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0화 〉 560화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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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차이링하고 둘이서 외출을 하였을 떼 양아치들을 손봐주던 그녀의 모습을 보지 못 했다면 하란이는 아직도 그녀의 진면목을 알지 못 했을지도 몰랐다.
얼마나 놀랐는지 충격이었다.
쳐보려면 한 대 처 보라는 듯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이나 일성회에서 나온 이들로 보이는 사내를 향해 손가락을 망설임 없이 자르라고 한 행동까지 놀라운 것을 넘어 차이링에 대해서 충격을 받았던 하루였다.
호랑이가 날카로운 발톱을 손가락 사이로 숨기고 있듯이 저 장난기 가득한 미소 뒤에 얼마나 날카로운 송곳을 숨기고 있을지 알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서 생활하고 있으니까 평범한 마음으로는 지내기 힘들 거야.’
차이링이 오랫동안 그쪽에서 몸담고 지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란이로써는 지금까지 저렇게 잘 지내고 있는 것도 그만큼 그녀가 성격을 독하게 먹을 정도로 무서운 사람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거친 세계에서 지내는데 스스로가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스스로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모습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왜 내 얼굴을 그렇게 뚫어져라 처다 보는 걸까~ 내가 그렇게 예뻐?”
한 손으로 뺨을 가리며 수줍음 많은 소녀처럼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에 하란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 그럼 다녀올게요.”
몸을 돌려 현관으로 바삐 움직이는 하란이를 보면서 차이링은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보았다.
‘옷을 보면 멀리 나가는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일일까.’
급히 현관을 나서는 하란이의 등에서 차이링은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캔버스 화를 신고 리본 끈을 바로 묶은 뒤 하란은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는 현호에게 나오라고 일러두었던 약속장소를 향해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골목을 나서 차도로 나온 하란은 그렇게 약 10여분을 걸어서 사거리에 자리해 있는 2층 건물의 카페 건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달려 있던 방울종이 울리며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렸고 안에선 은은한 커피를 달이는 향과 함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안쪽 창가 자리로 이동해 몸을 앉힌 하란이 폰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5분이면 도착 할 거야.]
거기엔 짤막하게 이렇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나오길 잘 한 걸까.’
문자를 닫은 하란이 잠시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밤과 새벽 사이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그런지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시간도 흘렀으니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관계를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어물 쩡하게 흘러가는 것 보다는 그게 나은 일이었다.
만약 현호가 아직도 자신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면 하란이는 확실하게 말을 해줄 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정말로 예전의 오빠 동생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좋게 받아드릴 참이었다.
그렇게 앉아서 기다 린지 다시 5분이 훨씬 지났을 때 손님이 들어오는 것인지 문에 달려 있는 방울 종소리가 딸랑거리며 경쾌하게 울려왔다.
고개를 돌려 그곳으로 바라본 하란이의 눈에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오빠...’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현호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현호는 주변을 둘러보다 안쪽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하란이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깔끔한 캐주얼 스타일의 현호는 머리에 볼륨을 주어 스타일링의 하여 깔끔한 차림을 유지하고 있었다.
맞은편 의자를 빼서 몸을 앉힌 현소가 입가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많이 기다렸어?”
반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나도 조금 전에 왔어.”
고개를 끄덕인 현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마실래?”
“아이스 카페모카로 할게.”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카운터로 이동해 아이스 카페모카 한 잔과 아이스 모카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계산을 끝나고 알람 기계를 받아 든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몸을 앉혔다.
“못 본사 이에 더 예뻐진 거 같다?”
“아니야 오빠야 말로 못 본 사이에 더 멋있어 졌는걸.”
“네가 멋있어 졌다니까 기분 좋네.”
멋 쩍은 듯 다시 웃은 현호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학교 다니고 있어.”
“수능 봤었지?”
“응.”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작년에 수능을 보았던 것을 떠올랐다.
하란이는 할아버지처럼 변호가 꿈이었던 터라 지금 다시 그 꿈을 찾아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오빠는?”
“아버지 밑에서 회사일 배우고 있어. 유학도 끝났고 한국에 돌아왔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일 배워야지.”
“오빠 착실하니까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보여?”
“응.”
그 후로 잠시 말이 없어진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한 적막감이 감돌았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곤 있었지만 어색한 기류를 떨쳐내긴 역부족이었다.
위이잉!
그때 번호 알림기계가 진동을 하며 빛이 반짝였다.
“다 됐나보네.”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때마침 기개가 울려 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문대로 가서 커피 두 잔을 받아왔다.
“자.”
“고마워.”
하란이의 앞에 아이스 카페모카 한 잔을 전해주었다.
“아 참... 빨대 안가져왔네. 기다려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현호가 카운터 쪽으로 가서 전용 빨대 두 잔을 받아왔다.
그러고는 하나는 하란이에게 건네주고 하나는 자신의 모카라떼에 꽂았다.
얼음이 띄어져 있는 아이스커피는 시원한 냉기를 전해 주었고 한 모금 빨아 먹으니 특유의 단맛과 씁쓸한 맛이 입안을 맴돌며 향이 퍼져나갔다.
두 사람은 그렇게 잠시 동안 별 말 없이 커피를 훌쩍이기만 했다.
그 침묵을 다시 먼저 깨고 입을 연 사람은 하란이었다.
“전에는 오빠하고나 이렇지 않았는데.”
“전에?”
“이런 어색한 분위기 말이야.”
“......”
하란이의 말이 맞았다.
유학을 다녀온 날만 해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록 반년이라고 하지만 길었던 유학보다는 더 짧은 시간 밖에 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어색한 기류가 두 사람을 맴돌고 있었다.
그 원인에 대해서 하란이는 물론이고 현호도 모르지 않았다.
전에 술 먹고 집 앞에 찾아가 고백을 한 그때, 그 일이 있은 후로 다시 만남을 가지는 것이어서 지금 이렇게 묘한 기류가 두 사람을 맴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많이 생각을 해봤어.”
현호가 조심스럽게 본론을 꺼내었다.
“생각?”
그러한 현호를 향해 하란이가 작게 되묻는다.
“응. 어디서부터 잘 못이 된 것인지. 무엇이 문제였던 건지.”
“......”
“그래서 지금 내린 결론이 뭔 줄 알아?”
하란이는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현호는 그에 신경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어리석고 바보 같았다는 거야.”
유학을 떠나는 날 현호는 하란이와 헤어진다는 것이 차람으로 안타까웠고 슬펐다.
자신이 가고나면 어머니와 오빠의 등살에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하란이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상황이라 그 걱정은 상당히 컸다.
그래서 현호는 유학을 떠나는 길이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처음엔 그것이 그저 아끼는 여동생이어서 그런 것인 줄 알았다.
하란이가 가여워서 그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떠나고 시간이 지나 중간에 군대도 다녀오고 했지만 집안 대 집안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지나와의 만남으로 인해 하란이와는 연락을 하지 못했다.
지산에게 잘 대해주고 밝은 지나는 정말로 괜찮은 여자였다.
직접 자신 때문에 미국에까지 찾아오기도 헤서 미안하기도 하고 매력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현호는 그런 지나에게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마음 한켠이 편하지가 않았고 지나와 심리적 거리감이 전혀 좁혀지는 것 같지가 않아서 였다.
그래서 사귀는 내내 지나와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고 데이트를 하면서 꾀나 오래 만났는데도 깊은 관계가 되지도 못했다.
지나 정도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여자여서 왜 그럴까 생각도 해봤다.
왜 자신이 그녀를 받아드리지 못 할까에 대해서 고민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찾은 끝에 현호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자신의 마음에는 이미 하란이가 예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어릴 때부터 돌봐주고 아꼈던 여동생으로써 좋아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그 마음이 실은 그게 아니라 이성으로써 그때부터 마음에 싹트기 시작했었던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후로 현호는 지나에게 미안해서 더욱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미국에도 찾아오고 신경도 써주는데 자신은 그저 형식적으로 대할 뿐 진심으로 마음이 우러나오지도않고 그저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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