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0화 〉 550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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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이만석은 수의사라는 말에 이채를 띄었다.
“네, 제가 동물들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픈 동물 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어요. 그러다 사고로 죽은 길고양이나 강아지들, 다른 여러 동물들이 죽어가는 걸 보면 많이 슬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꿈이 수의사였어요.”
원래 꿈이 수의사였다니 좀 의외였다.
아이돌이나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많고 인기도 많은 직종이어서 세린 또한 그런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수의사라는 건 전혀 생각지 못한 직업이었다.
“그럼 왜 아이돌 가수가 되었어?”
당연히 수의사 였으면 가수가 된 것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물만큼이나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 하거든요. 그래서 중학생 때 처음으로 가요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한 번 나가보라고 해서 나갔다가 운이 좋게도 상을 탔어요.”
“노래를 잘 했나보지?”
“전 평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나가게 된 건데 거기서 상을 받고나서 저도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게 방송을 탄 이후로 노래도 잘하는데다 외모도 예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고 금세 인터넷, SNS에서 화제의 인물로 등극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본인이 사진을 올려서 된 것이 아니라 가요제에 나왔던 방송 영상이 떠돌면서 자연스럽게 미소녀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번 그와 비슷한 지역 가요축제나 비슷한 프로그램에 참여를 해서 상을 더 탔고 시간이 지날수록 세린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연예기획사에서 접근을 해왔던 것이다.
“이런 기회도 흔치가 않았고 집안 형편도 좋지가 않아서 연습생으로 들어오면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게 지원도 해주겠다는 얘기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연습생으로 활동하던 이들 중에 세린을 포함해 다섯 명의 멤버를 선발하고 뽑아 그렇게 로즈걸스로 데뷔를 하였는데 가히 생각했던 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그해 한해 로즈걸스는 연말 시상식에서 가요부문에서 신인상까지 타게 되면서 성공적인 한해를 보내게 된다.
“그럼 수의사의 꿈은 이제 접게 된 건가.”
얘기를 들어보면 그 쯤에 수의사에 대한 꿈을 접은거 같았다.
“의사가 되는 게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쉬운 게 아니잖아요.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게 아주 어렵다는 걸 깨달았어요.”
노래 연습도 하고 안무도 배우며 하루 종일 연습실에서 씨름을 하다보면 녹초가 되기 일상이었다.
그렇게 밤새 늦게까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하다보면 학교에 가선 조는 게 일상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수업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번 돈으로 불우이웃도 돕고 동물구호소에도 기부를 하면서 도움이 되고 있어요.”
“구호단체에 지원을 하는 쪽으로 바꾸었다는 얘기군.”
“수의사가 되지 못 한 만큼 그렇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수의사가 되지는 못했어도 구호단체에 기부를 통해 동물들을 구하고 간접적으로 보살펴 줄 수 있었다.
세린은 그렇게라도 불쌍한 길고양이나 강아지, 동물들을 구하고 싶었다.
“생각이 깊어.”
“네?”
“내가 20살일 땐 나먹고 살기 바빠서 누굴 돕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거든.”
“20살에 바로 직장에 다니신 거예요?”
“아니, 군대에 있었어.”
“......”
“성질 더러운 맞선임을 만나서 갈굼이 장난 아니었지.”
“많이 힘들었겠네요...”
“그래도 훈련은 받을 만 했어.”
요즘에는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군 생활은 역시 부대에 갇혀 사회와 단절 된 생활에서 찾아오는 단체생활의 힘든 점은 똑같을 것이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만석은 세린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어땠는지, 한 번 말문이 제대로 열리자 세린은 쉬지 않고 이만석에게 웃으며 얘기를 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 참으로 빨리 지나가듯 금세 가는 것 같았다.
“오빠 오늘도 늦게 들어올까요?”
둘이서 식사를 끝내고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는 하란이 안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찻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마신 안나가 고저가 없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전화 해.”
“전화요?”
“신경 쓰이면 전화하면 되잖아.”
“그렇긴 한데...”
한 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하란이의 말에 안나가 다시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뭐가 걱정이야.”
“전화를 걸면 질투를 하는 것 같잖아요. 저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게 뭔 말이지..”
“네?”
자신의 대답에 이상하다는 안나를 향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그 녀석 여자 친구라며.”
“맞아요.”
“연인사이라면 당연히 질투도 할 수 있고 하는 거지 좋아하는 감정에서 나오는 게 질투로 알고 있는데 틀렸나.”
“그렇긴 해요. 하지만 질투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나 같으면 전화했어.”
단칼에 잘라 말하는 안나의 말에 하란은 마치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안나의 본심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에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저리 말하니 나무라는 것처럼 들려왔던 것이다.
그 후로 다시금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은 안나가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물어보세요.”
똑바로 처다 보는 안나의 시선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기 힘든 하란이었다.
얼음장처럼 시린 저 차가운 눈을 보고 있으면 절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 같았다.
“민준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지.”
“오빠 말이에요?”
“......”
안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하란이도 안나가 이런 말에 대답을 안 한다는 것은 그렇다는 뜻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오빠의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까?”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하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안나씨는 오빠를 보면서 그런 생각 안 들어요?
“......”
“무뚝뚝하고 거칠어 보여도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요.”
“......”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많이 챙겨주고 그리고 힘들 때 기댈 수 있게 자신의 어깨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오빠는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찾아와서 구해주었어요. 그때는 정말로 무서웠는데 오빠가 나타나서 구해주었어요.”
필리핀 갱들에게 납치를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하란이는 마음이 다 아찔했다.
입이 틀어 막히고 정신을 잃었다가 차려보니 허름한 폐 공장이었다. 너무 무서워 몸이 떨렸고 이대로 죽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심에도 사로잡혔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눕히고 옷을 벗기며 강간을 하려고 하자 하란이는 이만석을 생각하며 눈물이 나왔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때 이만석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었고 다행이 강간은 당하지 않았었다.
마음속으로 구해달라며 빌었는데 정말로 동화속의 왕자님처럼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었던 것이다.
그때의 일은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그리고 안나씨는 모르겠지만 전에는 오빠가 지금과는 달랐어요.”
“뭐가 다르다는 거지.”
“처음 오빠를 만났을 때는 무뚝뚝하지도 않고 차분하지도 않았어요.”
“......”
“만나면 먼저 손을 흔들고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면서 말도 많았어요.”
그때와 지금의 이만석을 생각하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성격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렇게 헤실 거리지도 않고, 활달했던 것도 많이 차분하게 변했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눈빛 또한 그때와는 달랐다. 지금은 뭔가 날카로우면서도 절제되어 있었다면 그때는 한상 웃음기를 머금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상당히 말수도 줄었고 헤실 거리지도 않으며 차분해졌다.
“전에는 오빠가 어땠는지 안나씨는 생각도 못 할 걸요?”
자신의 이 말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그녀를 보면 자신의 이런 얘기에 놀란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지금의 오빠가 싫은 건 아니 예요. 오히려 더 믿음직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의지를 하게 돼요.”
“그래서 민준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얘긴가.”
“네, 맞아요.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남자들 중에 오빠만큼 사랑하게 된 사람은 없어요.”
하란이는 더 이상 이만석이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다른 남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와 함께하고, 그와 같이 지내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했다. 물론 하란이의 첫사랑은 현호였지만 그때도 물론 마음이 애틋했겠지만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안나씨는 어때요?”
“나?”
“오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도 없어.”
“정말인가요?”
다시금 되물어 오는 하란이의 물음에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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