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2화 〉 542화 실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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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좋아한다는 게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니까 좀 더 자신을 봐주었으면하고, 그래서 이벤트도 하고 감동을 주기위해 노력도 하지요. 어쩌면 지나씨의 말대로 그걸 통해 자신을 좀 더 사랑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전체에 깔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다 개인의 욕심이고 이기적으로만 치부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처다보는 지나를 향해 이만석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 얘기를 듣고 지나씨의 마음이 좋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지나씨는 이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고 많이 생각을 한 것 같더군요. 저에 대해서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린다면 그에 대해서 시간을 가지고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그럼 민준씨는 제가 이기적이지 않다고 보세요?”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저도 지나씨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을 한다면 상당히 말음이 좋지가 않을 것 같군요.”
“그말... 정말이에요?”
‘물론입니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렇다는 대답을 듣는 순간 지나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니 열까지 나는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이만석이 작게 물음을 던졌다.
“이, 이건 괜찮아요. 그리고 저에게 얘기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아 난 지나가 그대로 서둘러 안방을 나가버렸다.
“저 모습을 보면 또 귀엽다니까.”
저마다 찾아보면 귀여운 모습은 한 두가지는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차이링도 그렇고 하란이도, 그리고 지금의 지나까지.
‘안나는 좀 애매하네.’
무표정한 얼굴의 안나가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가자 이만석이 입맛을 다셨다.
문을 닫고 나와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지나가 문에 등을 기대고는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울다가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이상하게 보였을거야.”
조금 전까진 눈물을 흘리다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그러고 앉았으니 어떻게 볼지 참으로 부끄러웠다.
아직도 그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려 진정이 되질 않았다.
‘민준씨에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만석이 들려주었던 얘기를 다시 떠올리자 가슴이 먹먹해지며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사람에게 그런 가슴 아픈 추억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가 넘쳐 보이는 그 사람에게 그런 큰 아픔이 있었을 줄은 예상하지도 못 했다.
‘난 민준씨의 멋진 모습만 보고 쫓아왔던 거야.’
이번 얘기를 통해 지나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신은 이만석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했다는 것을. 그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는데 이기심만 채웠다는 것을 말이다. 이만석은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결국에 그런 그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또 한 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겨줄 뻔하지 않았던가.
아니 다행히 살아남은 것뿐이지 목숨을 끓으려 행동을 저질렀으니 이미 상처를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혀 성장한 게 없구나.’
그날 이후 좀 더 성숙해 지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지나는 자신이 아직도 거기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만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컸다.
샤워를 하기 위해 나왔던 안나는 뛰어 들어간 지나의 문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거의 들어갈 때 문을 열고 나와서 지나는 보지 못 한 것 같은데 안나는 그 짧은 시간에서도 지나의 눈가에 묻어 있는 눈물자국을 보았다.
손에도 손수건이 들려 있었으니 울었던 것이 확실해 보였다.
욕실로 향해 스위치를 보니 불이 꺼져 있어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달이 밝을 때는 불을 켜지 않고 비춰 들어오는 달빛에만 의존하며 샤워를 즐기는 그녀였는데 오늘은 구름 한 점도 없고 괜찮아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CIA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다보니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어둠에 더 익숙해져 있는 그녀였기에 더욱 그랬다.
어둠속에서 조용히 기척을 죽이고 씻은 적이 많았던 그녀여서 오히려 이런 분위가가 그녀의 마음을 더욱더 차분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옷가지를 주섬주섬 벗어 던지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다 벗고 나니 탄력 넘치는 매끈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다만 전장에서의 상처들로 인해 몸 여기저기에 흉터가 남아 있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정말로 절록한 허리에 구릿빛 피부의 건강미 넘치는 섹시한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쏴아아!
걸음을 옮겨 샤워기 손잡이를 올리자 머리맡에 걸려 있던 샤워기 분수구에서 시원한 물줄기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결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안나의 머릿결을 적셔 목을 타고 내려왔고 젖가슴을 지나 다리를 따라 아래로 흘러 하수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개를 들어 쏟아져 내리는 냉수를 맞으며 손으로 가볍게 세수를 하듯 쓸어 올린 안나의 두 눈이 천천히 감아졌다가 떠졌다.
표적을 잡기 위해 뒤를 쫒아 기회를 엿볼 때는 한 달 이상동안 샤워는 물론이고 세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적도 많았다.
음식도 간단히 고열량의 초콜릿이나 이런 것들의 위주로 때웠고 그 덕분에 임무를 맡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하루 동안 뻗어버리기 일수였다.
그래서 꾸준히 체력을 관리하고 쉬는 날 동안엔 다시 몸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게 안나의 주된 일상이었다.
임무가 없다고 해서 나들이를 가거나 유흥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같이 다른 해결사들처럼 보수금을 그렇게 즐기기 위해 쓰거나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스위스 은행에 안나의 계좌로 된 뭉칫돈이 생각 이상으로 두둑하게 모아졌지만 지금은 그 돈을 빼서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미 CIA쪽에서 조취를 해놓았을 것이 틀림이 없었으니까.
특히 중동과 같이 기후가 덥거나 습한 지역에서 활동을 많이 했던 그녀여서 이렇게 차가운 냉수로 샤워를 하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었다.
겨울에도 뜨거운 물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샤워기를 끄고 세워져 있는 샴푸 통에서 두 어 번 눌러서 짠 후 머리를 감았다. 샴푸니 린스 이런 것을 보통은 많이 따지겠지만 그녀는 샴푸를 쓰는 것은 고사하고 머리를 감을 수 없었을 때가 많아 비누만으로도 감지덕지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녀는 보통 샴푸로 한 번 머리를 감지 린스나 머리의 윤기를 살려주는 다른 세안용품은 사용하지 않았다.
샴푸가 없다면 비누로 아무렇지도 않게 감는 것이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품이 일고 머리를 다 감은 후에 다시 물을 틀어 머리를 헹구었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샴푸의 거품을 씻겨내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그때 갑자기 샤워실의 불이 켜지더니 닫혀 이던 문이 열렸다.
쏴아아
여전히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표정한 안나와 이만석은 그렇게 잠시 동안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있었으면 말을 하지.”
그러다 침묵을 깨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노크도 하지 않고는 되도 않는 얘기를 말하는 이만석을 두고 안나가 눈을 깜빡이더니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나가.”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그 음성에 이만석은 대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물러서며 발을 빼고는 문을 닫았다.
옷가지들을 들고 다시 안방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만석이 입맛을 다셨다.
‘여태까지 그럼 불을 키지도 않고 샤워를 했나?’
지나 다음으로 샤워를 하려고 기다렸다가 그녀와 대화를 끝낸 후 예정대로 향했는데 어느새 그곳엔 안나가 먼저 와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 켜져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평소처럼 키고 들어가다가 샤워기 앞에 서있는 안나의 나체를 그대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구릿빛 피부의 그녀의 몸매는 적당히 자리 잡은 근육과 미끈한 몸매 그리고 탄력적이게 자리 잡혀 있는 봉긋한 젖가슴은 누가 봐도 섹시하다고 할 만큼 일품이었다.
옆구리를 포함해 자잘한 흉터들이 눈에 띄었지만 오히려 그게 더 그녀다운 매력과 섹시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쁘지가 않았다.
안 본 것 같으면서도 이미 이만석은 안나의 몸을 한 차례 다 훑은 다음에 그녀의 얼굴로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나보군.’
갑작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자신에게 처음으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를 보였으면서도 안나는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이 샤워중이니 다시 나가라는 것처럼 간단하게 한 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조금 당황했던 것은 이만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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