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1화 〉 491화 흐름의 방향
* * *
“망설이지 말고 이 언니에게 다 애기해봐~ 철저하게 비밀은 지킬 테니까.”
“정말이지?”
“당연히 그래야지~ 지금까지 내가 도와준 거 보면 몰라?”
비밀로 하고서 여기까지 도움을 준 게 리나였으니 저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 리나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만석과 다시 만나지 못 했을 지도 모르니 은혜를 크게 받은 샘이었다.
그러니 감사한 기분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말 해줄게.”
그렇게 세린은 리나에게 집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제대로 보지도 못 했다는 것과 사람이 지나가서 집안으로 팔을 잡고 끌고 들어갔던 일, 그리고 거기서 대화를 나누던 중간에 문을 열고 나타났던 새로운 여자에 대해서.
그 후로 점심식사에 참여하게 되어 안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또 다른 여자와 마주쳤던 것 까지 알려주었다.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세린은 이야기 풀었다.
“뭐야. 그러면 지나 언니와 차이링이라는 그 여자 말고 또 다른 여자가 한 명이 더 있었던거네?”
까도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와 같이 놀라운 얘기들이 연속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니야.”
“네 얘기대로라면 세 명인데?”
“식탁으로 들어가니까 한 사람이 더 있었어.”
뒤이어 나온 세린의 대답에 더 크게 놀랐다.
“뭐?!”
손으로 입을 가린 리나가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러면 총 네 명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거는 생각지 못 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서양인이었어.”
“서양인?”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세린에 말을 들으며 리나는 한 동안 입을 다물지 못 했다.
이미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는 것도 세린의 입장에선 참으로 복잡한 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네 명이란다.
너무나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알고 있던 것은 그저 일면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나와 차이링 말고 또 다른 여자가 두 명이 더 있었던 것이다.
“너 그냥 포기해.”
정신을 바로잡은 리나가 세린을 향해 포기 할 것을 권유했다.
이렇게 되면 포기하는게 이로워 보였다.
한 명도 아니고 네명이라니.
“양다리도 아니고 네 명의 여자와 만나고 있다니 그게 말이 돼? 그런데 그 여자들은 이미 서로 알고 있다는 거잖아. 가만... 그럼 지나 언니도 그렇다는 소린데.”
여기서 더 놀랄 일이 있나 싶을 정도의 일이 있으면 그보다 더 놀라운 얘기와 생각이 일어난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진짜 예쁘게 생겼던 그 언니가 아무래도 차이링같아.”
“기품이 있어 보인다는 그 여자?”
“응... 사람이 뭔가 신비롭고 깊어. 그리고 외모는 젊어 보이는데 분위기는 성숙미가 느껴져.”
살벌하거나 그런 것으로 따지자면 마지막에 보았던 서양여자가 딱 그쪽 세계와 어울렸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양여자라고 하지 않았으니 생각해보면 성숙미와 뭔가 모를 기품이 느껴졌던 그 여자가 차이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포기 못 해.”
“그 상황을 보고도 포기를 못 하겠다는 거야?”
리나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듯 바라보았다.
얘기만 들어도 상당히 놀라 자빠질 일인데 그 현장에 있었을 세린이 받았을 충격이 어느 정도 였을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나도 놀랍기는 했는데 언니처럼 그렇게 충격은 받지 않았어.”
세린은 솔직하게 말했다.
“한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네 여자와 어울리고 있었는데 그게 크게 놀랍지 않다는 소리야?”
“응.”
“......”
생각 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의사를 보이자 리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실 언니가 놀라는 게 이해는 돼.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는 얘기에 나 충격 받았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어. 왜 인줄 알아?”
“......”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세린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오늘 만나면서 알게 된 건데. 어떤 여자라도 그 사람을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연예인들을 보아도 그 사람만큼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아. 아마도 그 여자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느꼈기에 그렇게 서로 마주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그러더니 세린이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살며시 얹었다.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두근거리고 떨려서 미칠 거 같아.”
설렘이 깃들어 있는 세린의 뺨은 옅은 붉은 기를 머금고 있었다.
가만히 그런 세린의 얼굴을 바라보던 리니가 침묵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지금에서야 깨달은 게 하나 있어.”
“깨달은 거?”
의아한 듯 바라보는 세린을 향해 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켜보면서 네가 정말로 서민준이라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느끼고 있었어. 그래서 도와주려고 했고. 첫사랑이어서 그럴만하다고도 생각했었어. 사실 그 때문에 더 도와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첫사랑은 원래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속설처럼 나도 짝사랑으로 끝나기만 했거든.”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한 숨을 내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 때면 리나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러다 증상이 더 심각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보다 못해 자신의 능력 내에서 도와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세린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기도 해서 자기 말고는 멤버들 내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세린을 위해서 이렇게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로써 동생을 챙긴다는 마음을 더해 밀어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너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증이야 중증. 아니지... 말하는 거 보면 상태가 심각해.”
리나가 진지한 얼구로 바라보았다.
“어, 언니...”
진지한 얼굴로 중증이니, 상태가 심각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세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야.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지금 네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면 어이없어 할 걸?”
“그게 이상한 거야?”
“저기요...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예요?“
살림을 차리고 네 명의 여자와 만나는 것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니.
어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여러 여자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세린이 조금 전에 했던 얘기를 다른 멤버들이 들었다면 다들 기겁을 할 것이 분명했다.
“너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마. 이상하게 볼 지도 몰라.”
이러한 얘기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하면 어떻게 생각할 지 뻔했다.
“안 해. 언니니까 얘기하는 거지. 그런데... 정말로 이상해?”
“네 얘기를 들어보면 그 남자는 그렇게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연애를 하고 다녀도 된다는 말이잖아.”
“당연한 건 아니야.”
“그럼?”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어머나?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버렸네?”
놀란 척 하며 양 팔을 들어 올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리나의 행동에 세린은 뭐라고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모습에 작게 한 숨을 내쉰 리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은 하나의 가정이잖아. 네가 모르는 일이나 벌어질 일에 대해서 내놓는 하나의 가설.”
“응.”
“그런데 지금 넌 그 상황을 목격을 했다며.”
“응.”
“그럼 가설이 아니라 정말로 벌어진 거잖아요. 아가씨.”
“......”
“그럴 수도 있다는 게 아니라 넌 이미 그 일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발언을 했어. 그 남자는 그래도 괜찮다는 심도 깊은 이해심과 사심이 가득 담긴 말을 내 앞에서 말이야.”
“그런...가?”
이 상황을 무마해 보려는 듯 귀엽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세린의 모습에 리나가 못 말말린 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남자가 그렇게 좋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온 리나가 아까했던 말을 확인 차 세린에게 또 한번 질문을 던졌다.
“응... 사랑해.”
“이미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것도 모자라 여러 명 또 있는데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받아들이기로 했어.”
“......”
상당히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다시 이어서 내뱉자 리나는 다시 잠시 동안 침묵을 지켰다.
지금 저 말이 어떠한 것인지 스스로 알기는 알까.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리나였다.
저렇게까지. 말을 하다니.
그렇게 잠시 동안 대화가 중단이 되었지만 세린은 그녀가 다시 입을 열기까지 기다려주었다.
약 1분여의 시간이 지난 후 리나가 다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나갔어?”
“어디..까지라니?”
“밤늦게까지 밥만 먹고 오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드라이브도 하고 그랬어.”
“드라이브만?”
“저녁도 먹었어.”
“그게 전부?”
“......”
“설마... 했어?”
“아, 아니야! 언니 무슨 말 하는 거야.”
당황하며 언성을 높이는 세린의 말에 리나가 웃음을 지었다.
“농담이야. 너 같은 숙맥이 그런 큰일을 저질렀을 리가 없지. 뭘 그렇게 당황하며 기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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