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2화 〉 512화 대야망
* * *
“생각할 시간을 주지.”
“생각할 시간?”
“너도 대열에 참여하겠다면 환영해 주겠다는 말이다.”
“나더러 판에 끼어들으라는 소린가.”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는 것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말이다.
“묵혀 두는 것 보다 그 돈으로 더 불릴 수만 있다면 좋을 일 아니겠어?”
순간 민우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졌다.
“이제야 네가 나와 얘기를 나누겠다고 한 이유를 알겠어.”
이만석은 지금 자신도 끓어 들이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제야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다.
‘나도 같은 판에 들어오라는 말인데.’
이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의견을 표출하는데 막힘이 없다는 것이고 자신의 가지는 생각에 확신이 차있다는 것이다.
지금 꺼낸 얘기가 얼마나 큰일을 불러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두려울 것이 없다는 증거였다.
순간 아까 전에 느꼈던 두려움과 소름이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때는 왜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이만석과 연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걸 기도에 압도되었다고 하나.’
더 이상 헛소리라 치부하며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만석이 하는 저 말이 정말로 진실로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민우로써는 이런 자신을 두고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얘기는 잘 끝났어?”
“......”
문을 열고나서는 민우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가며 지나가 질문을 던졌다.
“오빠?”
대답이 없는 민우를 두고 앞에 멈춰선 지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그제야 대답하며 쳐다보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안에서 무슨 일 있었어?”
“일은 무슨...”
“그럼 대화는 잘 끝난 거야?”
“응...”
어느새 다가오는 하란이와 차이링을 두고 민우가 웃음을 지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이제 가려고요?”
아까 잘 먹었다는 말을 했는데 또 저런 말을 하는 것을 가겠다는 것처럼 들려온 하란이 물음을 던졌다.
“얘기도 잘 끝났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 이제 슬슬 가봐야죠.”
“그래요... 지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요.”
“알겠습니다.”
차이링의 친절한 말에 웃음으로 환답 한 민우가 응접실 쪽에 남아 있을 안나 쪽을 힐끔 바라보고는 현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에 까지 마중 나온 지나는 그렇게 민우와 둘만 남게 되었을 때 다시 입을 열었다.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어?”
“한 가지만 물어보자.”
그때 걸음을 멈춘 민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나를 바라보았다.
“물어 본다고?”
“응.”
오빠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지나도 중요한 얘기라는 걸 알기에 장난스럽게 받아드리지 않는다.
“알았어. 말 해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거냐.”
뭘 두고 가능성이라는 얘기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지나는 민우가 물어오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나도 처음에 믿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 될 거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
“뭘 보고 그런 거야?”
“내가 그동안 지켜봐온 민준씨는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야.”
“단지 그것 하나 때문에?”
“오빠도 들었을 거 아니야. 결정적으로 원스타에 누가 참여를 하게 되는지.”
“무스타파 말이냐.”
“그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고 1조라는 큰돈을 가지고 참여를 할 까? 난 그렇게 보지 않아. 지금까지 그 사람에 대해서 좀 알아 봤는데 놀랍다 못 해 충격을 받았어. 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지 알겠더라. 그런 사람이 1조라는 돈을 함부로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을까? 난 그렇게 보지 않아. 그리고 민준씨도 그래. 이집트까지 가서 벌어들인 300억이라는 돈을 허공에 뿌릴 사람이 아니야. 사실 오빠도 흔들리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 아니야?”
반대로 질문을 해오는 지나의 말에 민우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빠가 지금 표정이 그런 것 같은데 내말이 틀려?”
“틀리지 않아.”
맞는 말이어서 민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했다.
“민준씨가 오빠에게 이 얘기를 했다는 것은 아마도 오빠도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깊이 한 번 생각해봐.”
“너도 내가 참여하기를 바라냐?”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오빠에게 이런일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순간이라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여동생이라고 내가 오빠에게 참여해라 마라고 따지며 거기에 참견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전적으로 고민해서 확신이 서게 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결정해야 할 몫은 오빠라고 봐.”
지나의 딱 부러지는 말에 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준씨는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난 오빠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게 오빠가 자신에게 내린 옳은 선택이라고 볼 거야.”
“고맙다.”
지나에게 이런 얘기를 들으니 민우는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민준씨를 사랑한다고 해서 서운해 하는 거 같은 데 나 정지나야. 오빠 여동생. 내가 민준씨를 사랑하는 것뿐이지 오빠에 대한 마음이나 생각은 변함없어.”
그러고는 지나는 민우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그렇게 지나의 배우를 받으며 차에 올라탄 민우가 집을 빠져나갔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했었나.”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던 그 모습은 자신을 오빠라며 오물거리며 따르던 그 미소와 똑같았다.
“지나는 달라진 게 없었구나.”
조금 전에 그 말에서 민우는 지나의 진심을 느꼈다.
거기서 나오는 미소는 어릴 때 자신을 아장아장 따라다니던 여동생의 천사 같던 그 웃음과 겹쳐보였다.
돌아가는 민우의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고 온기가 감돌았다.
“여기서 부터는 둘이서 걷도록 하지.”
산책로 초입에 들어섰을 때 김현수 대통령이 경호원들에게 기다려 줄 것을 명했다.
원칙대로라면 산책로를 거닐 때도 안전을 생각해서 항시 붙어서 경호를 해야 했지만 경호 대상인 대통령의 명을 거부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경호원들을 때어내고 다시 차분히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구름이 좀 많이 끼었구만.”
한 발 한 발 옮기면서 하늘을 올려다본 김현수 대통령의 시야에 햇빛을 가리고 있는 많은 구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기예보에선 비는 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뒤에서 따르는 종원찬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날씨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 김현수 대통령에게선 별다른 말은 없었다.
‘결정을 내렸어도 고민이 되시겠지.’
종원찬 비서실장은 이미 김현수 대통령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게 어느 쪽이든 심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일이었다.
주변국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그에 대해서 돌아오는 것도 적지는 않았다.
이런 위기사항을 해소시키며 정상회담을 이루어냈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성과를 볼 것이 분명했다.
특히 몸이 좋지 않은 김정일이 그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대단한 일이다.
어떤 일이든 이번 대선분위기에서 밀려 있는 김현수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의 실권에 다시 어느 정도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 일에 대해서 포기하고 물러나게 된 다면 그것도 김현수 대통령에게는 좋지 못한 일이었다.
이만석이라는 인물이 도와주겠다고 천명을 한 상황이다.
그러 한 대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안정을 추구하며 위험을 멀리하면서 대통령으로써 마지막일 수 있는 국정성과를 내팽겨 쳐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전에 말 한 것처럼 이대로 조용히 권력을 내려놓고 생각 그대로 물러나겠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기로군.”
이만석과 만났던 지점에서 김현수 대통령이 멈추어 섰다.
“안 보입니다.”
이만석이 나타났던 장소를 중점으로 둘러본 종원찬 비서실장이 이만석이 근처에 없음을 알렸다.
“시간 때가 되면 나타나지 않겠나.”
아직 약속시간까지 5분정도 남았으니 그 시간 안에 모습을 보일 것이라 보았다.
시간에 맞춰서 오기만 하면 되는일이었기 때문이다.
종원찬 비서실장도 그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묵묵히 잘 따라 와주어서 고맙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의원 시절 때와 언제나 한결같은 대답이구만.”
우직한 성격의 종원찬 비서실장을 누구보다 신뢰하고 아끼는 게 바로 김현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묵묵히 따르겠습니다.”
김현수 대통령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아주 든든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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