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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59화 (559/812)

〈 559화 〉 559화 실행력

* * *

“이거 먹고 진정 좀 시켜.”

“고마워.”

그래서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감사의 인사는 전하는 지나였다.

이러한 행동들을 보면 그래도 맡언니라고 잘 챙겨주는 편이다.

컵을 받아들고 물을 마시고 있는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열 내지마.”

차이링이 위로의 말을 건냈다.

“열 내는 거 아니야. 그냥 황당해서 그래.”

지나는 자신이 열받아서 그런게 아니라고 답했다.

사실 세 사람이 욕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황당했다.

그 그림이 황당해서 그랬던거다.

“네 마음을 다 이해하니까 내가 이렇게 시원한 냉수 한잔 가지고 온 거 어니겠니? 그거 다 먹고 속 좀 풀어.”

“어떻게 이해하는데?”

“너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한 발 늦어서 그러잖아.”

“내가 언니인줄 알아?”

“어머? 그럼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아니었구나? 난 또 그런 줄 알았지. 후후훗...!”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짓는 차이링의 모습에 지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만석과 그렇게 둘이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 팬티하나만 입고 들어서는 차이링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당혹스러웠다.

‘여자끼리 키스라니......’

전에도 차이링과 키스를 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이만석을 위해 이벤트 성으로 한 행위인줄 알았었다. 헌데 오늘 또다시 차이링과 혀를 섞으며 키스를 주고받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키스만이 아니지.’

둘이서 같이 성기를 핥고 겹쳐 누워서 동시에 관계를 가지다니 하란이로써는 전혀 생각지 않은 일들이었다.

“그래도 오빠가 만족 했으니까.”

좀 많이 당황스럽고 부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만석이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하란은 그것에 위안을 삼으려했다.

위이잉­!

그때 옆에 놔두었던 핸드폰이 진동을 하며 울렸다.

음소 거를 해놓은 상태라 이렇게 진동으로 전화가 왔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폰을 들어 올린 하란이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현호오빠?”

전화에 찍힌 사람은 놀랍게도 다른 누구도 아닌 현호였던 것이다.

잠시 전화를 받을까 망설이던 하란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그날 이후 꾀나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하란이여서 너머에서 들려오지 않는 말소리에 다시 입을 열지 못하고 정적이 이어졌다.

그렇게 약 십여초의 시간이 지났을까, 폰의 너머로 익숙한 그 음성이 들려왔다.

[전화 받는구나.]

“.....”

그날 집앞으로 찾아온 현호의 고백을 하란이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그 고백을 받았다면 상당히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잊지 못하던 첫사랑이바로 현호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옛날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뒤였고 한국으로 돌아와 이어진 현호의 고백에 하란이는 받아 둘 수가 없었다.

[오늘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시...간?”

[오랜만에 대화도 좀 나누고 그러고 싶은데.]

“......”

[안 될까?]

“오빠 난...”

[나와 만나달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예전처럼 이렇게 서먹한 사이가 아니라... 다시 예전처럼 친안 오빠 동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해서 그래.]

반년이 넘도록 연락 없이 지낸 것을 보면 확실히 그날 이후로 현호와 사이가 많이 벌어졌다고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보았고 그때는 지나와 만나고 있었으니 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현호도 한국에 있고 지나와 헤어지지 않았던가.

[잠깐 이면 돼.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 뺐지 않을게.]

“......”

[지금 너희 집 앞에 있어.]

하란이 대답을 하지 않자 현호가 다시 말했다.

“나 지금 집에 없어...”

[외출했나 보구나?]

현호는 아직 자신이 집을 나와서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하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라 나... 집에서 살고 있지 않아.”

[그게 무슨...? 나와서 따로 살고 있다는 말이야?]

“응.”

[그렇구나. 반년 사이에 여러 일이 있었나보네.]

하란이의 아버지가 대선에 출마하여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 현호인데다 하란이가 집안에서 어머니와 오빠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럼 네가 그곳으로 갈게.]

“온 다고?”

[허락 해준다면 근처로 갈 테니까 잠시 대화 좀 나누었으면 좋겠어.]

“오빠...”

[부탁할게.]

유학 가기 전이나 예전 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은 현호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이 하란 이에겐 복잡하게 다가왔다.

사람의 운명이 이리도 기구한지 상황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알았어.”

[만나 주겠다는 얘기야?]

“응. 근처 카페 문자로 보내줄 테니까 거기서 만나.”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하란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오빠는 정말로 예전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하란이는 자신에게 전화를 건 이유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좋은 오빠 동생사이로 돌아갔으면 해서라는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느꼈다.

그날 현호가 자신에게 술 먹고 찾아와 고백을 한 날 그의 속마음이 어떤지 잘 알게 되었다.

지나와 만남을 가지면서도 그 때문에 마음을 잡지도 못 했다고 했고 헤어졌다고 얘기를 해주었다.

반년이 넘는 동안 연락도 없이 지내다 이렇게 다시 전화를 건 것인데 정말로 마음을 정리한 것인지 하란이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면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하란이도 현호를 잊는데 꾀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 원인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만석이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현호가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를 이만석이 채워 주었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을 넘어 이젠 다른 사람은 도저히 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호가 하란이처럼 그런 사람을 찾았는지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고 오빠도... 우린 너무 서툴렀던 거야.’

하란이는 미국으로 떠나는 현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다.

아니 그게 아는 오빠로서가 아닌 이성으로써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를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고백을 하는데 상당히 망설였을 것이고 결국엔 하지 못했을 공산이 컸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현호 또한 자신과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 상당히 서툴렀고 마음을 표현하는데 애를 먹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그때 술을 먹고 와서 진심을 털어놓은 것 아니었겠는가.

결국 그런 소심한 행동이 두 사람을 엇나가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란이의 옆에는 이만석이 있었다.

‘다시 예전의 사이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난 받아드릴 수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난 마음을 열어 줄 수가 없어.’

현호가 자신을 얼마나 위하는지 알고 있다.

어렸을 때도 그렇게 친오빠만큼이나 자신을 챙겨주고 아껴주었다.

배다른 남매이지만 그래도 가족이고 오빠들이었다. 물론 하란이는 그때까지 자신이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줄도 몰라 못나서 미움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때 현호는 그런 오빠들의 빈자리를 채워주었고 친 여동생처럼 아껴주었었다.

그래서 현호가 하란이는 좋았고 첫사랑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현호를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사랑하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이젠 아는 오빠로써 좋아하는 것이지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현호가 전화로 한 그 말이 정말이고 정리가 되었다면 하란이는 좋게 받아 드릴 수 있을 것이었다.

헌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하란이는 현호에게 마음을 열어 줄 수 없었다.

‘오빠의 말이 사실이길 바랄게.’

하란이는 그렇게 현호에게 문자를 보낸 후 잠시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었다. 방문을 열고 나서는데 차이링이 물 잔을 들고 지나의 방에서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디 가?”

“잠시 밖에 좀 다녀오려고요. 지나씨는요?”

아까전의 일로인해 지나가 많이 놀라지 않았나 해서 하란이 차이링을 향해 상태를 물어보았다.

“괜찮아. 큰일도 아닌데 뭘.”

조금 전의 그 일을 가볍게 취급하며 농담으로 넘기는 차이링을 보고 있으면 하란이는 이 언니가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큰일들을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는 것에는 참으로 타고난 여자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어쩌면 안나씨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차이링 언니 일 수도 있어.’

두 사람 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매한가지 였는데 안나는 그래도 겉으로 차가운 시선에 가까이 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품고 있어 주의를 할 수 있지만 차이링은 그렇지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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