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9화 〉 499화 대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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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으니까.”
이만석을 바라보는 차이링의 흑요석같이 영롱한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더 이상 나 혼자만의 몸이라 생각지 않아. 당신 곁에 남기로 하고 따르기로 한 순간부터 난 혼자만의 몸이 아니게 된 거야.”
어떻게 보면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모은 돈을 들여 전부 투자를 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차이링은 이만석을 믿기로 했다.
그가 자리에 불러 모아 얘기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얘기였다.
그런 이만석에게 차이링은 전 재산을 배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그에게 의지를 한 순간부터 더이상 남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 남자의 여자가 되었고 그렇다면 철저하게 이 님자를 따르고 믿기로 한 것이다.
“그거 하나 때문이면 참으로 미련한 여자군 차이링 너도.”
자시만 보고 그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이만석에겐 확실히 미련한 처사라 할 수가 있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큰 돈을 굴리는 것인데 생각을 해봐야했다.
특히나 차이링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 그랬다.
“내거 그거 하나 때문에 그런 줄 아니? 회장님도 그렇고 들은 정보가 있어서 그래~ 무스타파 그 사람이 돈 냄새를 맡는데 타고났다며? 자기 하나만 믿고 투자하고 한 거 아니야~”
“그래?”
“어머? 왜 웃어? 정말이라니까?”
이만석은 이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이런 식으로 돈을 굴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만약 권유를 하지 않았다면 차이링은 전혀 재산을 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그녀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랬다.
자신에게 몸도 주고 마음도 준 그녀였지만 이만석은 반대로 그녀만큼 신경을 써주지도, 봐주지도 않았다.
하란이와 데이트를 하고 돌아왔을 때 외국에서 돌아온 그를 위해 밥상을 차려놓고 밤새 기다리다 다음날 차이링이 그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 할 때도 차갑게 굴었던 것이 이만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갈등이 생겼다가 다시 좋게 해결되긴 했지만 노력해서 사랑해 주겠다고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그렇게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먼저 사랑을 배 풀고 부지런히 움직인 것은 그녀였던 것이다.
일성회 내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다 그녀 스스로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당장에 일에서 손을 때고 내조에만 신경 써 달라고 해도 그녀는 그럴 여자였다.
“고맙다.”
차이링의 진심을 알기에 이만석은 진심으로 말했다.
“이게 고마워 할 일인가? 나도 돈을 벌기 위해서 결정을 내린 거야. 우리 자기 뭔가 감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 그러면 멋없는데... 난 차갑고 시크 한 남자가 좋더라~ 물론 안나 처럼 그런 것 말고... 그건 너무 차가워.”
눈 고리를 올리며 예쁘게 웃음을 짓는 차이링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다시 고개를 숙여 이번엔 반대로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살짝 놀란 차이링이었지만 어느새 받아드리며 다시 목을 끌어안고는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두 사람 현관문 앞에서 뭐하는 거예요?”
그때 현관문이 열리더니 밖으로 나온 지나가 이만석과 차이링이 키스를 나누는 모습에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중간에 지나가 모습을 드러내어 당황 할 법도 하건만 입술을 떼어낸 차이링은 전혀 그런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후후훗~ 보면 모르니? 키스하고 있었잖아.”
그러고는 목을 감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는 현관으로 이동해 지나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민준씨 좋았어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뭐에요?”
입술을 삐죽이는 지나를 향해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어주었다.
하란이가 마지막으로 돌아오고 네 식구가 모두 모여 기분 좋게 식사를 한 후에 차 한 잔 마시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보통은 이렇게 저녁 식사를 끝내고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가지는 게 참으로 편안하고 좋은 휴식시간대라 할 수가 있었다.
안나 또한 별말 없었지만 이렇게 차 한 잔 즐기는 것이 싫지는 않은지 마다하지는 않았다.
“오빠 아버지하고 만난 건 어떻게 됐어?”
“좋게 얘기 끝냈어.”
“어제 오빠가 설명한 원스타 때문에 그런 거야?”
하란이 또한 이만석이 윤정호 의원을 만나러 간 것이 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나 또한 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이만석을 쳐다보았다.
“아니. 다른 얘기야.”
“다른 얘기?”
“정치 말이야.”
“대선에 대해서?”
“그런 것도 있고.”
“북한이구나?”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차이링이 끼어들며 대답을 유추했다.
“맞아.”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어느 정도 밝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들에게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했다.
“어제 민준씨가 했던 말이 정말인가 보군요.”
지나는 아직도 어제 이만석이 한 말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해도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세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석환 회장의 딸로써 어느 정도 보는 눈은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실무접촉이 일어나는 것도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강산 관광을 두고 재개를 하느니 마느니 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접촉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개성공단과 민간교류를 두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창을 열어두고 있기는 했지만 해법이 크게 있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거기다 작년에 벌인 3차 핵실험으로 인해 남북 간에 긴장도가 크게 올라갔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간에 실무접촉을 통한 남북정상회담개최는 이루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거기다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가 않아 분위기가 조성이 된다고 해도 성사여부는 불투명했다.
“이제 윤정호 의원 또한 그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그에 대해서 오빠에게 어떻게 말했을지 궁금해.”
하란이는 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아버지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했을지 궁금했다.
그녀가 알기로 아버지는 그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육자회담을 통해 대화에 다시 끌어들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쉽지가 않았고 전에도 그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을 통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라 보고 있어.”
“그렇구나.”
“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야.”
“아버지가?”
“그래.”
“가능성이라면 정상회담이 이루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계시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치권에선 어떤 얘기가 도는지 자세히 모르니까 알 수가 없는 일이네요.”
“흐응~ 만약 일이 진행 된다면 이번 임기 내에 해야 하니까.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갈 수도 있겠네?”
“그런 셈이지.”
“그럼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자본금을 준비해야겠는 걸.”
차이링의 마지막 말에 지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자본금을 준비한다는 건 언니는 생각 정리를 다 했다는 소리야?”
“응.”
생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순간 지나와 하란이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진짜에요?”
“당연하지. 나 그이에게 내 재산을 배팅하기로 했어.”
“언제 결정을 내린 거야?”
“시간대를 보면 오늘이라고 해야겠지만. 실질적으로 말하면 어제 이미 결정을 내렸어.”
“......”
지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놀라운 대답을 하는 차이링을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뭐니? 그 표정은... 내가 아주 큰일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란이와 입을 다물지 못 하는 지나를 보면서 차이링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너무 섣부르게 결정을 내린 거 아니야?”
“난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나 네가 볼 땐 그럴 수 있겠지.”
“이유가 뭐야?”
아무리 이만석이 북한을 꺼내들어 개성공단과 관련 된 테마주들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다고 하지만 그건 큰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실무접촉이 이루어지더라도 한 순간에 결렬 될 수가 있는 게 현재의 남북관계인 것이다.
그런 일에 이렇게 단 하루 만에 재산을 투자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란이 또한 이에 대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만석이 저렇게 자신 있어 하고 이루어 질 것이라 확신을 하지만 깊이 고민하고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자신 앞으로 일부 재산을 물려 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자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물려주었다고 해도 하란이는 그 돈에 대해선 손도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는 돈이었지만 예전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지금도 함부로 손 댈 수 없는 돈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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