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8화 〉 508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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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사람은 여러 번 만나봐야 안단 말이야.’
티비에서는 그렇게 과묵한 모습으로 임직원들을 대동하고 거닐면서 기자들의 취재에도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으며 차에 올라타던 세진그룹의 전무로써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양반과 같은 사람인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관경이었다.
“민준씨 앞에서 이상 한 말 하지마, 오빠.”
민우를 향해 지나가 일침을 날렸다.
“나참...”
옷매무새를 바로 한 민우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는 이만석의 시선에 헛기침을 했다.
이만석이 보는 앞에서 지나에게 잔소리를 들으니 무안했던 것이다.
괜히 헛기침이 나온다.
“흠흠! 이건 그... 남매로써 친근함의 표시니까 오해하지마라.”
자연스레 이만석에게 변명과 같은 말들이 나왔다.
“맞아요. 민준씨.”
그제야 지나도 정신을 차리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보입니다.”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이만석은 차분하게 응해주었다.
“어머? 민우씨 오셨네요?”
그때 간드러지는 음성이 거실 쪽에서 들려왔다.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돌아갔다.
거기엔 차이링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민우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여기에 오면 그녀를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오기 전에 생각도 하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역시나 아찔한 미모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슨 여자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민우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자 차이링이 수줍게 웃음을 지었다.
연예인도 보고 미녀들을 많이 마주했던 민우였지만 차이링이라는 이 여자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릴정도로 미모가 빼어났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자신을 바라보는 민우의 시선에 차이링이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아, 아닙니다.”
자신이 너무 뚫어져라 처도 보았다는 실책을 깨닫고는 민우가 고개를 돌리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그에 지나가 게슴츠레 바라보며 노려보자 민우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안녕하세요.”
그때 앞치마를 두른 하란이 밝은 음성으로 얘기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란씨도 있었네요.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봐요.”
긴 생머리의 하란이도 역시나 인형같이 예쁘게 생긴 건 매한가지였다.
“무슨 여자가 저렇게 아찔한 매력을 품고 있을까.‘
그렇긴 하지만 역시나 민우의 시선이 차이링에게로 힐끔거리며 향했다.
“식사준비 다 됐으니 먹으러 와요.”
“다 됐다고?”
“응, 오빠.”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됐다면 먹으러 가야지.”
리모컨으로 티비 전원을 끄고 내려놓은 후 식탁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라 하란이와 차이링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오빠 아까 힐끔 처다 볼 때 가슴 봤지?”
걸음을 옮기는 세 사람을 바라보던 민우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물어오는 지나의 얘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가슴이라니? 날 뭘 로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그런적 없다며 민우는 항변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게 놀란 척 하지마. 아까 다 봤어. 힐끔 보면서 동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하지만 지나는 그런 민우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야, 그건 나도 모르게...”
그러자 민우가 바로 변명을 했다.
“거봐. 봤구만.”
저도 모르게 실토를 해버린 민우가 입맛을 다셨다.
“언니에게 다 이를까?”
당연히 지나가 이걸 그냥 지나칠리가 없었다.
“지나야.”
이른다는 얘기에 민우가 당황한 얼굴로 지나의 이름을 불렀다.
“언니 성격에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 한 눈팔고 있다고 들으면 상당히 상처 받을 거 같은데?”
얄굿게 구는 지나의 행동에 민우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 너 이러기냐?”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하아... 내가졌다 졌어.”
한복을 선언하며 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서야 지나가 표정을 풀었다.
“오빠가 나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거 알아. 나도 오빠 많이 좋아하고.”
“그런데도 아까 전에 저 녀석 편을 들었어?”
“민준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나도 사랑한다며.”
“오빠는 가족으로써 사랑하는 거지.”
“그래도 조금 전엔 서운했어.”
“미안해. 앞으로 주의할게. 화 풀어라. 응?”
양손을 모우며 귀엽게 웃음을 짓는 모습에 민우가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지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누그러들며 무장이 해제된다.
정말 어렸을 때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고 할까.
“밥이나 먹으러가자.”
“응.”
많이 좋아하는 쪽이 진다고 했는데 역시 이것도 가족 간의 사랑에도 통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애교 부리듯 사과를 해오니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민우였던 것이다.
그렇게 식탁이 있는 곳으로 향한 민우는 한 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며 절로 감탄사가 터저나왔다.
절로 감탄사가 터저나왔다.
‘올 때마다 진수성찬이구만.’
다른 건 몰라도 그래도 음식으로 손님대접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양념갈비에 불고기, 등 여러 고기반찬과 나물반찬, 그리고 시원해 보이는 조개탕까지 한 상 가득이었다.
“여기 앉아.”
상석이라 할 수 있는 곳에 앉아 있는 이만석이 오른편의 맨 앞에 비워져 있는 자리를 턱 칫했다.
차려져 있는 식탁을 바라보던 민우가 이만석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한 사람에게 절로 시선이 갔다.
거기에는 생각지 못한 손님이 보였다.
‘저 여자는 또 누구지?’
처음 보는 생소한 여자가 여기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연갈색 머리에 척 봐도 백인 여성으로 보이는 여자가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오뚝한 콧날에 갸름한 턱 선을 가진 채 또렷한 이목구비의 그녀는 얼굴에 작은 상처 몇 개가 보였지만 도도해 보이면서도 상당히 예쁘게 생긴 미인이었다.
“안나는 처음 보겠군.”
당연한 말이었으니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내 수행비서야.”
이만석은 안나에 대해서 민우에게 설명해주었다.
“수행비서라고?”
하지만 이어진 말에 민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조금 컸던지 그녀들의 시선이 전부 자신에게로 향했다.
하란이와 차이링이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자 민우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다시 안나를 바라보았던 민우가 순간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옆모습 만큼이나 앞모습 또한 차가워 보이면서 상당히 아름답다.
‘무슨 눈빛이...’
허나 그런 아름다운 외모를 감상하기도 전에 무미건조한 눈에서 나오는 냉랭한 기운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안나씨 그만 쳐다봐요. 놀라잖아요.”
민우가 굳어버린 것을 보고 차이링이 나른한 음성으로 안나에게 시선을 거둘 것을 권해주었다.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바로 돌려버리자 그제야 민우가 크게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안나가 예민한 부분이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해.”
그리고 주의도 주었다.
“그, 그러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지정석에 몸을 앉혔다.
‘평범해 보이지 않는데 뭐하는 여자지?’
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다니 참으로 당혹스럽다.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편하게 가까이 접근해서는 안 될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딱봐도 이 여자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은 바로 알수가 있었다.
“차린 건 별거 없지만 많이 들어요~”
“아닙니다.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 보이는데요? 저 온다고 이렇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하네요.”
“맛있게 먹어주면 그걸로 감사하답니다.”
생긋 웃음을 지으며 다소곳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민우가 다시금 마른침을 삼켰다.
‘어찌 심성도 이리 고울까.’
차이링에게 다시금 빠져들 때쯤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은 이만석이 감상평을 내렸다.
“조개탕이 좀 짠데.”
이만석이 불평을 했다.
“어머 그래요?”
수저를 들어 국을 떠먹어본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끓여 본거라 간을 잘 못 맞혔나보네요.”
“처음인데 그럴 수 있지. 앞으로 주의하면 돼.”
“그럴게요.”
차이링의 심성에 감탄을 하고 있던 민우는 이만석의 나무라는 얘기에 언짢은 기분을 느꼈다.
수저를 들어 국을 떠서 맛을 보는데 시원하면서 감칠맛이 돌았다.
짜다고 지적할 정도로 나쁜 정도는 아닌 것이다.
‘식모도 아니고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 식사도 차려주고 하면 좋게 받아먹어야지. 거 참 웃긴 놈일세.’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밥 한 숟갈을 떠서 먹은 민우가 불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
입안에서 감도는 고기의 육즙과 달달한 것 같으면서도 짭짤한 그 맛이 참으로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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