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5화 〉 505화 대야망
* * *
“그렇군요.”
“일단 오빠가 부탁을 해왔어요.”
“어떤 부탁 말입니까.”
“한 번 찾아와도 되냐고.”
괜히 오빠에게 알려주었나 하는 생각에 지나는 이만석의 눈치를 보았다.
“뭐... 그러라고 하십시오. 내일 저녁쯤이나 올 수 있으면 그래 라고 전해 주십시오.”
지나의 생각과 다르게 이만석은 상관없어 하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래도 몰라서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지나씨 오빠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대화정도면 못 할 것도 없죠.”
“고마워요.”
“걱정이 되었습니까?”
“네... 사실 좀 그랬어요.”
이만석이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지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한 걸로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저 강아지 아니에요~!”
“귀여워서 그럽니다.”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불쾌해 불같이 화를 냈을 그녀였지만 이상하게 이만석이 이러면 지나는 당황스럽고 얼굴만 빨개질 뿐이었다.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지나의 머리를 이만석은 웃으면서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지나와 얘기가 끝난 후 이만석이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그녀들 말고 또 한 명의 여인이 폰을 잡고 긴장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네?”
“고민이라도 있어?”
안경을 바로 쓴 수찬이 웃음을 지으며 세린에게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혹시라도 고민 같은 거 있으면 참지 말고 나에게 말해. 매니저가 왜 있겠어?”
“그럴게요.”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세린과 동갑인 유진이 가까이 다가와 관심을 드러냈다.
무대에 서기전에 리허설을 끝내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대에 오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기다 이번 달 말에 있을 콘서트 무대 준비도 빠듯한 상황이어서 겉으로 안 그래 보이지만 다들 예민한 부분이 없을 수 없었다.
“뭔가 생각에 잠겨 있기에 고민이라도 있나 해서 물어 본거야.”
“매니저 오빠도 걱정이 많이 되나 봐요. 외출하고 돌아 와서 괜찮아 보이더니 정말로 무슨 일 있어?”
“일은.. 그런 거 아니야.”
“멤버들이 왜 있겠어? 나나 언니들에게 고민 있으면 상담해.”
“그래... 유진이 말이 맞아.”
“매니저 오빠가 영 미덥지 못해도 멤버들이 있잖아.”
“야, 네가 미덥지 못 하다니 내가 얼마나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인데~!”
인상을 찡그리는 수찬의 말에 한 쪽에서 화장을 새롭게 하고 있던 희라 쪽에서 말이 들려왔다.
“오빠 한 번씩 덜렁거리는 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알아요?”
“켁! 덜렁거리다니! 희라 너 지금까지 날 그렇게 보고 있었던 거냐?!”
“희라 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다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뭐~”
“제이니 너까지~!”
“야~ 매니저 오빠 울려고 그러잖아. 그래도 우리 때문에 얼마나 고생 많이 하는데~”
울상을 짓는 수찬의 모습에 리나가 나서며 위로해주었다.
“햐~ 그래도 역시 리더라고 리나 너 밖에 없다.”
자신을 변호해주려 나서는 모습에 수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격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어진 리나의 얘기를 듣고는 얼굴이 다시 일그러지고 말았다.
“너희들 말 듣고 상처받아서 콘서트도 얼마 안 남았는데 심술부리며 삐져 있으면 책임질래? 그렇게 생각해도 어루고 달래주어야지. 우리 때문에 그래도 고생 하는데 그런 말 하면 안 돼.”
“언니 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내가 너무했나?”
“매니저 오빠 고생 많은 건 사실이니까. 아까 한 말 취소할게요.”
리나 때문에 조금 전의 말들을 사과해오는 그녀들이었지만 수찬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아파오는 것 같았다.
“힘내요 오빠.”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리나의 모습에 수찬은 머리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게 요물이야 요물...’
위로 해준답시고 한 말이 더욱더 상처가 되어 돌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린은 그런 멤버들과 수찬의 모습을 보면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한 번씩 투덜대는 모습을 볼 때면 울적해지는 기분도 절로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말 했던 것처럼 그렇게 울적하지도 않았다.
다만 콘서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민에 잠겨 있기에 그랬다.
이번 서울에서 가지는 로즈걸스 콘서트에 이만석을 초대하고 싶은 생각에 그런 것이다.
전화번호도 얻었겠다 콘서트에 초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세린이었다.
그때 분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방송국 스텝이 인사를 해오며 무대에 오를 시간을 알려주었다.
공지를 전달 받은 후 스텝이 나간 직후 전담메이크업 아티스트들에게서 꼼꼼하게 점검을 받으며 무대준비를 서둘렀다.
“자자~! 이번에도 긴장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하던 대로 하면 돼! 하던 대로!”
수찬이 손 벽을 치며 기합을 불어넣었다.
아무리 요즘 주가가 올라가며 인기가 많다고 해도 무대에 올라 갈 때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괜히 자기 때문에 피해가 가면 큰일이었다.
지금은 무대에 서는 것만 생각해야 할 때였다.
고개를 바로든 세린이 수찬이 말을 한 대로 마음을 다잡으며 호흡을 천천히 골랐다.
리나는 그런 세린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민준 그 사람 생각한 거 같은데.’
폰을 만지작거리는 건 아무래도 그 사람 때문에 그런 것이 분명해 보였다.
척 봐도 그렇게 보였다.
마음이 얼마나 큰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역시 중증이야 중증.’
정 그렇게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 이 말이지?”
퇴근길에 오른 민우가 운전대를 잡은 채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되어 있는 사이 지나에게서 받았던 전화를 떠올리며 이만석이 전한 말을 생각했다.
“그래도 지나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면 나이도 내가 더 많아. 말 그대로 형님인데 전혀 그렇게 보질 않는단 말이야.”
아무리 봐도 지나와 비슷한 20대 중반, 많이 봐주면 후반인데 대놓고 반말에 친구처럼 대하는 행동이 좀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전에 이에 대해서 말해 보았지만 전혀 씨알도 먹혀들지 않았고 지금은 자신을 좀 웃긴 놈으로 취급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보다 나이 어린 동생에게 저런 취급은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건 친구라 생각하는 이들과도 그랬다.
헌데 이만석과 자신의 관계는 참으로 애매하고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지나 애도 그래요. 내가 얼마나 아껴주고 그렇게 자기를 위해서 그 녀석에게 무릎도 꿇고 했는데 나 몰라라 하다니 아우... 억울해......!”
어릴 때 그렇게 까르르 웃으면서 오빠오빠 거리며 따르던 지나의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민우였다.
“지나와 다시 만나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었는데...!”
이만석에게 무릎 꿇고 그리고 어머니에게 무릎 꿇고 뺨까지 맞았는데 후회스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민우는 입맛을 다시며 신호가 바뀌자 다시 액셀을 밟아 차를 운전했다.
“나도 참 입만 살아가지고... 에휴~!”
말은 이렇게 해도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갔다면 똑같이 했을게 틀림없었다.
자기 사랑하는 남자에게 눈이 멀어서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든든한 오빠를 내팽겨 쳐버린 여동생이지만 그래도 민우에게 지나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여동생이었다.
지금은 저래도 한 때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따르고 어릴 때는 애교와 재롱을 부리며 웃음을 안겨주었던 귀여운 여동생이었다.
민우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리고 넓은 집에서 바쁜 부모님 때문에 혼자서 외롭게 지냈던 어린 민우가 그토록 바랐던 동생이었다.
그때는 자신이 그렇게 원했기에 하늘에서 여동생을 내려 보내 준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어린 소년이었던 그때의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정보를 얻었기에 그러는 거지?”
예년에 비해 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좋지가 않아 2분기 전체 매출도 전년도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 상황이었다.
물론 이번에 출시한 새로운 신종 스마트 폰에 대해서 반응이 괜찮아 3분기에는 다시 만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흐름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건 세진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주식들도 떨어져 전년도에 비해서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 얘기만 듣고 아버지가 허락을 하셨다면... 그놈 밖에 없는데.”
아버지가 허락을 하셨다면 지나가 아주 구체적으로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왔을 것이기에 아버지가 저렇게 해보라 말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것아 아닌데 그럴리는 없어서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지나가 말하는 정보나 투자에 대해서 당연히 임나석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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