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3화 〉 513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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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약 5분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종원찬 비서실장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눈 앞에 이만석이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움찔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본 이만석이 다시 고개를 돌려 김현수 대통령을 쳐다보았다.
“먼저 나와 계셨군요.”
차분한 목소리로 이만석이 먼저 말을 걸었다.
“산책하던 시간에 맞춰 나온 것이 전부네.”
미리 나와서 기다린 것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결정을 하셨습니까.”
이만석은 곧바로 본론에 대해서 꺼내들었다.
“말하기 전에 한 가지 묻도록 하지.”
“얘기해 보십시오.”
“이 일에 대해서 자네가 끝까지 책임을 저줄 수가 있나.”
쉽게볼 사안이 아니었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러니 확실히 해야한다.
“책임 말입니까?”
“자네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만 그걸 위해 정상회담 하나만으로 손을 떼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일은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중요한 일 아니겠나.”
“괜한 걱정을 하시는군요.”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은 내 말이 기우라는 소린가.”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판을 엎어버린다는 게 정세만을 말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어디까지를 보고 있다는 얘기지?”
“통일입니다.”
종원찬 비서실장의 입이 반쯤 열렸다.
그의 두 눈은 크게 떠졌고 동공이 흔들렸다.
김현수 대통령 또한 상당히 놀란 듯 이만석을 바라보며 말을 잊지 못했다.
“놀라셨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며 말을 이어가자 그제야 김현수 대통령이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지, 지금, 자네 통일이라고 했나?”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간 말이다.
“남북정상회담만으로도 상당히 큰일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그걸 로는 지금까지 굳어져 있는 이 판을 흔드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엎어서 새롭게 짜겠다는 겁니다.”
너무나 엄청난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
김현수 대통령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려면 이 나라의 영토와 국력이 더 커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을 때도 충격이 컸지만 이건 비교불가였다.
지금 이만석은 정말로 이 나라를 뒤흔들 수 있는 아주 중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하다.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어.’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종원찬 비서실장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공송골 맺혔다.
이건 그도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이다.
한반도 격변의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김정남과 김정은을 두고 아직 공식적으로 후계자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인 지금이 딱 적절 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격랑이 아니라 태풍을 몰고 오게 돼.”
“대통령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통일이라는 게 그리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야.”
“절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까? 그렇다면 기준을 똑같은 선에서 보면 안 될 겁니다.”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만석이 하는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와 닿았기에 그런 것이다.
그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하였다.
“바라보는 입장과 가지는 무게 또한 같을 수가 없겠지요. 전 불가능한 일을 두고 함부로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만석은 스스로 사람이라 말을 했지만 그가 가진 능력은 인간의 힘이라 보지 않고 있었다.
자연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 어디든 주름잡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의 제약, 인간이 만들고 형성한 사회의 법망을 유일하게 빠져나간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자를 같은 사람이라 볼 수가 있을까.
인간이 이룩한 사회와 기틀을 한 순간에 무너트릴 수 있는 이에게 말이다.
‘이 친구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어.’
통일이라는 것은 아무리 그가 대통령이라고 해도 하고 싶다고 할 수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비협조적이고 태도가 좋지 못한 북한을 두고 갈등만 커질 뿐이지 지금으로써는 좋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거기다 미국과 중국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가운데 그 사이에 있는 한국과 북한의 입장은 더욱더 협의 점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거기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북한내부도 상당한 불안정성을 띄고 있는 상황이었다.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 하고 마음이 맞고 뜻이 맞아야 뭐 하나라도 실행해 볼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헌데 이만석은 그에 대해서 가지는 무게가 상당히 다른 것 같았다.
통일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는 대도 별로 긴장감이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마치 당연히 그 일이 벌어질 것처럼 말이다.
“결국에 자네가 원하는 건 통일이었나.”
“그 시작이 남북정상회담이 되는 것이겠지요.”
“......”
이제야 정확히 그 뜻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운명이란 말인가.’
김현수 대통령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이 나라를 위해서 뭔가 제대로 일 하나 한 번 해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남북정상회담 뒤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장담 할 수가 없었기에 그런 것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그리고 중국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해올게 분명했다.
한 순간에 격랑에 빠질 수가 있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이만석에게 끝까지 책임을 져주라는 말을 했다.
대통령으로써 부탁을 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알고 보니 이만석이 바라는 것은 쪼개어진 두 국가가 아닌 하나의 국가.
즉 통일이었다.
통일한국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허허...”
순간 김현수 대통령의 입에서 허허로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자가 이 나라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허망일 수 있는 생각이 든 것이다.
대통령으로써 그런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마음이 흔들려선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자네하고 우리가 입장이 같을 수는 없지.”
웃음소리를 내뱉던 김현수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만석의 말에 동의를 해주었다.
“각하.”
종원찬 비서실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자네의 대답을 들었으니 이제 내가 답변을 할 차례구만.”
김현수 대통령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 내가 대통령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면 하겠네.”
“그쪽으로 결론을 내렸군요.”
“자네가 나에게 제의를 한 것인 만큼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어.”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가 않았다.
대선체제로 들어서면서 권력누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잘 못 움직였다가 크게 당하는 수가 있었다.
“그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만석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여유가 넘쳤다.
상당히 무례 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김현수 대통령에겐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더 믿음이 갔다.
‘이 나라도 변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5년간 지내오면서 느낀 것은 이 구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한국에게 좋지가 않다는 것이다.
불안정성을 가진 국가를 바로 위에 두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그것을 무마시키며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침체기와 세계경제 위기상황에서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북한이라는 큰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무역여건이 상당히 달라질 수가 있었다.
거기다 풍부한 지하자원과 개발을 통한 발전이 가능한 영토를 확보함으로써 한 번 더 도약 할 수 있는 도전가능한 기회를 가지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예언을 했던 것처럼 튼실한 경제대국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통일한국으로써 영토와 나라를 키워 새롭게 경제의 활로와 길을 열게 되면 이 나라는 또 한 번 격변의 시기를 지나 진정한 대국적 나라의 풍모를 갖추게 될 것이 분명했다.
‘통일한국이라...’
생각은 해볼 수 있을 지언정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어서 와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하란이를 보면서 윤정호 의원이 웃음을 지으며 맞아주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버지가 웃으며 반겨주자 하란이의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대선준비로 좀 바쁘게 지내고 있는 것 빼고는 괜찮단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 하란이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어머니는요?”
보이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에 어디가셨는지 물어보았다.
“어머니 또한 대선으로 바쁘지 않겠느냐?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단다.”
“그렇겠네요.”
“그럼 들어가자꾸나.”
식당으로 향하는 윤정호 의원을 따라 하란이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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