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3화 〉 503화 대야망
* * *
“생각할 시간을 주겠나.”
“어느 정도면 되겠습니까.”
“이틀 뒤 이 자리에서 다시 보는 것으로 하지.”
“그 정도면 충분하겠습니까.”
“그렇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다시 이 자리에 찾아뵙도록 하죠.”
그렇게 말한 순간 이만석의 모습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저자가 진정 사람일까...’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은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이동이라는 것이 실제로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를 제 집인 마냥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의 제약을 벗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통령이 기거하는 청와대도 이렇게 원하는 대로 드나 들 수 있는데 어딘들 못 가겠는가.
‘이대로 뒤편으로 물러날 줄만 알았건만...’
김현수 대통령의 죽어 있는 가슴을 크게 뒤흔들어 놓고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가 갑자기 웬일이냐.”
회사까지 찾아온 지나를 두고 정석환 회장이 웃음을 지으며 맞아주었다.
바쁜 시간대가 아닌 대다 딸아이가 이렇게 찾아와 주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인터폰을 통해서 차 두 잔을 시킨 정석환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소파로 이동했다.
“거기 앉아라.”
자리에 착석을 하고 오른 편에 앉는 지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비가 보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게냐.”
“그것도 있고요.”
“보니까 다른 속셈이 있구나.”
이미 그럴 것이 생각을 했는지 별로 실망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때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여비서가 안으로 들어와 차 두 잔을 내려놓고는 조용히 물러났다.
“말 해보 거라.”
“......”
얘기를 꺼내지 않고 망설이는 듯 보이는 모습에 정석환 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민이라도 있는게냐.”
“사실... 이걸 말해도 되나 모르겠어요.”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냐?”
“오늘 아침에 민준씨는 말해도 괜찮다고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심 마음에 걸려요.”
“도대체 뭔데 그래?”
이만석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자 정석환 회장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또한 이만석을 눈여겨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에 이만석과 독대를 하면서 그의 진면목을 어느 정도 보기는 했다.
그쪽 세계뿐만이 아니라 정계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윤정호 의원뿐만이 아니라 김철중 의원 또한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 뿐만이 아니라 언론과도 상당히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밝혀내려 해도 그럴 수 없을 정도로 유대가 깊은 것 같았다.
실제로 이만석에게 그 또한 당한 적이 있지 않던가.
부랴부랴 무마를 하긴 했지만 제대로 한 방 먹은 일이었다.
그때부터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알면 알수록 참으로 놀라운 사내라는 것만 알게 될 뿐이었다.
최근에 이집트에서 일성회가 자리 잡고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번창하고 있어 상당히 놀랐다.
중동지역은 테러와 내전으로 인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고 진출을 하여야 하는 지역이었다.
헌데 이만석은 당당히 거기서 성공을 하고 사업을 번창시켜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무스타파의 신화로 인해 기업인들이라면 그쪽에 대한 소식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개 여행사에서 이집트 최고의 대기업으로써 성장을 해버린 것이다.
거기다 요르단의 석유 시추권을 따내면서 정점을 찍으며 진정한 성공신화를 이루어내었다.
쟁쟁한 국제회사들도 따내기 힘든 것을 무스타파가 직접 날아가 이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정석환 회장이 보아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이집트 지사에서 날아온 정보통에 의하면 이만석이 모하메드와 가까이 하고 있다는 연락이 왔었다.
자세한 건 알 수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전혀 부족하지가 않았다.
“걱정하지 말고 말 해보 거라.”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러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 돈을 끌어 모아 다른 대에다 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놀란 표정을 짓는 정석환 회장의 모습에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다 처분하겠다는게 아니에요. 일부만 정리를 하겠다는 거죠.”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이지. 서민준이 뭐라고 얘기를 한 거냐?”
지나가 저런 얘기를 꺼내는 대에 있어 이만석이 관련이 된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러니 말해도 괜찮다느니 그런 얘기를 한 거 아니겠는가.
잠시 뜸을 들이던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원스타라고 알아요?”
“원스타?”
“일성회에서 운영하는 투자회사에요.”
“설마 그 회사에 개인투자자로써 참여를 하겠다는 것이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나가 무턱대고 돈을 투자하겠다는 말을 꺼낼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정석환 회장은 딸을 그런 식으로 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처구니없어 하기보다는 먼저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한 번 들어보자꾸나.”
“민준씨가 제의를 해왔어요.”
“제의를 해와?”
“자신을 따라 개인투자자로써 참여를 해볼 생각이 없냐고.”
“그 친구도 거기에 투자를 한다는 얘기구나.”
“네, 300억 정도를 생각하고 있데요.”
“300억?”
정석환 회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빠른 시간 안에 그만한 자본금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한 것이다.
“서민준 그 친구 중동에서 사업이 제대로 번창이 되었나 보구나.”
“그런 가 봐요.”
지나도 처음에 300억이라는 말에 적잖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처음 이만석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때는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껏 능력으로 이만큼 올라온 것만으로도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헌데 투자자로써 300억을 내놓겠다는 얘기는 그걸 이런 식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의 자산이 충분하다는 얘기였다.
역시나 아버지 또한 이 얘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었다.
“그 친구가 중요한 정보라도 물어 온 게냐?”
“그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에요.”
“입장은 아니라고?”
“네. 민준씨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요. 다만... 내가 이렇게 투자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아버지는 어찌 생각하는지 그게 궁금해서 그래요.”
“음...”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린 정석환 회장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지나가 이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잘 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는 정보라도 들은 것 같았다.
그게 아버지인 자신에게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반향성에 대해선만 상담을 해온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라는 뜻이었다.
‘정치권에서 뭔가 들은 것이라도 있나?’
이만석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서민준이가 나에게 상담을 한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고?”
“네.”
이만석이 정말로 그러 했는지 물어보았지만 역시나 그렇다는 대답이 나왔다.
‘저렇게 말했을 정도면 민감하긴 한데 그렇게 크게 주의 할 정보는 아니란 얘긴가.’
지나가 저런 식으로 예의가 아니리고 할 정도면 조심성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 분명했다.
헌데 이만석은 괜찮다고 말을 했다니 애매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비에게 말하지 못 할 정도로 정보가 새나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냐.”
“전 그렇게 보고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나에게 간다니까 괜찮다고 했고?”
“그래요.”
“음...”
잠시 고심을 하는 듯 하던 정석환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에게 일부 정리를 해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 같은데 맞느냐?”
“민준씨가 맞다고 다 사실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민준씨는 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네. 직접 불러서 앉혀놓고 얘기를 하면서 말하는 눈빛은 아버지의 혈기왕성하시던 그 눈빛과 비슷했어요.”
“비유가 씁쓸하구나...”
혈기왕성 할 때의 눈빛이라니 그렇다면 지금은 그렇게 보지 않는 다는 것처럼 들려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아니에요. 아버지는 지금도 그래요.”
“그냥 한 소리니까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씁쓸하긴 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게 정석환 회장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혈기왕성하게 활동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 친구가 스스로 300억을 가지고 개인투자자로 뛰어들 정도로 좋게 보고 있다는 거구나.”
“맞아요.”
“너한테만 그런 권유를 한 것이냐.”
“아니에요.”
“그럼 거기에 있던 네 경쟁자들에게 다 그랬다는 소리구나.”
“경쟁자가 뭐에요~”
핀잔을 주는 지나였지만 정석환 회장은 그렇게 보았다.
딸아이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다른 여자들이 생긴다면 당연히 경쟁자인 것이다.
“어쨌든 그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거구나.”
“그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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