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532화 (532/812)

〈 532화 〉 532화 대야망

* * *

“응?”

“그때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물어보려 했는데 오늘 네 눈빛을 보고 확실하게 알았어.”

“그래서?”

“이말 들어봤어?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고통은 함께 나누면 줄어든다고 하더군.”

이만석은 그날 처음으로 차이링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목도리에 관해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 끔찍한 일에 대해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혼자서 마음 한 구석에 짊어지고 살아 왔으며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으로,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었다.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것을 이만석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궜었다.

그걸 차이링에게 이만석은 처음으로 털어 놓았던 것이다.

“가정사 애기를 한 것은 네가 처음이었어. 좋은 일도 아니고 할 만한 얘기도 아니라서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해준 적이 없지만 그날 너에게 처음으로 얘기를 한 거야. 그렇게 네 위로를 받고 났더니 마음이 한 결 나아지는 것 같더군.”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의 손길과 위로에 이만석은 처음으로 마음의 고통에 대해서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그녀의 손길 하나가 품에 어렸을 때 따스하게 안아주던 어머니를 생각나게 해줄 만큼 마음의 위로를 받았었다.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마음의 고통에 대해서 공유를 하고 있었고 같이 아파했던 것이다.

그걸 이만석이 느꼈기에 마음의 고통을 달래주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고통을 그녀는 진심으로 슬퍼해주며 안아주었던 것이다.

“오늘 나를 바라보는 네 모습을 보고 날 잡아서 물어보려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네가 찾아왔으니 지금 얘기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만석이 똑바로 차이링의 두 눈을 맞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너에게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눈빛을 지을 수 있게 된 거야.”

눈을 맞추며 물어오는 이만석의 물음에 차이링이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대답을 했다.

“들어서 좋을 거 없는 얘기야. 그리고 나 그렇게 마음에 담아 두고 있지도 않아. 그러니 혹시나 걱정이 된다면 그러지 않아도 돼.”

“......”

이만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녀와 눈을 맞추고 있을 뿐이었다.

“흐음~ 들어서 좋을 거 없는데?”

여전히 별 말 없는 그의 모습에 차이링이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 듣고 싶다면 얘기해 줄게. 다만...”

잠시 말끝을 흐렸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주어야 할까?”

그렇게 차이링은 이만석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얘기를 풀어나갔다.

“난 하남성에 위치한 신양 시 인근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났어. 부모님은 농부셨고 집은 잘사는 편은 아니었어. 아주 어릴 때 기억은 희미하지만 집은 가난했어도 마을의 여느 집안의 아이들처럼 활달하게 지내려 했어. 다만 먹을 게 없어서 배가 많이 고팠던 것만은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시작 된 차이링의 얘기는 어렸을 때 나물을 캐서 그걸로 보리를 보태 죽을 써서 한 끼를 때웠던 일이나 싸게 사들인 죽순을 풀어서 데쳐 먹었던 것 까지 여러 얘기를 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풀어놓는 차이링의 얼굴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이질적이게도 그녀의 두 눈에선 그리움을 찾을 레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다 아버지가 자신을 돈을 받고 팔아서 그걸 게기로 삼합회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못 하거나 뒤처지는 아이들이 있으면 하나 둘 내쳐졌는데 특히 나처럼 여자애들이 갈 만한 곳은 뻔한 곳이었어.”

한수는 그곳이 어디인지 지례짐작이 되었다.

“시창가 말이냐.”

“응. 여자애들이 갈만한 곳이 어디 있겠어? 뻔하지 뭐.”

그렇게 매일같이 죽기 살기로 노력해서 다행히 떨어지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심령방주 중에 한 명인 장차오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어. 십령방주 중에 한 명이였던 장차오 그 분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내 삶도 결국엔 시창가였을 테니까.”

그녀는 이만석에게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 왔는지 그리고 이쪽 세계의 생리를 깨우치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말해주었다.

조직을 생각하면 도퇴되는 이들이 어떻게 될지 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내 손에 총을 쥐어주고 죽이라고 했을 때 충격이 컸어. 보는 것과 내가 하는 것은 다르니까.”

첫 살인을 저지르고 찾아오는 공포심과 죄책감, 그리고 혼란은 이만석도 겪어봐서 잘 알고 있었다.

살인마라는 생각에 아주 심정으로 괴롭고 힘들었던 것이다.

자신도 그랬는데 여자인 차이링은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다만 그녀는 자신보다 더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지금 모습을 보면 잘 이겨낸 모양이군.”

상당히 부담이 되고 힘들었을 텐데 지금의 차이링을 보면 그걸 이겨내고 성장을 한 것이라 볼 수가 있었다.

“적응이라는 게 때로는 무서운 일이라고 들었는데 나중에 가서 확실히 깨달았어. 결국엔 삼합회에서 오랫동안 구르다 보니까 죽어나가는 모습에도 무덤덤해지고 총이 총같이 느껴지지도 않아.”

익숙해 지는게 정말로 무서운 일이다.

“마약 거래도 해봤어?”

“안 해봤다는 건 거짓말이지. 중국에선 마약 책으로 걸리면 그대로 사형이야. 그래서 삼합회 내에서도 상당히 민감해. 마약뿐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 일해보고 거쳐 갔어. 적어도 하나의 지부를 맡아야 할 정도라면 전반적인 경험도 그에 못지않게 경험을 해봐야 하거든.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잖아?”

지식으로 배우는 것 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었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이 악물고 살아오다보니 운이 따랐는지 지부장의 위치까지 올라오게 되었어. 내가 삼합회를 떠나면서 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장차오 그 분이 유일할 거야. 그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

차이링에게 있어 장차오는 인생의 전환점을 안겨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삼합회에서 그녀가 진정으로 따랐던 사람이 바로 장차오라 할 수가 있었다.

차이링이 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던 이만석은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조직 내에서 살아남았을지 알 것 같았다.

일성회에 들어선지 1년이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그녀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겪은 것은 천지차이일 것이었다.

가진바 능력을 통해 이렇게 고속승진과 다름없이 빠르게 성장했다면 그녀는 자신처럼 그런 능력 없이 노력을 통해 지부장의 위치까지 올라선 것이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을지 조직의 생리를 생각하면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조직에서 살아남아 간부의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웬만한 상정으로는 버티지 못 할 것이었다.

특히 중국을 잡고 있는 삼합회 정도 되는 조직이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이만석은 그녀가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이링.”

“응?”

“어린 시절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만석의 뜻 밖의 물음에 차이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니?”

반대로 되물어 오는 그녀의 질문에 이만석이 바로 답해주었다.

“말과는 다르게 네 눈빛은 전혀 부모님에 대해서 그리워하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보였어?”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고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옛날 일을 다 추억으로 그리워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리움이 없었다는 거 그거 하나 때문에 그러는 거니? 너무 나갔다~ 자기.”

능청스럽게 웃어넘기는 차이링의 말에도 이만석은 전혀 웃음을 짓지 않았다.

“네가 나에게 보냈던 연민은 그저 부모님이 자신을 팔아버린 것 하나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야.”

“그럼 다른 게 있다는 소리야? 부모님에게 버림받는 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 몰라서 그래? 어린소녀에 불과 했는데 거기서 찾아오는 아픔이 얼마나 컸겠어? 당신 진짜 너무 나갔다~”

“차이링.”

“응? 또 할 말 있어?”

진지하게 묻는 이만석과 다르게 차이링은 여전히 밝은 음성으로 말을 되물어 왔다.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준 적이 없어.”

“말해 준 적이 없다니? 흐응~ 뭘 말해준 적이 없다는 걸까?”

콧소리를 내며 야릇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표정이 대조적으로 표정이 굳어 있는 이만석이 낮게 말했다.

“가정사.”

“......”

순간 조금 전의 능청스럽게 대답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엔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만석이 계속해서 진지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