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6화 〉 516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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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입문했으면 그 정도 야망은 당연하지 눈치 볼 것 없어.”
“예, 예......”
박동구에게 이만석의 위치는 절대적이어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한 잔 받아.”
이만석이 다시 청주를 들어 올리자 박동구가 놓여 있는 술잔을 황송해 하며 양손으로 받았다.
청아한 소리가 들리며 맑은 액체가 잔에 채워지자 고개를 돌려 마셨다.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빈 잔을 들어 올리자 무릎을 꿇고 앉은 박동구가 공손하게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받아든 술을 목으로 털어 넣으며 마신 후 젓가락으로 나물무침을 집어 먹은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식사 한 끼 같이 하자고 불렀는지 궁금하겠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박동구가 조심스럽게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기회를 주기 위해서야.”
“저에게 말입니까?”
박동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잘 만 되면 아주 제대로 바람을 타고 당을 넘어 정치계에 제대로 박동구 이름석자를 올리게 될 수 있을 거야.”
“제가... 말입니까?”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박동구가 다시 되물었다.
“그래.”
이만석이 말하는 그 기회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박동구는 절로 숨이 조여 오며 긴장이 되었다.
기회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만석이 저리 말하는 걸 보니 아주 대단한 일인 것 같았다.
“죄송한데 그 기회라는 것이 무엇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네가 북한에 한 번 다녀오면 돼.”
“예?”
뜬금없는 말에 박동구는 저도 모르게 반문을 하고 말았다.
“그 일이 지나고 나면 자넨 아주 주가가 제대로 뛰어 오르게 될 거야.”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낀 박동구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당황스럽겠지.”
“예, 예...”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지 말까지 더듬었다.
원채 이런 소심함과는 거리가 먼 성격의 박동구 였지만 이만석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이만석에 대한 공포가 강하게 머릿속에 각인 되어 있어 그런 것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박동구에게 있어 이만석의 위치는 그만큼 대단했던 것이다.
“조만간 이 나라에 큰일이 일어 날거다.”
“큰일이라고 하시면...”
“남북정상회담.”
“예?”
순간 저도 모르게 다시 반문을 하고 말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박동구의 두 눈이 크게 떠지며 대번에 경악성이 묻어나왔다.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기 때문이었다.
“나,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하셨습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입을 반쯤 벌리고 말았다.
기회에다 정치계에서 입지가 확 올라간다고 하니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회를 자신에게 주려는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만석이 어떤 사람인데 마음만 먹으면 정치판을 물갈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동에서 벌인 일만 해도 그렇지가 않던가.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회를 주려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일었던 것이다.
헌데 전혀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정치에 입문해서 많은 일을 겪고 고군분투해 왔지만 이렇게 놀라기는 이만석에게 호되게 당할 때말고는 처음이었다.
이건 전혀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충격이 큰가 보군.”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있는 박동구의 모습에 이만석이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는 사과를 한 박동구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무 엄청난 말을 들어서 상당히 당황스러워서 그랬습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놀라지 않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할 정도로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사과 할 것 없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할 것도 없는 이만석이다.
“속이 좁으시다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말실수를 한 것 같아 심장이 쫄깃해졌다.
“이에 대해서 얘기는 이미 잘 끝났어.”
“얘기 말씀입니까?”
박동구는 이에대해서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정치권은 이미 대선으로 인해 그쪽으로 관심이 쏠려 있는데다 북한쪽의 동향도 특이점이 없었다.
여전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한 채 현 상태를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음밀하게 진행이 되었다는 것인데 누구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을지 궁금했다.
‘북한에 대해서 논할 정도라면...’
보통의 인물이 아님에 틀림이 없었고 그렇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내에선 손에 꼽힌다.
“그렇게 머리 굴릴 것 없어.”
얘기를 나누었다니까 그게 누군지 생각을 하는 것이 이만석의 눈에 훤히 드러났다.
“대통령.”
“김현수 대통령?!”
비록 힘은 빠졌다고 하지만 박동구가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확실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윤정호 의원이야.”
“윤정호 의원!”
아주 실세들의 이름만 연달아서 거론이 되었다.
‘북한에 대해서 이미 말을 맞추었다는 것은...?’
문득 박동구의 머릿속에 이런 얘기를 이만석과 나누었다는 것에 의문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야 이만석의 정체에 대해서 알기에 이렇지만 아무리 잘나가는 사업가에 조직을 휘어잡은 군림자라고 해도 현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주자의 유력한 후보이제 실세를 만나 마주앉아 정치를 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두, 두 사람도 민준님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당연히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알지 못한다면 그런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겠지.”
역시나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이 분의 능력은 가히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에 대해서 대통령과 윤정호 의원도 알고 있다면 좋게 흘러 갔을거야.’
능력을 모른다면 문제지만 알고 있다면 이해가 되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였다.
이집트를 중심으로 중동을 뒤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신의사자니 해서 거기엔 지금 많은 이슬람 신도들이 이만석을 추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군단체나 알 카에다 테러 단체에서 일어난 천재지변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부 이만석이 일으킨 것이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
사람이 자연의 힘을 움직이다니 가히 인간이라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운석에 대해선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에 대해선 의문이었지만 그걸 보며 식겁을 한 박동구였다.
‘중동의 사례를 보았을 때 이분이라면 가능하다. 그런 힘을 가지신 거야.’
그걸 보고 난 후에 박동구는 확실하게 이만석을 인간보다 고차원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
신의사자라고 하는 그 말도 이만석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조만간에 이 남북한이 냉각된 분우기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이루어 질 거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회담을 성사하기 위한 협상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네가 거기에 포함이 될 거야.”
“제, 제가 말입니까?”
“물론 넌 거기에 참여하여 가기만 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움직일 테니까.”
이어진 이만석의 말에 박동구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축였다.
지금 나오는 얘기들을 가볍게 흘려들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그 말씀은...”
조심스럽게 의중을 물어보았다.
“네 수발을 들 비서로 동행하게 된다는 거다. 물론 외모를 바꾸어서 붙어야겠지.”
술병을 들어 올리자 박동구가 자신이 따라주겠다며 조심히 받아들어 잔에 채워들었다.
손으로 잔을 들어 올린 이만석이 입으로 가져가 단번에 비워버리고 젓가락으로 다시 반찬을 집어 먹으며 입을 열었다.
“긴장 할 것 없다. 네가 할 일은 이 나라를 위하는 패기 넘치는 힘 있는 박동구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면 돼.”
“정상회담의 기한을 어떻게 두고 있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이번년도.”
그렇다는 것은 김현수 대통령 때에 성사시키겠다는 말이었다.
박동구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언론을 이용해서 네가 바람을 잡아주고 분위기를 띄워주지. 거기에 맞춰 소신 있는 발언과 행동을 보이면 돼.”
자신을 알리는 것에서는 박동구도 충분히 자신 있었다.
그 정도의 자신감도 없다면 국회의원에 당선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지지기반을 가지려면 지역구에 얼굴과 이름 정도 알릴 줄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 네가 북한에 다녀왔다 돌아오면 넌 주인공이 되어 있을 거다.”
“제, 제가 말입니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끈 힘 있는 국회의원 박동구. 그런 큰 성과를 가지고 돌아온 너를 두고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지 답은 나와 있지 않나?”
그렇게 되기만 한 다만 순식건에 거물급 반열에 올라 설 수 있는 지지기반이 전국적으로 생기게 될 것은 분명했다.
정치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국민들을 지지를 이끌 수 있는 흐름과 바람도 잘 타고 이끌어 나갈 줄 알아야 했다.
가히 그 정도면 돌풍을 넘어 태풍 급 강풍이 휘몰아 칠 것은 분명했다.
‘대권도전...!’
그렇게 된다면 미래에 대권도전도 도저히 꿈만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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