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6화 〉 496화 흐름의 방향
* * *
‘창문을 열어뒀나.’
에어컨을 키지 않은 상황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자 저절로 창문으로 시선이 향했다.
하지만 바라본 창문은 열려 있지 않고 굳게 닫혀 있었다.
에어컨을 틀면 보통은 열어두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켜지 않았다고 해도 열려 있지 않은 것이다.
그때 윤정호 의원의 앞머리가 흩날리며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디서 바람이...?’
고개를 돌려 에어컨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작동을 하고 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그의 주변을 감싸며 시원한 바람이 계속해서 느껴지고 있었다.
바람이 전혀 들어올만한 공간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창문도 열려있지 않고, 에어컨도 켜지지 않았는데 바람이 불어오니 신기한가 보군요.”
“자네도 느껴지나?”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윤정호 의원은 이게 자신 혼자 느끼는 그런 이상한 게 아님을 확실하게 알았다.
“둘러보지 않아도 됩니다. 찾으려 해도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지 찾기 힘들 테니까 말이죠.”
“그럼 자넨 알고 있다는 말인가.”
“보여드리죠.”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펼쳐보였다.
갑자기 손을 펼치는 행동에 바라보던 윤정호 의원은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 하며 온 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보이십니까.”
“어, 어떻게...!”
눈을 깜빡이며 감았다가 다시 뜨고, 고개를 살짝 흔들고 쳐다보아도 이만석의 손 위에서 일어나는 것은 전혀 헛것이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마술?’
윤정호 의원은 순간적으로 마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만석의 손 위에서는 믿을 수 없게도 아주 자그마한 바람이 토네이도를 형성하듯 소용돌이치며 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오며 마치 선풍기를 튼 것처럼 얼굴 전체를 감싸며 퍼져나갔다.
“어, 어떤 마술이지?”
이 신기한 관경에 윤정호 의원은 말을 더듬으며 물어보았다.
“마술이 아닙니다.”
“마술이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이만석의 손 위에 형성 되었던 작은 회오리바람은 주먹을 말아 쥐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불어오던 바람도 잔잔해지며 사라져버렸다.
“그, 그럼 지금 보여준 것은...”
“초능력입니다.”
“......”
순간 묘한 적막감이 서재 안을 맴돌았다.
주먹을 말아 쥐고 있는 이만석의 손을 바라보며 윤정호 의원은 뭐라 입을 열지를 못 했다.
믿을 수 없는 관경에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믿기지 않나 보군요.”
“그러니...까. 초능...력?”
이만석은 윤정호 의원이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 보아서인지 입가에 웃음이 지워지질 않았다.
“다른 것을 보여드리죠.”
말아 쥐었던 손을 펴고 이번엔 가볍게 중지와 엄지를 이용해 손가락을 튕겼다.
탁!
화르르!
“헉!”
그 순간 윤정호 의원과 이만석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불꽃이 생겨나며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윤정호 의원의 두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공중에 떠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바라보던 윤정호 의원이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떠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피어난 불꽃은 열기를 내뿜으며 공중에서 흔들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두 눈으로 목격을 하고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 질 수가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윤정호 의원의 이마엔 땀이 한 방울 맺혀 흐르고 있었다.
식은땀이 흐를 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반증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공중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다시 이만석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회오리바람처럼 감쪽같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
잠시간의 정적.
타오르던 불꽃이 사라지고 나서도 윤정호 의원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동안 입을 열지 못 했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그 침묵을 깬 것은 이만석이었다.
패닉에 빠진 것처럼 멍하니 앉아 있던 윤정호 의원은 이만석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바라보았다.
“정말로 초능력이란 말인가?”
믿기지 않는 초능력의 증거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뭣 하면 다른 것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믿기지가......”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며 빠르게 펌프질을 하고 있었다.
전혀 마술이나 그런 것이 아니란다.
실제로 이게 마술이라고 생각되질 않았다.
손을 펼쳤는데 바람이 일고 손가락을 튕겼는데 불꽃이 피어오르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한 동안 이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가 없을 정도로 가슴이 철렁했던 것이다.
이만석은 윤정호 의원이 진정 될 수 있도록 차를 마시며 기다려 주었다.
그렇게 약 10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윤정호 의원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대통령도 자네의 이런 능력을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하긴 그렇겠지...”
그러니 자신보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이만석을 잡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허허허...”
마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그런 노인의 허허로운 웃음이 윤정호 의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랬군... 그래서 대통령이 나보고 자네를 잡아야 한다고 한 거 였어.”
이제야 그동안 가지고 있던 궁금증이 해결이 되는 듯 했다.
도대체 어떤 면을 보고 이 친구를 잡으라 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야 그러한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한 가지만 자네에게 물어봐도 되겠나?”
“말해 보십시오.”
“그 초, 초능력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 할 수 있지? 그러니까 예를 들어 큰 불꽃을 일으킨 다거나 하는 그런 것도 가능한가?”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일어난 기현상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뉴스를 통해 본적이 있네.”
알 카에다 기지에 운석다발이 떨어지고 반군이 잡고 있던 청사가 무너지고 지진을 동반한 채 땅이 폭발하며 폭삭 무너져 내린 것은 해외토픽으로 이미 뉴스를 여러 번 탔던 것이다.
그것을 윤정호 의원도 본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이상한 점이 없었습니까? 어떻게 며칠 사이에 이상 자연재해가 연속으로 일어나고 그것도 알 카에다나 반군과 같은 그런한 이들에게만 일어났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뉴스에 나온 거 아니겠나.”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국제적으로 뉴스를 타며 이슈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마치 하늘이 벌하는 것 같이 딱 그들에게만 그런 자연재해가 벌어지니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의원님께서는 아직도 그게 우연으로 보고 계십니까.”
“그럼 우연이아니란 말인가.”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자네가?”
“제가 그 나라에 입국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들이지요.”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인가 했던 윤정호 의원은 지금 이만석의 말에 머릿속에 스치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자네의 짓인가.”
“그렇습니다.”
“농담하지 말게.”
“조금 전에 묻지 않았습니까.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 할 수가 있는 것인지. 이 말을 전하기에 앞서 전 이미 실체에 대해서 보여드렸습니다.”
“......”
도대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만석이 말한 대로 윤정호 의원은 조금 전에 그 실체에 대해서 보았다.
그래서 더 이상 따지거나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걸 하나 보여드리지요.”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있는 윤정호 의원을 향해 이만석이 손바닥을 펴서 시야를 가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스캔하듯 옆으로 훑고 지나가는데 그 순간 놀랍게도 그 앞에는 이만석은 온대간대 사라지고 거기엔 평범한 남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제가 누구로 보이십니까.”
얼굴만 바뀐 것이 아니라 목소리 또한 거친 음성으로 달라져 있었다.
“서, 서민준 자네가 맞나?”
“외모를 좀 바꾸어 봤습니다.”
말투는 이만석이 맞았다.
하지만 목소리나 생김새는 전혀 윤정호 의원이 알고 있는 이만석이 아니었다.
“잠시만 만져 봐도 되겠나?”
“그러시죠.”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내밀었다.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어서 인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뻗은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았다.
가죽이나 그런 변장을 한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느껴지는 촉감은 피부가 분명했고 어긋난 부분이나 그런 것도 없었다.
턱 주변에 자라나 있는 까칠한 수염도 가짜가 아니었다.
“진짜군.”
한 번더 조심히 꼼꼼하게 만져보았다.
“진짜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이렇게 변한 것에대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찾아보면 어긋나는 부분을 찾기 마련인데 그런 곳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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