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6화 〉 506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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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나에게 들어본 말은 그런 정보는 고사하고 개인투자자로써 어느 회사에 참여를 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이만석이 권유를 했으며 그 또한 300억이라는 돈을 투자하려 한다는 얘기가 다였다.
어디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돌릴만한 그런 대단한 정보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지나에게 제차 물어보았지만 정말로 그것 밖에 없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떠오르는 건 한가지 밖에 없었다.
“역시 그 녀석이야.”
아버지의 마음을 돌린 게 민우가 보기엔 이만석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만석이 아니라면 딱히 설명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그 녀석일 수밖에 없었다.
‘내일 찾아가보는 수밖에 없나.’
알아보려면 내일 직접 찾아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음?”
12시가 다 되어서 잠자리에 들려던 이만석은 문자가 온 소리에 폰을 들어 확인을 해보았다.
<자나요?/>
짤막하게 적혀 있는 문자를 확인한 이만석은 모르는 번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세린인가.’
그때 숙소에서 자신의 번호를 따갔었던 것이다.
<아직 안="" 자고="" 있습니다.=""/>
짧게 답장을 적어 보내주니 잠시 후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그날 이후로 이만석은 세린에게 말을 놓지 않았다.
말 그대로 세린을 존중해주는 의미였는데 계속해서 말을 놓지 않을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도 있었다ㅓ.
<잠시 전화통화="" 해도="" 괜찮아요?=""/>
문자를 확인한 이만석이 다시 답장을 보냈다.
<잠깐이라면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보내고 잠시 후 진동이 울리며 전화가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니 세린의 음성이 들려왔다.
[다행이 아직 안 자고 있었네요.]
“이제 자려고 잠자리에 누우려 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방해 한 거네요?]
“방해라고 할 것 까진 없습니다.”
[다행이다.]
작게 중얼거리는 그 말에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나서 전화를 건 겁니까.”
[......]
말이 들려오지 않는 걸 보니 아마도 맞는 듯 했다.
“그런가 보군요.”
[저기... 그런데 실은 무슨 일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고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부탁?”
[바쁘시면 거절하셔도 돼요.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거든요. 괜히 신경 안 써주셔도 괜찮아요!]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
다시금 이어지는 정적에 이만석은 웃음이 지워지지 않았다.
“뭔데 그럽니까.”
잠시 뜸을 들이는 것 같더니 세린의 음성이 다시금 이어졌다.
[실은 이번 달 말에 콘서트를 가지거든요.]
“로즈걸스가 말입니까?”
[네... 그래서. 그러니까... 그게.......]
말을 잊지 못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알아차린 이만석이 대신 얘기를 해주었다.
“거기에 제가 와주었으면 해서 전화를 건 것이군요.”
[네! 어떻게 알았어요?!]
“지금 분위기가 그런데 모를 수가 없죠.”
[아... 그렇구나.]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고 느꼈나 보다.
[그래서 혹시 시간이 남으면 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이렇게 전화를 걸었어요. 바쁘시면 오지 않으셔도 돼요! 그저 물어보는 거뿐이니까...... 괜찮아요!]
아무래도 아주 와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
괜찮다고, 안 와도 된다고 하지만 목소리에서는 다 티가 났던 것이다.
얼마나 생각을 하여 전화를 걸었는지를 말이다.
“이번 달 말이라고 했습니까?”
[괜히 귀찮게 했나요...]
“그럼 그때 스케줄 봐서 가도록하죠.”
[정말이세요?]
“물론입니다.”
[감사해요. 오신다면 정말로 좋을 거예요!]
세린의 팬이 이 얘기를 들었다면 상당한 질투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아이돌 가수가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콘서트에 와달라고 저렇게 부탁을 하다니.
그것도 갈지 못 갈지 확답을 주지 않는 말에서 감사를 표현하면서까지 말이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그런 엄청난 일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일을 아는 것은 이만석과 세린 두 사람 밖에 없었으니 그런 가슴 아픈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무셔야 하는데 오랫동안 잡아서 미안해요. 이제 전화 끊을게요.]
“세린씨도 잘 주무십시오.”
[네... 그럴게요.]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다시 폰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
“콘서트?”
태어나서 그런 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이만석이다.
연예인을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음악에 열광하며 빠져들었던 사람도 아니었다.
만약 가게 되면 생애 처음으로 가는 콘서트가 될 것이었다.
“큰 일이 없으면 가봐도 나쁘진 않겠지.”
저렇게 전화를 걸어 간곡하게 부탁을 하는데 한 번쯤은 가줘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 많이 좋아하긴 하나보군.”
인기 많은 아이돌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을 터인데 이렇게 자신을 신경 쓰는 걸 보면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하긴... 관계를 가진 것만 봐도 답은 나왔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남자친구도 사귀지 않고 쭉 혼자 지내왔다고 했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에게 순결을 내주었던 것이다.
이미 그 순간 얼마나 마음을 품고 있는지 전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인생이 달라지니 여자도 잘 꼬여.’
옛날의 자신이면 있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이만석은 차이링, 그리고 정인철 회장 이렇게 세 명이서 짧은 회의를 가졌다.
회의라고 해보았자 지금 일성회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점검을 하는 순이었지만 지금까진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어서 딱히 심각하게 볼만한 것은 없었다.
각 지방에 설치된 정보팀들에 대해서도 차이링이 맡고 있는 정보 부서를 중점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제 전국망을 제대로 구축하게 되는 것도 멀지 않은 시점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진정으로 일성회가 전국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저도 원스타에 대해서 개인투자자로써 참여하기로 했어요.”
“참여하기로 했다고?”
“그래요.”
생각지 못한 말에 정인철 회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차이링을 끓어 들였나?”
“그런 셈이죠.”
“그이보다 돈은 적어요. 300억이라고 했으니 저의 열배쯤 되겠네요.”
“열배라면 30억을 투자하겠다는 얘긴가?”
“네, 맞아요.”
“30억이라도 큰돈이야. 개인으로써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지.”
“전 재산이니까 적은 돈이 아니기는 하네요.”
“전 재산?”
이어진 차이링의 얘기에 정인철 회장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자신의 재산을 전부 넣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전 재산을 다 쏟아 붙는 것은 좋지 않은 투자법인데.”
“이 사람이 크게 장담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괜찮아요. 잘 되겠죠.”
“허어...”
생긋 웃음을 지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차이링의 모습에 정인철 회장은 공허한 음성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물론 상당히 좋은 일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도박을 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만석이 300억을 투자하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얘기이기는 하지만 전체 운영자금이라 보지는 않았다.
벌어들인 수익에서 위험부담은 있을 지언정 계산 하에 투자를 하였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300억이라는 자본금을 가지고 개인투자자로써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상당히 놀랐던 것이다.
헌데 차이링은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하니 이건 그녀를 위해서도 말리는 게 좋았다.
“10억 정도는 안전자산으로 분산해서 넣어놓는 게 좋지 않겠나?”
“회장님 입장에선 좋은 일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자네는 이 얘기를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았나?”
정인철 회장의 시선이 이만석에게로 향했다.
그녀를 생각한다면 이만석이 스스로 조절을 하게 했어야 정상이 아니었느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 말을 잃게 만들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봐요~ 민준씨가 이렇게 확신을 하잖아요.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정인철 회장은 좀 당황스러웠다.
그가 알고 있는 차이링이라면 이렇게 돈을 함부로 굴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이 이리도 큰 것인가.’
이만석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저러는 것 같은데 똑똑한 여자도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아주 무서운 일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투자를 하는 건 전 뿐만이 아니에요.”
“그럼 다른 사람도 있나?”
“지나도 있고, 하란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참여 할 거예요. 그리고 안나도 있네요.”
“안나라면 밖에 있는 비서 아닌가.”
“맞습니다.”
“그녀들도 참여하기로 했단 말인가?”
“좋은 소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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