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화 〉 520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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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지나가 찾아와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알려왔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세탁기에 수건을 던져 넣은 후 식탁으로 향해 자리에 몸을 앉히자 민우가 껄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티 안 입어?”
그도 그럴것이 자리에 앉는 이만석은 여전히 상의를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식사를 하면 말은 안한다.
하지만 손님인 자신도 있고 지나를 비롯해 여인들이 있는데 상의를 입지 않고 자리에 앉으니 껄끄러웠던 것이다.
“그녀들은 익숙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익숙하다고?”
“오빠 팬티바람으로 돌아다닐 때도 있어요.”
하란이의 놀라운 발언에 민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정말입니까?”
믿기지 않아 다시금 물어보았다.
“사실이랍니다.”
차이링 또한 그렇다고 인정을 하자 벌써 그녀들과 이만석의 사이가 그렇게 가까워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집에 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체를 까놓고 식사를 하다니 좀 놀라운 일이다.
민우는 아직까지 한 번도 그렇게 식탁에 앉은 적이 없었다.
그러니 저런 차림으로 식사를 한다는 게 어색했다.
‘지나 얘도 익숙한가 보네?’
자신뿐만이 아니라 여동생인 지나도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예절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나도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이미 저러한 차림새나 모습이 익숙해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왜?”
자신을 쳐다보는 민우의 시선에 지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싱겁긴...”
식사를 다시 이어가는 지나를 보면서 민우는 확실히 지나 얘도 익숙하다는 것을 알았다.
‘같이 살고 있으니 당연한데 엉뚱한 쪽으로 상상이 가네...’
사랑하는 사이면 이미 그렇고 그런 일을 치루었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동생인 지나라고 이만석과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건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당연한 일인데 왜 기분이 찝찝하지.’
지나가 이 녀석이 둘이서 사랑을 나누었을 것을 생각하니 오빠로써 참으로 기분이 찝찝했다.
인정했으니까 당연한 일인데도 생각을 하니 그런 것이다.
“흰색 와이셔츠 더러워 질 수도 있으니까 너도 뭣 하면 나처럼 벗어.”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와 한 참 싸우고 있던 와중에 흘러나온 이만석의 목소리에 민우가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냐느냐는 무언의 시선이었다.
“농담이다.”
“......”
이어서 들려오는 이만석의 대답에 뭔가 분위기가 싸하게 변했다.
“오빠... 그런 농담 하지마.”
“그래요 민준씨!”
“흐응~ 이제 에어컨 안 틀어도 되겠는 걸?”
이어지는 그녀들의 핀잔에도 이만석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그저 식사에 열중 할 뿐이었다.
민우만이 여전히 말없이 이만석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돌아가는 민우를 배웅 나온 지나가 둘이 남게 되었을 때 그가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것처럼 보여?”
오히려 민우는 그런 지나를 향해 반대로 물음을 던진다.
잠시 동안 얼굴을 바라보던 지나의 입에가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함께하기로 했구나?”
“뭐냐 그 미소는. 마치 확신에 찬웃음 같다?”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을 내리는 것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 그렇게 하기로 했어.”
허나 지나의 말은 사실이었으니 민우는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 게 그것이라면 오빠가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을게.”
“옳은 선택이라...”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나는 그것이 스스로가 내린 옳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하겠다고 했었다.
“그 말이 맞겠지?”
이게 진정 옳은 선택인가에 대해서 민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하겠다고 했다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보았다.
다만 지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받아드리기는 할 것이다.
“그 녀석을 지금도 많이 사랑 하냐?”
“응.”
민우의 갑작스러운 물음이었지만 지나는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뻔 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민우는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 차 물음을 던졌다.
차문을 열고 올라탄 민우가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켰다.
그러고는 창문을 내리고는 지나를 바라보았다.
“나 간다.”
“조심해서 가.”
고개를 끄덕인 민우가 입가에 웃음을 지어주었다.
“힘내라.”
마지막으로 딱 그 말 만 하고 민우는 그렇게 저택을 떠나갔다.
‘행복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빠.’
그저 힘내라는 민우의 말이 지나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왠지 알 것 같았다.
“넌 뭔가 그리 좋아서 아까부터 계속 그렇게 싱글벙글인게냐.”
“제가 말입니까?”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눈살을 찌푸린 김철중 의원의 말에 박동구의 입고리가 더욱더 위로 올라갔다.
“얼씨구? 이젠 입이 귀에 걸리겠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듯 처다보던 박동구가 옆으로 엉덩이를 좀 들어서 김철중 의원 가까이 당겨 앉았다.
“윤정호 의원님은 바람을 타서 대선에 당선이 확실히 될 것 같고 장인어른이 당 대표로 앉아 있으니 어찌 내가 기분이 좋지 않겠습니까?”
“정치라는 게 그렇게 속단하며 판단을 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야.”
“에이~ 이미 분위기가 그런데 뭘 그렇게 말씀 하시오? 정국을 보면 뒤집을 건덕지도 없어 보이는데. 장인어른의 괜한 걱정이요.”
“그래 너 잘났다 이놈아. 쯧쯧쯧...”
핀잔을 주며 혀를 끌끌 차는 김철중 의원이었지만 박동구는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장인어른.”
“왜?”
“만약에... 만약에 말이요. 내가 훗날 정말로 대통령이 된다면 장인어른은 어떨 것 같소?”
“대통령? 지금 네 수준으로는 어림없다.”
“그러니까 나중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훗날...”
“대권에 욕심이 가더냐?”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김철중 의원의 시선에도 박동구는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그 정도의 야망은 품어야 하지 않겠소?”
“꿈도 야무지구나 이놈...”
웃기지도 않는 다는 듯 다시금 핀잔을 주었다.
“아니 사위가 그런 큰 꿈을 품고 있다면 장인어른으로써도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네 꼬라지를 보면 나중에라도 어림없어.”
“거참 꼭 그렇게 말해야겠소?”
투덜거리며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행동을 바라보던 김철중 의원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뭔 일이 있었구나.”
“일이라니요?”
“그런 헛된 망상을 하는 걸 보면 분명히 네 허파에 바람을 불어넣은 일이 있었던게 분명해.”
한 모금 마셨던 커피잔을 다시 탁자에 내려놓은 박동구가 더욱 진하게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정치판에 오랫동안 지내온 분이라서 눈치가 상당했다.
“실은 내가 장인어른에게 드릴 말이 있소.”
“내 그럴 줄 알았다.”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듣는 순간 사실로 드러났다.
“장인어른 내가 며칠 전에 누구와 만났는지 알고 있소?”
“서민준?”
“이햐~ 거 바로 알아맞히시네. 그리고 서민준이 뭐요 서민준이. 민준님이라고 하셔야지.”
순간 김철중 의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가 아주 나와 맞먹을 작정을 했구나? 안 되겠다... 내 오늘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골프채를 찾아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제스처를 보이자 박동구가 서둘러 손을 잡았다.
“갑자기 또 왜 이러실까... 알았소. 내 이번에 눈감아 줄 테니까 진정하시오.”
“눈을 감아줘?”
자신을 두고 눈을 감아준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 순간 김철중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채를 가지러 갔다.
그러자 놀란 박동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서 나가 길을 막아섰다.
“잠깐.”
“비켜라 이놈...! 어디 장인을 두고 훈계를 하는 것도 모자라 눈을 감아줘? 내가 오늘 확실히 정신머리를 뜯어고쳐 줘야지...”
정말로 화가 난 듯 보이는 김철중 의원의 행동에 박동구가 어깨를 감싸 잡았다.
“제가 잘 못 했으니 진정하시오. 내가 다 잘 못 했소.”
“셋 셀동안 비켜. 안 그러면 매로 끝나지 않을게야. 하나...”
“장인어른.”
“둘...”
눈을 치켜뜨는 모습에 박동구가 서둘러 말했다.
“민준님이 날 대통령으로 점찍어 놓으셨소.”
“세... 뭐라고?”
급한 마음에 앞 내용은 일단 생략하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던 얘기를 꺼냈다.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제대로 통한 모양이었다.
“방금 뭐라고 했느냐?”
“일단 진정 하시고 여기 앉아서 얘기를 나눕시다. 내가 다 설명을 해줄 테니까.”
잠시 동안 박동구를 바라보던 김철중 의원이 걸음을 옮겨 다시 소파에 몸을 앉혔다.
‘십년감수했네.’
이번엔 정말로 사단이 벌어질 것 같았는데 다행히 잘 먹혀들어서 무사히 지나갔다.
작게 안도의 한 숨을 내쉰 박동구가 걸음을 옮겨 아까 앉았던 자리에 몸을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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