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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40화 (540/812)

〈 540화 〉 540화 실행력

* * *

‘난 아직 민준씨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 하는데...’

전에 이만석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렸다. 라면 가격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을 때 그의 입가에 지어진 씁쓸한 미소와 애환이 느껴지는 설명에서 지나는 이만석의 또 다른 뭔가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생각 끝에 든 것은 그에게 예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한데 그게 경제적인 일인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후로 지금 이만석과의 사이에서 하나의 벽이 세워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소처럼 지내려하지만 그날 이후로 지나는 이만석과의 거리감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편치가 않았는데 세린에 대해서 얘기까지 듣게 되니 더욱더 가슴이 찹찹해져왔다.

한 숨을 내쉬며 몸을 담구고 있던 지나가 갑자기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론 안 되겠어.’

탕을 나온 그녀가 마개를 뽑고는 샤워기를 틀어 몸을 씻어냈다. 그러더니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 머리도 대충 닦아내고는 가지고 온 속옷과 옷을 입고는 욕실의 문을 열고 나섰다.

이러한 마음으로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었다.

어떻게는 찹찹한 이 기분도 그렇고 풀어야 할 것은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이만석이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가만히 생각만 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막히면 부딪히면 되고, 모르면 알아 가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문 앞에 멈춰선 지나가 크게 호흡을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팬티차림의 이만석이 눈앞에 드러났다.

“음?”

옷가지를 들고 있던 이만석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입가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샤워 다 하셨습니까?”

“네.”

“그럼 저도 하러가야겠군요.”

사각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이제 익숙한 지나가 이만석 혼자 있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가 살며시 문을 닫았다.

“잠시만 시간 되요?”

지나는 이만석에게 양해를 구했다.

“시간 말입니까?”

“네.”

“샤워하러 가려던 참인데... 바쁜 것도 아니고 시간이야 충분합니다.”

샤워를 하고 갈아입을 추리닝과 티를 한 쪽에 놔둔 이만석이 다시 지나를 봐라보았다.

“긴 얘기 입니까?”

“길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 침대 옆에 놔두고는 자신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자신보고 가져온 의자에 앉으라는 것으로 알아들은 지나는 걸음을 옮겨 의자에 몸을 앉혔다.

잠시동안의 대화라면 이만석도 전혀 응해주지 못한 일유가 없었다.

“지나씨가 머리도 다 제대로 안 말리고 온 걸 보니 중요한 얘기인가 보군요.”

보통은 꼼꼼하게 드라이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만석이어서 촉촉이 젖어 있는 그녀의 머릿결에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에게 할 말이라는 게 뭡니까.”

말 해보라는 듯 처다 보는 그의 시선에 지나가 진지한 얼굴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민준씨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지나의 표정은 상당히 진중했다.

“물어보고 싶은 거?”

“네.”

“어떤 거 말입니까.”

지나의 진지한 눈빛을 본건데 가벼운 얘기는 아닌 것 같았다.

샤워하러 들어갔다가 탕 안에서만 생각을 10분 이상 하고 앉아 있던 상황에 온 것이니 빼지 않고 확실하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여기서 어물쩍하게 넘어갔다가 지금 느끼고 이는 이 거리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떨쳐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빼지 않고 확실하게 물어볼 필요성이 있었다.

자신을 처다 보는 이만석을 향해 지나가 얘기를 꺼냈다.

“그때, 민준씨가 했던 말 있잖아요.”

“했던 말?”

“라면 가격을 저에게 물어보고 설명을 해줄 때 말이에요.”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이만석의 물음에 지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물어본다는 게 다른 쪽인가 보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무슨 일이라니요.”

“그날 제가 1200원이면 공짜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고 했을 때 민준씨는 웃음을 지었어요. 그것도 상당히 씁쓸한 웃음 말이에요.”

“음...”

“거기다 제가 느끼는 경제 불황과 시민들이 느끼는 불황은 다르다면서 설명을 해줄 때 마치 민준씨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애환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것을 민준씨의 목소리에서 느꼈어요.”

“그렇군요...”

이만석이 지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민준씨 얘기를 듣고 좀 충격을 받았어요.”

계속 얘기를 해보라는 듯 처다 보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알고 있는 민준씨와는 또 다른 사람의 느낌을 받았다는 게 맞을 거예요. 어쩌면... 제가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거기까지 말한 지나가 잠시 말을 멈췄다.

조용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벽걸이 시계의 초침이 한 바퀴를 다 돌 때쯤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준씨는 누구죠? 내가 모르고 있는 민준씨의 또 다른 모습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지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그의 다른면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방에 찾아온 것이다.

“그게 궁금한 겁니까?”

“네.”

이제 지나가 왜 찾아 왔는지 알게 된 이만석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담배 하나만 피워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대답에 자리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창문을 열고는 침대 옆 탁자에 올려 져 있는 담배 갑과 라이터, 그리고 재떨이를 가지고 왔다.

한 개비를 입에 문 이만석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가볍게 한 모금 폐 깊숙이 흡입하고는 천천히 내쉬었다.

“예전 일에 대해서 알고 싶다 이 말이군요.”

“예전일이 민준씨의 씁쓸한 웃음의 원인이라면 맞아요.”

어떤 얘기를 꺼낼지 모르겠지만 이만석이 담배를 입에 무는 모습에 지나는 확실히 좋은 기억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괜히 자신 때문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석은 자신이 입을 열 때 까지 이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지나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얘기를 꺼내니 또 이런 상황이 오게 되는군.’

댐이 구멍이 나면 점점 켜져 무너져 내리듯 이런 상황이 또 오게 되었다. 물론 한 집에 살을 부대끼며 살다보면 여러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고 특히 일반적인 사이가 아니라면 으레 물어올 수 있는 얘기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만석은 차이링을 끝으로 다시 가정사에 대해서 들추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그가 보기엔 지나의 눈빛이 이대로 그냥 지나갈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상당히 진지함이 엿보이고 있었다.

‘그때의 눈빛과 비슷한데.’

지나의 저 눈빛을 이만석은 본 적이 있었다. 지나가 극단 적인 선택을 하고 다시 집 앞에서 마주했을 때, 그때의 지나의 눈빛도 상당히 진지했다. 진지한 것을 넘어 진한 애정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지금의 지나가 풍기는 분위기는 그때와 비슷했다.

‘충격을 받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1200원이면 공짜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는 말에 지나의 말대로 씁쓸함을 느껴 조금 얘기를 해주었을 분인데 그게 그녀에게는 좀 충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게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르겠군.’

이런 상황에 온 것에 대해서 조금 난감한 것을 느꼈지만 한 편으로는 그 얘기를 지니가 상당히 고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번 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이 좀 달라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원히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지나와 다시 해어질 생각이 없다면 결국에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알게 될 일이었다.

다만 그 시기가 좀 생각했던 것 보다 빨리 온 것이 문제였지만 그 계기를 보면 그렇게 나쁘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예전 일에 대해서는 꺼내고 싶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얘기해주기 어렵다는 말인가요?”

“쉽지는 않지요.”

이만석이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얘기라는 말에 지나는 보통이 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말할 정도면 이런 질문을 해온 자신에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나씨가 정 알고 싶다고 한다면 얘기해 드리도록 하죠.”

찹찹한 마음이 커져가는 가운데 이어서 들려온 말에 지나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정말인가요?”

“계속해서 숨긴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같이 살다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니까. 좀 그렇긴 하지만 얘기해 주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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