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4화 〉 524화 대야망
* * *
“내 사위한테서 들었네.”
“사위라면 박동구 말입니까?”
“그렇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거론되자 윤정호 의원의 얼굴이 이채가 띨 수밖에 없었다.
이만석에게 직접 들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위인 박동구에게 들었다고 하니 놀라웠다.
무엇보다 박동구도 알고 있다는 게 더 그렇다.
“그 말은 즉 박동구도 이 내막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말 아닙니까.”
“서민준이하고 춘향에서 만나고 온 모양이네.”
“춘향?”
춘향이라면 이만석이 대화하기 괜찮은 음식점이 없냐고 물어봐서 자신이 알려준 곳이었다.
‘그래서 날보고 알려달라고 한 거였나?’
누구와 만나려고 그러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어 물어보았지만 이만석은 곧 알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웃음을 짓기만 했다.
그런데 거기서 만난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박동구였던 것이다.
이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렇게 놀랄 것 없네. 나도 내 사위를 통해서 서민준과 접촉을 하게 됐으니까.”
“두 사람이 인연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암... 있구말고.”
“어떤 일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차이링이라는 여자를 알고 있나?”
“예, 잘 알고 있지요.”
“녀석이 그 여자에게 찝쩍댔어.”
“알만하군요.”
비록 보지는 못 했지만 듣기로는 웬만한 여자 연예인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상당히 아름답다고 했었다.
일성회 내에서도 속으로 흠모하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충분히 호감을 가질만했다.
“이 놈이 아주 나 몰래 괘씸한 생각을 한 게지.”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윤정호 의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박동구가 한 때 여자문제가 복잡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김철중 의원 때문에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제 버릇 남 못준다고 차이링을 보고 아마도 혹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어쨌든 그 녀석을 통해 서민준이를 알게 되었어.”
윤정호 의원은 김철중 의원이 자신처럼 좋게 이만석과 만남을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박동구가 차이링을 찝쩍거려서 알게 되었다는 것만 해도 뻔히 알 수가 있는 일이었다.
“춘향에서 얘기를 나누고 나에게 알려주었던 거야.”
“잘 알아들었습니다.”
이해했다는 듯 대답을 하는 그를 두고 김철중 의원이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
“남북정상회담이 가능 할 것이라 보고 있어?”
“불가능하지요.”
“당연하지. 시국도 시국이지만 김정일도 건강이 좋지 않다고 난리치는 판에 이쪽에서 잘 한다고 해도 성사되기가 힘들지.”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건강악화설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을 키웠었다.
김정남과 김정은을 두고 후계구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던 것이다.
대체적으로 대북전문가들의 얘기에 따르면 김정은에게 무계가 실려 있고 그가 정권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었는데 대북소식통에서도 그렇게 애기가 나오고 있는 판이었다.
다만 김정남을 밀어주는 이들도 적지가 않아 김정일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두 사람 모두 외국에 내보내고 불러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건강 회복을 했다고 하니 크게 서두를 것도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무로 북한내부가 긴장감이 돌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그게 또 불가능하다 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이 일에 대해서 동참을 한 것이겠지.”
“맞습니다.”
이만석이 아니면 이런 일에 동의도 나설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해보았자 되지 않을 것을 뭣 하러 기운을 뺀단 말인가.
이만석이 아닌 다른 이가 그런 얘기를 했다면 당장에 호통을 치고 내쫓아 보냈을 것이다.
“김현수 대통령 때에 성사가 된다고 하지?”
“그 얘기도 들으셨나 보군요.”
“자네는 모르겠지만 사위가 서민준이하고 상당히 가까워.”
“좋게 얘기가 풀린 모양이지요?”
“뭐... 그런 셈이지.”
차마 충직한 수하이니 충신이니 하는 얘기를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윤정호 이 사람 나처럼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야.’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인데 윤정호 의원은 자신처럼 그런 고통을 격어보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나는 처음부터 만남이 좋지가 않았지.’
딸인 하란이가 지금 이만석과 살림을 차렸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장인어른이 될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서민준이 박동구에게 왜 이 얘기를 했는지 알고 있나?”
“글쎄요... 그 얘기는 아직 듣질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만.”
고개를 끄덕인 김철중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 사위를 점찍은 모양이야.”
“점을 찍어요?”
“윤정호 자네 다음으로 말일세.”
“설마 대통령으로 점찍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상당히 의외인데요?”
박동구를 점찍었다는 게 윤정호에게는 정말로 놀라웠다.
“나도 처음에 자네처럼 놀랐어.”
이에 대해선 확실히 생각도 해보지 못한 것이기는 했다.
박동구를 다음 대 대통령으로 생각하다니 이만석에 속내에 대해서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놀랍다.
“다음 대는 모르지만 다다음대 대통령으로써는 사실 나쁘지 않은 친구이긴 하지요.”
“박동구가?”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반문을 해오는 모습에 윤정호 풀썩 웃음을 지었다.
“사위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건 아니고... 그냥 좀......”
말을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내키지 않은 게 사실인 듯 했다.
“초선 의원들의 중심축을 이루며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재능이 있으면 뭐하나...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것을.”
“다른 사고라도 친 모양입니다?”
“사고라기보다 그냥 좀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네.”
사위 욕을 대놓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생각하면 열불이 나더라도 속으로 이렇게 삭힐 수 밖에 없었다.
‘돌아가면 보자...’
어제의 일을 떠올리니 도저히 좋게 넘어갈래야 넘어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박동구에 대한 분을 삭이며 김철중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때문에 이번 일에 내 사위가 이일에 가담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지금 상황에서는 가담을 한다고 해도 할 일이 크게 없을 텐데요?”
이런 일이라면 박동구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자신이나 김철중 의원이 조율을 해서 당 의견을 모으고 조율을 하는 것이지 중진급에 들지도 못하는 박동구가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아까 내가 말했지 않나. 서민준이가 내 사위를 다음 대 대통령에 점찍었다고.”
“다른 일이라도 꾸미고 있다는 말입니까.”
“아무래도 협상단에 내 사위도 같이 가게 될 것 같네.”
“박동구가요?”
참으로 놀랄 일이 많기도 했다.
대통령을 점찍었다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건만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박동구가 북한에 가게 될 것이라는 말은 더더욱 놀랄만한 일이었다.
“거기 가서 무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박동구를 제대로 크게 띄울 생각으로 그런 모양이야.”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미국 내부가 소란스러운 일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지?”
“예... 알고는 있습니다만.”
카일러의 피살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걸 윤정호 의원이 잘 알고 있었다.
“그 일을 크게 부풀린 것이 언론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게야.”
“아무리 CIA의 부국장의 죽음이 큰일이라고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일을 크게 벌인다는 것에는 수상쩍게 여기고 있습니다.”
미국을 생각하면 윤정호 의원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에야 FBI국장까지 피살을 당해서 그렇다고 해도 그 전까지는 마치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 마냥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특집편성까지 하며 대대적인 보도를 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메케인 CIA국장이 기자회견을 가지며 해명을 해야 했고 조지 맥퍼쉬 지부장을 물리려면 더들리 드폰 국장의 내막이 드러나면서 그 또한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다.
그 때문에 맥퍼쉬 지부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며 수사책임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FBI 국장의 죽음과 석유재벌인 센더스3세의 흑막에 대한 자류가 공개 되면서 사태가 커졌고, 그걸 내보낸 게 메케인 국장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카일러 부국장과의 좋지 않았던 사이가 거론 되며 결국에 CIA가 내부수사를 받는 굴욕적인 상황이 연출 되었다.
여러모로 미국사회가 지금 그 사건 때문에 난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일에 대해서 왜 김철중 의원이 이렇게 거론을 하는지 윤정호 의원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말 하는 것을 보면 지금 그에 대해서 말할 것 같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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