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4화 〉 534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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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은 한 동안 그렇게 차이링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다고 하지만,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의 눈가를 닦아 주었던 그녀였지만 이미 눈물샘이 터진 뒤였고 다시 살며시 안아 주어 토닥여 주자 더 이상 말없이 안 기어 있었다.
한 번씩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그녀가 지금 울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만석은 그런 차이링의 등을 조심스럽게 아무 말 하지 않고 토닥여 주었다. 8살의 어린 소녀의 나이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자인한 일이 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더러운 손을 뻗쳐 저지른 행위들은 8살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였을게 분명했다.
마을 에서도 꾀나 부유 했을 이들, 당과와 같이 군것질 거리를 쥐어주며 예뻐해 주었던 그 아저씨들이 자신에게 그런 변태적인 행동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거다. 아니 차이링은 변태적인 행동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게 뻔했다.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는 그 손길이, 입을 틀어막고 결박 한 채 거칠게 옷을 벗기어 내는 행위들이 너무나 무서웠을 것이다.
죽는 것이 무엇이지 모르는 그런 어린 소녀였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무서워서 두려움에 떨며 우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냥 말없이 그렇게 크게 울었다고 했다.
그럼 끔찍한 고통을 겪은 것도 모자라 시창가의 사람들에게 10살이 되던 해애 팔아버렸다. 그녀의 음부를 건드리지 못 하게 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던 것이다. 처녀냐, 아니냐에 따라 상품가치가 아주 크게 달라지게 때문이다.
이만석은 왜 그녀가 장차오를 그 분이라 칭하며 좋게 보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또한 차이링에게 냉정했을 지언정 그녀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람이었다. 그때 그 사람이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면, 차이링은 지금 이만석을 만나지 못 했을 것이다.
시창가에서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의 외모가 아름다워서 고급 손님들을 접대 했을 지도 모르지만 팔려오기 전부터 당해오던 그 지옥 같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된 다면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악착 같이 이 자리에 까지 올라오게 되었을지 이만석은 가히 생각도 못 할 일이다.
자신은 처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 했고 끝내 암을 선고 받은 채 자살을 택했지만, 이 여자는 자신의 인생을 죽을 각오로 노력을 하여 바꾸었다. 여자의 몸으로, 어린 소녀가 그런 일을 겪고도 남자들 틈에서 그런 험한 세상을 살아오며 삼합회라는 조직에서 간부의 위치까지 올라온 것은 인생 승리라고 해도 다르지 않았다.
이만석은 차이링이 발칙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런 밝은 여자로 알고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잔인하고 냉정한 여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화그룹의 일을 어떻게 처리 했는지 알아보았을 때 이만석은 차이링이 어떤 여자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유순해서는 삼합회라는 조직에서 여자의 몸으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을 숨길 줄 아는 그런 독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니 성공 할 수가 있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도 결국에 여자였다. 이집트에서 돌아와 하란이와 데이트를 하고 돌아온 자신에게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그런 여자였다. 아무리 독한 심성을 품고 험한 세상을 억척같이 살아온 그녀라지만 결국에 차이링도 한 명의 여인이었다.
지금 자신의 품에 안기어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도 그랬다. 이제 다 상처가 아물었다고,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는 듯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그게 아물 상처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만석도 지금까지 그 기억을, 그 고통을 짊어지고 아파하며 애써 무시하면서 살아왔는데 8살의 나이에 그런 끔찍한 일을 겪은 고통이 잊혀 질 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그런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서 이만석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안기어 있는 차이링은 오랫동안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그동안 그녀가 몇 번 운적이 있었지만 그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눈물을 쏟아냈다. 그만큼 마음속에 응어리지고 있던 고통이, 곪아 가던 상처가 고름이 터지듯 눈물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만석은 말없이 그녀의 등을 손으로 토닥여주며 품어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30여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차이링은 겨우 고개를 들 수가 있었다.
이미 그녀의 눈 주변은 많은 눈물을 흘러 부어 있었고 눈동자고 충혈 되어 있었다. 얼마나 눈물을 많이 흘렸는지 알만했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
차이링이 말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그녀가 자신의 눈을 닦아 주었던 것처럼, 이만석이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 주변에 묻어 있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정도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리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후련할 거야.”
가정사에 대해서 차이링에게 알려주었을 때 그녀가 진심으로 아파하며 안아주자 이만석은 그게 참으로 위안이 되었다. 짊어지고 있던 죄책감에 대해서 용서를 해주는 것 같은, 그런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오랫동안 혼자서 애써 무시하며 짊어져 오던 그 안 좋은 추억과 사건에 대해서 이만석은 차이링의 위로를 통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그녀가 자신에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번엔 자신이 그녀를 따뜻하게 품어줄 차례였다.
옷깃을 잡아 당겨 이만석은 그녀의 얼굴에 묻어 있는 눈물들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차이링은 그런 이만석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샤워를 해서 그런지 화장이 번지는 일은 없네.”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만의 말에도 차이링은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만석은 말이 없이 바라보는 그녀의 옆머리를 옆으로 빗어 넘겨주며 정리해 주었다. 그렇게 양쪽 다 빗어 넘겨주고 손을 때어 냈을 때 차이링의 닫혀 있던 입이 열렸다.
“이 얘기만은 당신에게 해주고 싶지 않았어.”
“알아...”
“이미 시창가로 팔려간 여자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어.”
시창가에 팔려가 일했던 여자들은 물론이고 강간을 당했던 경험이 밝혀지면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험한 세상에서 일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고 보게 된다.
세상의 어두운 면에서 일하는 세계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있어 얼마나 잔인한 일이 벌어지는지, 끔찍하고 무서운 일들이 성행하는지 자라면서 보고 듣고, 그리고 뛰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들을 보면서도 첫 살인을 하게 되었을 때 말고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8살의 나이의 이미 너무나 끔찍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 팔려가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순진하고 순박한 산골 소녀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장차오에게 도와달라고 말 했을 때, 내밀어준 그의 손을 잡고 떠나가던 소녀는 이미 마음속부터 복수심을 꿈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말했네.”
망설이다 이 일에 대해선 숨기고 얘기를 했지만 그에 대해서 다시 되묻는 이만석의 시선에서 차이링은 더 이상 숨기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그 자리에서 또 피했다가는 열었던 마음이 다시 벽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그랬다.
“이런 나라도 받아 줄 수 있어?”
그녀의 눈동자에 여전히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이렇게 더러운 일을 당했는데도... 받아 줄 수 있겠어?”
순간 이만석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런 말 하지마라.”
“......”
“아까도 말 했지만 넌 전혀 더럽지 않아.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서 모든 걸 감내하고 감수 할 수 있는 여자잖아. 나에게 넌 과분한 여자야.”
“그렇게 말 해줘서 고마워.”
“이런... 차이링 너야 말로 너답지 않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고마워.”
차이링은 정말로 이만석에게 되려 미안하고 감사했다.
이런 일을 격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해주는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녀는 이만석이 그저 위로를 하려고 형식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이만석이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그가 진심으로 아파하고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만석의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미안하고 너무 고마워, 자기. 아니 민준씨.”
어느새 그녀의 두 눈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만석은 그런 그녀의 눈물을 별 말 없이 손으로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다.
“고마워요...”
진심으로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만석은 가슴이 아려왔다.
한 번도 자신에게 높여 부른 적이 없던 그녀가 존댓말을 하면서까지 고마움을 표했다. 강한척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척 했지만 그 상처가 얼마나 그녀에게 큰 고통으로 자리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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