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화 〉 500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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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석도 윤정호 의원이 하란이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으니 일부 재산을 물려주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불러서 얘기를 꺼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란은 아무리 이만석이 그렇게 얘기를 꺼냈다고 해도 그 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깊이 생각하고 고민을 해볼 문제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 하루 만에 결정을 내리고 재산을 투자하겠다는 차이링의 말은 참으로 놀라운 발언이었다.
“자기를 믿으니까.”
“......”
“......”
이어진 차이링의 말에 안나는 물론이고 하란이도 다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안나만이 옆에서 조용히 차를 훌쩍이며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단지 그거 하나 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자기를 믿는 게 제일 크다고 할 수 있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는 차이링을 보면서 지나는 속으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민준씨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였어?’
이런 중대한 결단에 이만석을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재산을 걸겠다는 것은 지나로써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녀의 집안이 기업을 경영하는 총수일가인지라 그 충격은 더 컸다.
이런 식으로 단번에 결정을 내리고 투자결정에 내리는 것은 그녀의 인생에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차이링이 어떤 여자인지 옆에서 지켜봐온 상황이라 이리 간단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에 믿을 수가 없었다.
차이링의 대답에 그녀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이만석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들이라도 충분히 놀랄만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밖에서 차이링이 그런 결단을 내린 것에 알았을 때도 이만석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얼만 큼 자신을 믿고 생각하는지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고맙기까지 했다.
자신은 그녀에게 크게 신경을 써준 것이 많지가 않았기에 그랬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았다.
“차이링이 저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그에 동요를 할 필요는 없어.”
잠시 동안 지켜보던 이만석이 그렇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적으로 저건 차이링의 생각이니까.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씨도 잘 생각해서 신중하게 고민을 하여 결정을 내리는 게 좋습니다.”
그녀들이 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강요를 하거나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건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녀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하지만 이만석의 이런 대답에도 지나와 하란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마치 차이링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에 그런 것이다.
‘예측을 못 하겠어.’
‘역시 제일 주의해야할 언니야.’
지나도 그렇고 하란이 또한 차이링에게서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다.
이만석을 향한 그녀의 마음가짐이 어떠한지 다 느껴질 정도였다.
그 정도를 넘어서 지금 이 분위기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평소에는 여유롭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지는 저녁 식사 후 담소를 나누는 휴식시간이었지만 하란이와 지나에게는 속으로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가 맛있네~”
그런 두 동생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이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 한 소녀처럼 차 맛을 음미하며 맛을 품평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만석은 차를 마신 후 안방에서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뜨거운 온수를 받아놓은 욕탕에서 뜨끈하게 피로를 풀며 몸을 지진 후 깨끗하게 몸을 씻겨내고 거품 칠을 하여 행구고 난 후에 머리를 감고 옷을 입은 뒤 샤워실을 나섰다.
세탁기에 갈아입은 속옷들과 옷가지들을 던져 넣고 난 뒤 안방으로 들어와 머리를 말리는데 닫혀 있는 문이 열리더니 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노크는 하고 들어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만석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이만석이 머리를 다 말릴 때까지 기다려주려는 것인지 안나는 별다른 말없이 서있었다.
그렇게 헤어드라이기를 끄고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를 한 이만석이 안나를 바라보았다.
“할 얘기 있어?”
“나도 투자하겠어.”
“투자한다고?”
“......”
뜻밖의 말에 이만석은 잠시 동안 안나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겨 창가에 놓여 있는 의자에 몸을 앉혔다.
“여기 앉아봐.”
그러고는 맞은편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을 눈짓을 하며 안나에게 앉으라 말했다.
창문을 좀 열어서 환기를 시킨 후 놓여 있는 담배 갑을 들어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러는 사이 가까이 다가와 맞은편에 몸을 앉힌 안나를 향해 한 모금 빨고는 입을 열었다.
“후우! 그러니까... 결정을 내렸다 이거지?”
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생각인거야?”
“나에게 많은 돈은 필요 없어.”
“많은 돈이 필요 없다?”
“이번 달까지 받은 봉급까지 합해서 다 투자하겠어.”
“전부?”
“네가 나에게 준 30만 달러도 포함해서.”
“그건 준 게 아니라 원래 네 꺼다.”
“......”
누르 미트 알리를 처치하면서 그 자가 죽기 전에 안나에게 넘겨준 돈이었다.
그러니 그건 그녀의 돈인 것이다.
“나에게 많은 돈을 주었어.”
“월급이 많다는 소린가?”
“......”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지만 이만석은 그게 그렇다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후우! 난 그렇게 많이 주었다고 생각지 않는데.”
안나정도라면 그 정도는 많은 돈이라 생각지 않았다.
CIA에서는 아마도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쥐어 주었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돈을 지금 현재는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혼자서 조용히 먹고 살 정도면 충분해.”
“이해 할 수가 없는 말이군.”
이만석은 그런 안나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치 그 말은 투자를 해서 잃어도 상관없다는 걸로 들리는데 맞아?”
“잃으려고 투자를 하는 사람은 없어.”
“난 그렇게 들었는데.”
“차이링 그 여자는 전 재산을 투자해.”
“그걸 보고 결정을 내렸다?”
“네가 쓸데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
“거 참...”
감정의 기복이 없는 음성이어서 참으로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그게 그녀의 매력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듣다보면 이 기복이 없는 무미건조한 음성이 한 번씩 말뜻을 해 깔리게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이링이 안나를 상당히 경계하고 위험인물로 보았던 것이다.
상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을 수 없다면 그녀의 기준에서 그보다 곁에 두기 위험한 인물은 없었다.
물론 차이링 스스로도 그런 과에 속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예외로 두고 있었다.
자신은 이만석을 사랑하니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건 온전히 그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어쨌든 투자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단 말이군.”
“......”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엔 그녀는 자신의 돈을 이만석을 하는 대로 쓰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네가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지.”
안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다시 문으로 향했다.
“10억이야.”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그녀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 합해서 그 정도 된다고.”
다시 고개를 바로 한 그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래서 남자 하나 잡을 수 있을까 모르겠군.”
외모가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성격이 저런데 접근하는 남자가 있을까 싶었다.
헌데 또 모를 일이었다.
저 외모에 혹해서 반하는 사람이 있을지.
사실 이만석은 모르겠지만 안나가 CIA에서 활동할 때 그녀를 좋아했던 요원이 있었다.
그래서 엔더슨이 그녀를 죽이라 했을 때 그 요원은 바로 사살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고 언제나 쌀쌀맞은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다가 틈을 발견하고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걸로 이제 지나씨와 하란이만 남았군.”
동참 하겠다고 하든, 그렇지 않든 이제 두 사람만 결정을 내리면 될 일이었다.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으니 신중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면 되었다.
투자하지 않겠다고 해도 이만석은 의사를 존중해줄 생각이었다.
“아주 평화로워.”
뒷짐을 지고 경호원들을 물리고 종원찬 비서실장만 대동한 채 청와대 산책로를 걷고 있는 김현수 대통령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아침을 맞아 산새들이 지적 이는 소리와 맑은 산 공기에 섞여 맡아지는 풀냄새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은 김현수 대통령의 마음처럼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상반기 까지는 이렇게 한가롭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자네하고 오전부터 여유롭게 산책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
“대통령께서 그동안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바쁘게 국정을 운영하셨기에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종원찬 비서실장의 말에 김현수 대통령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깃들었다.
5%남짓의 표차로 겨우 당선이 된 순 간부터 인수위를 꾸리고 대통령직을 인계받아 청와대에 입성하여 지금까지 달려온 세월이 그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여러 정책을 두고 국회에서 많은 말들과 대화가 오고갔고 시위도 여러 번 일어났었다.
그동안을 돌아보면 스스로도 그렇게 훌륭한 대통령이었나 질문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라 경제여건이 여전히 좋지가 않았고 불경기에다 경기부양책도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당연히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지지하던 이들 중에서 실망을 하여 돌아선 이들도 많았다.
물론 최소한 대선에 나서면서 내걸었던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하고 실천하려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다른 건 몰라도 공약을 지키려 하였다는 것 하나만큼은 국민들 중에서도 인정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김현수 대통령도 자신감 있게 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정부,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정부였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는 게 지금 현실이었다.
세계 경제여건이 안 좋아 한파가 불어 닥칠 때도 대처를 잘 못 하여 코스피 지수 등 주가가 급락하여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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