웠다.
“그런데 오빠가 알려준 게 아니라면 어떻게 집을 찾았을까요?”
“당신 혹시 알만한 정보라도 줬어?”
“전화번호는 고사하고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어.”
“인상착의만으로 찾아냈다는 소린가?”
하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지나가 짚이는 것이 있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확신을 할 수는 없지는 의심이 가는 곳은 있어요.”
“의심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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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뭔데요.”
“나도 궁금하네.”
하란이는 물론이고 차이링도 관심을 드러내자 지나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쩌면 민준씨에 대한 정보를 준 게 리나일 수 있어요.”
“리나라면 로즈걸스의 리더인 그 리나를 말하는 거예요?”
“네, 맞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
“리나하고 나하고 잘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
“응.”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어떻게 리나하고 자신이 아는 사인지 한 마디로 요약해 주었다.
“리나의 아버지가 바로 전자계열사 김성한 사장님이거든.”
“리나의 아버지가 세진전자의 사장님이었구나...”
“흐음... 세진전자 사장이라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대충 알만하네.”
하란이는 물론이고 차이링도 수긍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사장이라면 연회나 파티 그런 곳에서도 자주 마주했을 것이고 지나는 물론이고 그렇다면 리나도 어렸을 때부터 안면을 읽히며 알고지내 왔을 확률이 컸다.
“언니가 그럼 리나에게 말해준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세린이 리나에게 속내를 털어 놓았을 것을 가정한다면 정보를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만석이 흔한 얼굴도 아니고 인상착의만 알고 있다고 해도 설명을 들었다면 유추할 수는 있는 일이었다.
“연예계 활동 한다고 최근에 연락도 뜸했어요.”
“그럼 어떻게 안 거예요?”
“전에 오빠 생일축하 겸 연 연회에서 만났거든.”
“거기서 자기를 봤던 거구나?”
“잠시 대화도 좀 나눴지.”
듣고 있던 이만석이 한 마디 던지자 하란이와 차이링이 이런 인연도 다 있구나 싶었다.
어쩌면 다신 만나지도 못했을 두 사람이 리나를 통해 연결이 되었을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 그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지 확정 할 수는 없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차이링은 물론이고 하란이도 리나가 정보를 주었을 것이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차 한 잔 마시며 담소 시간이 지나가고 설거지를 끝낸 후 방으로 돌아온 지나가 폰을 꺼내들어 그대로 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간의 통화음이 가는 듯 하 더니 곧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 언니야?]
“이 시간에 전화 받네.”
[응, 오늘 쉬는 날이거든.]
“내일 있을 콘서트 때문에?”
[응,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웬 전화야?]
“뭐 한 가지만 너에게 물어보려고.”
[나에게?]
“내가 하는 질문에 솔직하게 말해 줬으면 좋겠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전화 거는 거니까.”
알고 있으니 속일 생각하지 말라는 듯 한말로 운을 때었다.
리나가 아려 주었을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지만 확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대충 알고 있다고 운을 땐 뒤에 말해야지 리나가 압박을 받을 것 같아서 이렇게 강수를 둔 것이다.
[뭔데 그렇게 분위기 잡는 거야.]
“너희 팀에 세린 있잖아.”
[응... 걔가 왜?]
“혹시 말이야 그 애 한터서 뭔가 들은 거 없어?”
[들은...그러니?]
운을 띄운 뒤 세린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대답하는 음성에 신경 써서 듣고 있던 지나는 중간에 말끝을 흐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특별한 게 아니고 그 얘 한태서 연애상담이나 그런 거 받은 적 없나 해서 말이야.”
[세린이 그애 인기 많잖아. 팬들이 어느정도인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긴 하지... 하지만 연애상담은 한 적이 없어.]
“그 말 진짜지?”
[당연하지.]
“나 아까 전에 알아보고 전화 한 거라고 말 했던 거 기억하지?”
[으, 응...]
지나는 리나가 순간 목소리가 떨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알면 됐어.”
[싱겁다 언니...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그냥. 그보다 별일 없지?”
[특별한 일 같은 건 없어.]
“오늘 잘 쉬고 내일 콘서트 잘해.]
[그럴게.]
통화를 끝낸 지나는 리나가 이만석에 대한 정보를 주었을 것이라는 것 에 확신을 가졌다.
‘상담을 했던 게 분명해.’
갑작스러운 연락에 예상치 못 한 질문이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을 했지만 말투와 음성에 집중하고 있던 지나는 중간에 말이 떨렸던 것을 놓치지 않았다.
과장된 해석일 수도 있지만 지나는 말을 흐렸던 것과 음성이 떨렸던 것을 그저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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