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0화 〉 510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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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앉아.”
늘상 앉는 자리에 이동해 창문을 연 이만석이 담배 갑을 꺼내들고는 한 개비를 빼내서 입에 물은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문을 닫고 들어선 민우가 이만석이 앉아 있는 원형 테이블의 맞은편의 의자를 빼내어 몸을 앉혔다.
그러는 사이 깊이 한 모금 빨았다가 새하얀 연기를 내뱉은 이만석이 재떨이에 타들어간 심지를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투자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고?”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지만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 따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으니 별다른 불평은 없었다.
“그래. 도대체 뭐 길래 지나가 저렇게 주식을 처분해서 원스타라는 회사에 개인투자자로써 참여하겠다는 거야.”
민우가 정말로 궁금한 것은 바로 이거였다.
어떤 정보에 관한 얘기를 들었기에 지나가 저런 반응을 보이냐는 것.
어제도 그에 대해서 생각을 하느라 밤잠을 설쳤던 것이다.
안 그래도 경기가 좋지가 않아 국내투자나 해외투자도 살얼음이 끼어있는 판에 그렇게 지분을 처분하면서까지 참여하겠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던 것이다.
“그 전에 한 가지 약속해줄게 있다.”
“약속?”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았다.
“너도 생각이 있을 테니 지금 내가 말하는 약속이 무엇인지 짐작이 갈 거다.”
“설마 함부로 말을 발설하지 말라 이거냐.”
“그런 셈이지.”
“걱정하지마라. 이래 보여도 내 입 상당히 무거운 편이니까.”
“그 생각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군.”
“협박이냐?”
“충고다.”
눈살을 찌푸린 민우였지만 순간 몸을 옭아매는 듯 한 강한 압박감에 저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그러다 이만석과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막힐 듯 한 공포심이 그의 가슴을 짓눌러왔다.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등에서도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이 지나가고 이만석이 다시 시선을 돌리며 담배를 입에 물며 피워 올렸을 때 막혔던 숨통이 시원하게 트이는 것처럼 압박감과 긴장감이 그대로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뭐, 뭐지?‘
심장이 바르게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졌다.
‘도대체 무슨.’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순간에 경험하게 된 민우가 혼란을 느꼈다.
고개를 밑으로 숙여 바라 보니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알아들은 것으로 하고 그럼 대화 나누어보도록 하지.”
이만석은 그런 민우가 경험한 것을 자신은 모른다는 듯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예상하고 있듯이 지나씨가 저렇게 참여하겠다고 한 것은 내가 해준 얘기 때문이다.”
“얘기?”
“그래, 얘기.”
민우는 진지하게 쳐다보며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도 손의 떨림이 진정이 되지 않고 심장이 벌렁거려서 왜 그런 공포를 느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심상치가 않다는 것은 그로인해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나도 300억을 가지고 개인투자자로써 참여하게 됐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지나씨를 포함해 차이링, 그리고 네가 무서워했던 안나까지 같이 참여하게 되었어.”
“그녀들 까지도?”
“맞아. 하란이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참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렇다면 그녀들 모두가 참여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되니 민우는 더욱더 이만석이 밝힐 내용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 모두가 참여 한 다는 것은 그만큼 거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어쩐 고급정보기에...’
이런 일 앞에서는 민우도 확실히 마음이 동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사업가라면 돈 버는 일에 당연히 흥미를 가지는 것에 이상하지가 않다.
특히 요즘같이 불경기에는 더욱 그러했다.
“네가 보기에 이 나라의 분위기가 어때 보이지.”
“좋지는 않지. 내수시장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도 않고 있고, 소비지수도 냉각되어 있어. 한국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조정한다고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여러 처방들도 딱히 크게 먹혀들지도 않아. 거기다 세계경제도 침체를 거듭하고 인도나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브라질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고 중국도 성장 동력이 떨어져 브릭스라 불리는 이들 신흥국들도 불안정성을 보이니 그마나 받쳐주고 있던 흐름세도 꺾일 판이야. 전체적으로 다 안 좋아.”
“투자하기에 상당히 좋지가 않은 상황이란 말이로군.”
“보면 추세가 그렇지. 모하메드라고 했나? 그 회사의 사장인 무스타파가 참으로 대운을 타고난 사람이야. 이런 시대에 그렇게 대박을 터트렸으니. 경제일간지에서 떠드는 투자신화라는 그 말도 허언이 아니야.”
민우의 입에서 모하메드와 무스타파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
자신의 말에 쓴웃음을 짓는 이만석을 보며 민우가 기분 나쁘다는 듯 투덜거렸다.
“내가 중동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알고 있어. 이집트에서 여러 가지 하는 것 같더 만.”
이만석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그가 왜 이집트에 가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거기에 가게도 인수하고 여러 분야에 파고들며 사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일성회를 이용해서 유흥업소도 차렸다고 하는데 확실히 잘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서 사업을 하다 보니 유명인을 한 명 만나게 되었어.”
“유명인?”
“그래.”
“그게 누군데.”
“이미 말했어.”
“언제.”
그때 다시 쓴웃음을 짓자 민우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말한 건 내가 아니라 너지. 그것도 방금 전에.”
“방금이라면...”
찡그려졌던 미간이 펴지며 민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무스타파?”
“그래.”
“지, 진짜냐?”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민우가 재차 물어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경영인들 사이에서 무스타파는 최고의 화제인물이라 할 수가 있었다.
이런 불경기에서 그런 성공신화를 이루며 급격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그는 이번년도의 화제의 인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집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세진그룹으로써도 중동에서의 시장공략을 하려면 도저히 그를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에 가게 되었던 것이다.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에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만석이 그런 그와 만남을 가졌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지. 어떻게 만나 거야?”
한 번에 두 가지 질문을 던지는 민우를 향해 이만석이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 그리고 놀라기엔 아직 일러.”
“뜸들이지 말고 말 해봐.”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간 담배꽁초를 마지막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는 하얀 연기를 코와 입으로 뿜으며 재떨이에 비벼 껐다.
“1조.”
“1조...”
“무스타파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끌어들인 돈이다.”
“참여라면 설마...”
민우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도 함께하기로 한 건거지.”
“그럴 수가...!”
저도 모르게 부정하는 말이 터져 나왔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얘기 였기 때문이다.
등골이 짜릿해지며 다른 의미로 솜털이 곤두섰다.
안정을 찾았던 심장박동수가 다시금 빠르게 두근거리며 피가 돌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들었기에 그런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나.”
이만석의 두 눈은 진지했으며 도저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이 자식 뭐야...’
알면 알수록 참으로 놀라운 소리만 듣게 되는 것 같았다.
무스타파가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비록 이만석을 오랫동안 알게 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민우도 인정하고 있는 바였다.
이런 걸 두고 자신에게 농담을 하거나 거짓말을 할 인물이 아니었다.
“1조라고...?”
“그래.”
큰돈이다.
개인으로써 1조를 가지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 돈이 모두 무스타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개인으로써 참여를 하지만 결국엔 모하메드가 동참을 했다는 소리 아니야.”
“맞아.”
이미 그에 대해서 민우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투자신화를 이루며 성공하여 부를 벌어 들였다고 해도 1조를 한 번에 자본금으로 빼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돈들 중에 어느 정도 이상은 회사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은 일이었고 이미 그에 대한 내용을 통과시켰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걸 두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모하메드, 즉 무스타파는 이번 투자를 하는 것에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것이고 이만석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가치가 그만큼 고급정보라는 대에 있었다.
‘도대체 뭐기에 그 사람까지 이 먼 타국에 1조를 쏟아 붙는 거지?’
어느새 민우는 이만석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정신이 집중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지나가 왜 저런 결정을 하였는지, 아버지가 허락해 주었는지를 이상하게 여겨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 나라에 지금 그만한 고급 정보가 돌고 있었다는 얘기는 민우에게는 금시초문이었다.
이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바심가지 생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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