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화 〉 502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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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어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그의 마음이 이런 씁쓸함을 안겨 주었고 이제야 그에 대해서 끝까지 잡으려고, 놓지 않으려 했던 권력의 끈의 매듭을 풀어 낼 수가 있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경제여건은 물론이고 돌아가는 꼴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결국에 힘 있게 국정을 수행하고 추진하려면 강한 권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착해 뭐하나 제대로 끝마무리를 이룬 게 손에 꼽혀. 열심히 일해야 할 임기 초부터 반향을 잘 못 잡았던 거야.”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
종원찬 비서실장이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
아무리 이만석이 특별한 자라고 하지만 젊은 사내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거기가 그가 알고 있는 김현수는 의원시절 부터 함부로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니, 자신을 낮추는 행위는 곧 약함을 보이게 되면서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는 말에 언제나 강하게 밀어붙이고 당당하게 나갔던 것이다.
속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겉으로는 당찼던 것이다.
“이제 임기도 반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강하게 기 싸움을 해서 무엇 하겠나. 다만 윤정호 그 친구가 당선이 된다면 나와 같이 권력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 말 하나하나가 종원찬 비서실장에겐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왔다.
할 얘기를 끝내고 뒷 짐을 진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김현수 대통령을 향해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윤정호 의원에게 들었습니다. 대통령께서 절 잡으라는 말을 하셨더군요.”
“그 친구에게 말해주었구만.”
“그렇습니다.”
“자네에게 그런 얘기를 했을 정도면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야.”
자신이라도 이만석의 정체를 알지 못 한 채 그런 얘기를 듣는다면 참으로 복잡하게 돌아갈 것이었다.
조폭 일을 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젊은 사내에게 무엇이 있기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잡으라는 말을 한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뭐라고 했지?”
“안 그래도 어제 저에 비밀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었단 얘긴가?”
그 능력을 윤정호 의원 에게도 보였다는 소리였다.
“대통령께서는 절 인간이라 생각지 않나 보군요.”
“사람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가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일 리가 없지 않나.”
이에 대해서는 이만석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자신도 더 이상 스스로를 사람이라 불러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절 그렇게 보실지 모르지만 전 내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구만.”
“당연합니다. 그저 조금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확신에 찬 말을 하는 이만석의 얘기에 김현수 대통령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그렇다는데 그렇게 받아드리면 되었다.
“그런가.”
“마지막으로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러고 싶어도 이미 늦었다네. 대선 열기로 한 참 뜨거운데 임기 막바지에 있는 나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뭘 해보려고 해도 집중해서 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거기다 정치계는 이미 대선체제로 들어간지라 그쪽에 열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어떤 방송에서도 레임덕에 대해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누가 그러더군요. 늦었다고 생각 할 때가 시작 할 때라고.”
“그것도 상황이 받쳐 주어야 가능한 얘기야.”
“제가 도와준다면 그 상황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자네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수 대통령의 시선이 이만석에게로 향했다.
“아무래도 날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얘기가 지금 나올 모양이야.”
이렇게 아무이유없이 그냥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정호 의원을 만나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실무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
웃음을 짓고 있던 김현수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진지하게 변했다는 것이 맞았다.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순간 묘한 긴장감이 산책로를 맴돌았다.
종원찬 비서실장 또한 눈빛을 본건데 상당히 놀란 듯 보였다.
“지금 그 말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고 하는 소린가.”
저러한 얘기를 꺼내다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잘 못 하다 이 나라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나라들까지 큰 격랑이 휩싸이는 수가 있어.”
쉽게 볼일이 아니다.
“그건 그들이 바라는 일이 아니기에 그러한 것이겠지요. 대통령 또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자네 못 하는 소리가 없구만.”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작년 3차 핵실험이 감행 되었을 때 오히려 좋아했던 나라는 미국일 겁니다.”
“......”
“그걸 빌미로 한반도에 역량을 집중시켜 중국을 압박하며 동맹국의 수호라는 이름아래 당당히 패권을 지킬 힘을 집중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게 결국에 미국이 북한을 이용한다고 보고 있다는 소린가.”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또한 북한을 이용해서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중국은 겉으로는 한반도 안정을 바라지만 남북이 자신을 제외하고 좋게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제적 고립으로 인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강해진 것만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이죠.”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현수 대통령의 진지한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전 애국심이 강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 좋은 인간도 못 되죠. 다만... 안 방에서 뭐 좀 해보려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
“판을 뒤엎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꽤나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저를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까? 그렇다면 그 만큼 내 능력에 대해서 아주 크게, 아니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대통령을 앞에 두고 상당히 무례 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종원찬 비서실장은 그런 이만석에게 언성을 높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금 나오고 있는 얘기는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으면 이렇게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게 이만석이라서 지금 이렇게 놀라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에 대한 실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이다.
도저히 사람이라 생각 되지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
인간이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자.
각종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는 메시아들이 보여주었다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그래서 지금 하는 얘기에 대한 말의 무게가 상당히 컸다.
그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정말로 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퇴임을 하시기 전에 이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나라도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그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가능하다 보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당장에 호통을 치며 쫓아내도 이상하지 않을 얘기였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이만석이였기에 그런 것이다.
‘큰 그림.’
새해 오찬을 가졌을 때 윤정호 의원에게 자신이 해주었던 얘기였다.
이만석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그를 잡아야 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다.
실제로 이만석이 도와준다면 그게 가능하다 보고 있었다.
그가 지금 벌인 일만해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가 지금 왜 저렇게 시끄러운지 김현수 대통령은 잘 알고 있었다.
CIA 부국장이었던 카일러의 죽음을 시작으로 촉발 된 범인 수사는 정치적 개입이라는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FBI국장이 피살됨으로써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상황이었다.
그 모든 일이 여기 있는 이만석이 촉발시켰고 사태를 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이만석을 사람이라 볼 수가 없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혼자서 들었다 놨나를 하고 있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미국뿐만이 아니다.
국내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중동에서 일어난 일들까지.
거기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서 김현수 대통령이 이만석이 개입되었을 것이라 확신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이집트를 뒤흔들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킨 뒤에 주변국들을 다잡았던 것이다.
신의사자니 뭐니 하는 애기를 들었을 때 그게 이만석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허황된 얘기로 치부 되는 것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크게 비웃으며 폭소를 터트리지만 김현수 대통령은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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