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6화 〉 546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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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오겠다고 해도 믿게 되겠지.’
북한의 김정일은 고사하고 미국의 백악관에 찾아가 존 마이클 대통령과 만나고 오겠다고 말해도 김현수 대통령은 충격을 받을지언정 거짓이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이만석이 였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도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대에 들락거리는 있는 것 자체도 사실 현실성과 동떨어진 일이기는 했다.
그것도 정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나타났다 다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누구를 만나고 온다고 한들 믿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나 나오던 순간이동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북한에 다녀오겠다니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 한 사람 밖에 없을 걸세.”
사회가 만들어 놓은 국가의 영토나 틀에 대해서 유일하게 제약을 받지 않는 존재일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저러한 능력을 가진 자가 이만석 한 사람 뿐이라면 말이다.
정말로 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김현수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이만석은 손목시계를 확인 하고는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얼마간 통화음이 가는 듯싶더니 곧이어 세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민준씨에요?]
“그럼 이 번호로 전화 거는 사람이 저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네요...]
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12시 30분쯤 되었으니까 30분 후에 전에 내려주었던 장소 앞에서 전화 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오시는 거예요?]
세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금 물어왔다.
“간다고 했으니 가아죠.”
이만석은 당연히 간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것도 그러네요.]
되묻고 수긍하고 되묻고 수긍하는 세린의 말투에 이만석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그럼 도착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워프를 통해서 왔으니 물론 돌아갈 때도 워프를 통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차를 끌고 왔다가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30분 안에 도착하지 못 할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집까지 가는대만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돌아가는 이유가 차량을 가지러 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이걸로 됐으니까 쉬어.”
이만석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대기하고 있는 안나에게 그렇게 말을 전했다.
특별히 이유에 대해서 묻지를 않고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이다. 이만석이 됐다고 하면 된 것이다. 그가 고용을 했으니 그가 됐다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오빠 어디가?”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온 하란이 다시 집을 나서는 이만석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온 거보고 차 한 잔 끓여주려 했는데.”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약속?”
“어제 말 한 거.”
“아이돌 가수인 세린 말이야?”
“응.”
일족과 관계 된 약속인 줄 알았는데 세린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하란이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알았어, 조심해서 다녀와.”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데 좋아할 여자 친구가 어디 있겠느냐만은 지금 이만석의 관계는 그런 일반적인 연인관계가 아니었던지라 그에 대해서 표현을 하지 않았다.
“점심 먹고 들어올 거 같으니까 먼저 안나하고 같이 먹어.”
“그럴게.”
그러고는 다시 집을 나서는 이만석의 뒷모습을 하란이 현관문까지 배웅을 해주며 지켜보았다.
‘이정도의 일로 흔들리면 안 돼.’
이럴 때 일수록 더욱더 마음을 굳건하게 먹어야 했고 이미 차이링과 지나도 있는 마당에 크게 불안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자신만 제대로 마음을 잡고 지키고 있다면 그러면 되는 일이었다.
이만석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에 대해서 믿으면 되는 일이다.
“안나씨에게 차 한자 먹을 건지 물어봐야겠다.”
몸을 돌린 하란이가 안나의 방으로 향했다.
“밖에 나가려고?”
원피스 차림에 화장도 하고 머리까지 손질한 세린을 보고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응, 잠시 다녀올 때가 있어서.”
“어디 가는데?”
“잠시 친척집에 좀 다녀오려고. 어머니가 오셨는데 오늘 쉰다고 하니까 잠시 오라고 하셔서 말이야.”
“아... 그래?”
친척집이 이 근처에다 전에도 쉬는 날에 다녀온 적이 많아서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저녁은 먹고 오는 거야?”
“아직 잘 모르겠어. 그렇게 되면 문자 보낼게.”
“너, 어디 가?”
그때 2층에서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는 제이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친척집에 좀 들렸다 오려고.”
세린은 또다시 친척집에 다녀온다는 말을 전했다.
“부모님 오셨어?”
“응.”
“그럼 저녁 먹고 오겠네?”
“아직 잘 모르겠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 세린은 거짓마을 하려니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휴일을 맡아 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시면 친척집에 들렸다 같이 외식도 하고 그런 적이 몇 번 있었다. 그건 세린뿐만이 아니라 바빠서 집에 잘 가지 못 하는 다른 멤버들의 부모님도 서울에 올라오면 가족과 같이 휴일을 보내고 하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다.
남자 만나러 나간다고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멤버들에게 이런 거짓말을 해야 하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사단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지만 어쨌든 거짓말이지 않은가.
그때 캔 음료를 마시며 2층 난간에 기대어 내려다보고 있는 리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리나의 입이 아주 느린 속도로 벌어지며 움직이는데 아마도 뭔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보라는 건가?’
입모양이 느리게 변하는 것을 보니 자신보고 보라고 그러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가 싶어 가만히 입모양을 보며 하는 말을 맞춰보던 세린은 순간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것을 느꼈다.
‘거짓말...잘 하네.’
입모양을 따라 읽어보니 거짓말 잘 하네라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입 고리를 말아 올리며 웃음을 짓는데 가슴이 찔리기도 하고 부끄러운 세린이 그대로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찔리나보네.’
주방 쪽으로 도망가듯 사라지는 세린을 보면서 리나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렇게 당황하며 서둘러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저렇게 그 남자가 좋을까 싶었다.
“언니, 뭐가 그렇게 웃겨?”
그때 뒤에서 희라가 다가오며 난간에 기대어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리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냥... 웃었어.”
“그냥 웃었다고?”
“왜 1분 웃으면 10분 동안 줄넘기를 한 효과를 얻는다고 하잖아.”
“뭐야 그게?”
“너 몰라? 티비에서 운동 강사가 나와서 말해주던데.”
“억지로 웃어도 효과가 있어?”
“웃는 것 자체가 좋다고 그러더라.”
그러고는 다시 작게 웃음을 짓는데 그 모습에 희라가 별 흥미 없다는 듯 다시 걸음을 옮겨 1층으로 내려갔다.
‘이걸로 또 며칠 동안 놀려먹어야지.’
주방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리며 남은 음료를 마시던 리나는 새삼스레 세린도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할 줄 안다는 것을 느꼈다.
‘콩깍지가 씌니까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네.’
참 놀랍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린에 대해서 새로운 면을 많이 보는 것 같았다.
“조심해야지.”
리나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세린이 물 컵에 냉수 한 잔을 받아 그대로 벌컥 이며 마셨다.
‘다 지켜보았을 거야.’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난간에 서서 다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부끄러웠다.
방으로 돌아온 세린은 다시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50분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예정대로라면 10분 안에 도착을 할 것이 분명했다.
‘1분 1초가 참 느리게 가는 것 같아.’
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세린은 분을 가리키는 숫자가 너무 늦게 바뀌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말로 기다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더 안가는 것 같았다.
‘팬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문득 이런 자신을 두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플랜카드도 만들어서 열혈하게 응원을 해주고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은 싸인을 받기 위해서, 때론 공연을 보기 위해서 예정시간 보다 빨리 나와 길게 줄서있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특히 사진을 옷에 프린트 하여 입고 있는 팬을 보았을 때는 세린은 당혹스러웠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옷에 사진까지 새겨 넣어서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자신을 좋아하기에 그런 것이니 보더라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줄 뿐이지 전혀 부담스러운 내색은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팬을 위한 서비스이자 아이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빨리 보고 싶다.’
이만석이 어서 오기를 바라는 세린은 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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