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4화 〉 544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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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이런 휴일에는 한 참 꿈나라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깊은 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바로 눈이 떠졌던 것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던 세린은 금세 답을 찾았다.
“변명 할 거리도 없겠네...”
그 남자와 만나는 것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참으로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일찍 눈이 떠지고 일어 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시간을 보면 아직 만나기까지 5시간 이상이나 남았고 충분히 늦잠을 자도 되는데 일어난 것을 보면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잠이 많아서 늘 늦잠을 자기가 일수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고 이렇게 일직 일어났다.
희라가 게으르다고 말했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이잉~!
헤어 드라이기를 켜니 곧이어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바람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아직도 촉촉이 젖어 있는 머릿결을 손으로 정성스럽게 말리는 세린은 어느새 다시금 콧소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머리를 다 말린 후 가볍게 얼굴을 미스트를 뿌려 촉촉하게 만들어 놓은 후 일회용 얼굴 팩을 하나 뜯어 조심스럽게 거울을 보며 모양에 맞춰 얼굴에 붙였다.
그러고는 폰 알람을 맞춰 놓고는 침대에 올라가 팩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몸을 눕혔다.
마무리로 손가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일일이 확인을 거친 후 시간이 흐를 때 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어느새 20분이 흘렀는지 알람 시간이 울렸고 세린은 얼굴에 붙어 있는 마스크팩을 조심히 떼어냈다. 그러고는 울리는 폰을 터치를 통해 꺼버리고는 거울 앞으로 이동해 확인을 했다.
“잘 됐네.”
촉촉함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것 같았다.
그 위에 다시 스킨로션, 수분크림 등 피부를 가꾸기 위해 화장품을 바르며 꼼꼼하게 외모를 돌아보았다.
당연히 예뻐보이기 위함이었다.
“음음~!”
역시나 콧노래는 빠지지 않는다.
“뭐가 좋으려나?”
작은 옷장 문을 열어 걸려 있는 여름옷들을 하나 둘 꺼내어 침대에 펼쳐놓은 세린이 검지 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며 고민에 빠졌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아무 옷이나 입고 나갈 수는 없는일.
산뜻한 하늘색 계열의 화사한 원피스를 들어 거울 앞에 맞춰 보기도 하고 리본이 포인트로 자익 되어져 있는 티와 치마를 돌리며 되는 듯 여러 옷을 맞춰보는 세린의 얼굴은 정말로 진지했다.
“흐음...”
그렇게 여러 벌 돌려가며 옷을 맞춰본 세린이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옷이 없는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예쁘게 보여야하는데...”
무대 의상은 코디네이터들이 그때그때 알아서 다 가꾸어주니 참으로 편리한데 이렇게 직접 스타일을 코디를 하려고 하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렇게 여러 번 펼쳐 놓은 옷들을 맞춰보던 세린은 결국 처음에 골랐던 여름에 어울리는 푸른 하늘색의 하늘한 원피스를 들고는 두어 번 더 몸에 붙여 맞춰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았다.
“수수하게 보이는 게 좋을 거야.”
너무 꾸민 티를 내서도 좋지 않고 차분하고 수수해 보이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려 옷을 고르는데 마무리 했다.
똑똑
그때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잠옷 차림의 리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희라가 그러던데 너 아침 일찍 일어났...”
안으로 들어서며 말을 하던 리나는 어지럽게 침대에 빼곡하게 펼쳐져 이는 오들을 보고는 그대로 놀란 표정을 지어다.
달칵
뒤로 손을 밀어서 문을 닫아버린 리나가 걸음을 옮겨 다가와 펼쳐져 있는 옷가지들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고 처다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뭐야 이 난장판은?”
어질러진 옷가지들을 보면서 리나가 중얼거렸다.
“난장판 아니야.”
당황한 세린이 서둘러 옷을 정리해보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그러는 사이 고개를 돌려 화장대에 놓여 있는 다 쓴 마스크 팩과 꽂혀 있는 헤어 드라이기를 확인하고는 허둥대는 세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세린을 바라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너 설마 그 사람 만나러 간다고 이렇게 전쟁을 치루고 있었던 거야?”
“그, 그냥 오랜만에 옷 정리를 하고 있던 참이야.”
“호~ 그러셔? 옷 정리를 하려고 일찍 일어나서 샤워도 하고 마스크팩도 하며 외모를 가꾸었단 말이지?”
“......”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궁색 맞은 변명이었는지 세린은 반박을 하지 못 했다.
“그래서 뭐 입으려고?”
“응?”
“이중에 하나 고르려고 펼친 거 아니야?”
맞았지만 그렇다고 시인하기엔 좀 부끄러운 세린이었다.
희라가 했던 말도 있고 해서 이 때문에 자신이 정말로 일찍 일어난 걸 밝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마당에 숨길게 뭐 있어.”
뭐가 문제냐는 듯 말해오는 모습에 세린은 결국 수긍을 하고 말았다.
자신이 누굴 좋아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알고 있는 리나였으니 숨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만석과 잤다는 것은 밝히지 않아 다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직까지 정하지 못 한 거야?”
말이 없는 세린에게 다시금 리나가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자 세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 들고 있는 원피스 이거 입으려고.”
리나가 세린의 손에 들려 있는 옷들을 바라보았다.
“그거?”
“응.”
“줘봐.”
손을 내미는 리나에게 세린이 들고 있는 원피스를 넘겨주었다.
양쪽으로 팔을 들어 올려 펼쳐본 리나가 잠시 동안 살펴보더니 입맛을 다셨다.
“이거 너무 수수 한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밋밋한데.”
“그래서 그 옷 고른 거야.”
“그래서 골랐다고?”
“튀지 않고 수수해보여서.”
다시 한 번 옷을 살펴본 리나의 입고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청순하게 보이고 싶나 보구나?”
“그,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딱 봐도 그럴 속셈인거 같은데.”
이미 대중들에게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로 먹고 들어가고 있었고 실제로도 또렷한 눈동자에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세린이어서 수수하게 입으면 깨끗한 느낌과 아이돌 답지 않은 튀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순한 느낌이 그대로 물씬 풍길 것 같았다.
티 없이 깨끗한 느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사람 이런 스타일 좋아해?”
“거기 까지는 모르겠어.”
“지나 언니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은 거 같은데.”
지나는 화려하면서도 액세서리에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수수한 차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지나와 이만석이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리나여서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비슷한 차림보다는 이런 컨셉도 나쁘지 않겠다.”
똑같은 화려함 보다는 이렇게 수수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밀어 붙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너도 참 피곤하겠네. 임자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다니.”
세린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릴 수도 없으니 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난 괜찮아.”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서 그래.”
“그런 거 아니야.”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반박을 하는 세린이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욱더 그렇다고 시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리나였다.
“평소에도 그렇게 일찍 일어나면 얼마나 좋아.”
“나도 노력하고 있어.”
“사랑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긴 하네.”
“언니~”
당황하는 세린의 모습이 재밌는지 리나가 쉬지 않고 핀잔을 주면서 골려주었다.
“그래서 오늘 약속 시간이 몇 시야?”
이만석과 만난다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몇 시에 만난다고 했는지는 듣지를 못 했다.
“1시.”
“1시?”
“응.”
“뭐야? 그럼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전쟁을 치루었단 말이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는 리나의 말에 세린은 얼굴이 너무나 화끈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설레어서 오버를 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랑의 힘이란 게 정말로 대단하긴 하다.”
세린은 평소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노력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무리 봐도 자네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그 영역을 넘어섰어.”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바라보고 서있던 김현수 대통령이 몸을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깔끔한 정장 차림에 서있는 그는 놀랍게도 비서실장이라도 함부로 들어설 수 없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와 있었다.
대통령이 업무를 보고 기거하는 거처인 만큼 보안이 철저하고 일하는 직원들이나 요리사, 그리고 정원사나 미용사까지 모두 하나하나 인적사항을 꼼꼼하게 따지고 체크를 할 정도로 아주 철통을 지키는 곳이라 할 수가 있었다.
허나 이만석은 그런 철통보안을 허무하게도 워프를 통한 공간을 이동하는 것만으로 완벽히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한 달도 안 걸렸어.”
걸음을 옮겨 다시 의자에 몸을 앉힌 김현수 대통령이 서있는 이만석을 고개를 들어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론을 움직이는데 자네 보다 뛰어난 사람을 없을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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