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9화 〉 489화 흐름의 방향
* * *
모텔을 나와 돌아가는 내내 세린은 세차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힐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만석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세린은 전혀 그렇지가 못 했다.
‘하고나면 오히려 기분이 안정 될 줄 알았는데...’
나체의 상태로 서로에게 다 보여주고 관계를 맺고 난 후라면 좀 더 기분이 괜찮아 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더욱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아무래도 처음이었고 이 사람과 관계를 가졌다는 생각에 그런 것 같았다.
‘세 번이나 했어.’
이만석은 세 번이나 사정을 하였다.
두 번은 몸속에 사정을 했고 한 번은 밖에 분출을 한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세린은 남자가 사정을 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았다.
흰색의 묽은 액체가 성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데 놀랍기도 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새 생명이 탄생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저 액체 속에 수많은 정자들이 꿈틀 거린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이만석의 성기에 묻어 있는 붉은색 피가 자신의 순결을 상징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제는 더 이상 처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론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것 같으면서도 그걸 엉뚱한 사람에게 내주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가 되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 수가 있어서 다행이였던 것이다.
‘후회하지 않아.’
아직도 질속이 쓰라리고 아픔이 느껴졌지만 세린은 관계를 가진 것에 전혀 후회를 하지 않았다.
그저 외로워서 만나고 사귀는 것이 아닌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바라던 일이었고 나중에 돌이켜 첫경험에 대해서 떠올려도 전혀 기분이 나쁠 거 같지가 않았다.
옛날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자신의 처음은 정말로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줄거라고.
그저 가벼운 만남으로 사귀고 첫경험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함부로 남자를 만나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이 첫경험이 세린에겐 정말로 소중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린씨?”
“네?”
“고민이라도 있습니까.”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이만석의 물음에 세린은 대답을 못 하고 얼굴만 붉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후회가 되십니까.”
“후회라니요?”
“아까부터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후회라는 말에 반문을 했던 세린은 이만석의 대답을 듣고는 바로 부정의 의사를 내뱉었다.
“저 민준씨와 관계를 맺은 것에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제가 원해서 한 거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일겁니다. 오랫동안 간직한 순결을 내주었으니까.”
아무리 후회하지 않는다고 해도 첫경험을 하고 나면 공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일 것으로 보았다.
여자에게 순결이란 어떤 의미에선 참으로 대단한 상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 순결을 잘 따지지 않는다고하지만 옛날부터 내려온 처녀성에 대한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였다.
특히 첫 키스도 한 번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지켜온 것이라면 그 의미가 더 남다를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거에요. 그렇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다행?”
“제가 바랐던 대로 이루어졌으니까요.”
세린이 바랐던 것.
이만석은 그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모텔로 가기 전에 차 안에서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서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그 전까지는 함부로 사귀거나 만나고 싶지 않다고 얘기를 전해왔다.
아마 그녀가 생각하기에 자신이 거기에 충족되기에 먼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얘기를 꺼내왔던 것이다.
이 사람이라면 함께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만석은 자신을 그렇게 좋은 남자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세린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한다.
자기가 바랐던 일이라고 말을 하는 거다.
“처음이라 이게 정말로 기분이 좋은 행위인지는 모르겠어요.”
이만석의 성기가 질 안으로 들어섰을 때 세린은 고통만 느꼈다.
기분좋은 쾌감이나 찌릿한 그런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전에 해주었던 것은 좋았던 것 같아요.”
성행위를 하기 전에 애무를 해주었던 것에서 세린은 확실히 쾌감을 경험했다.
“어쩌면 만약 여자도 그걸 즐기게 되면 관계를 가지면서 그런 느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한 세린은 이만석의 얼굴을 보지 못 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 같았다.
“세린씨 말이 맞습니다.”
이만석의 그년의 말에 동의를 해주었다.
이만석은 볼륨을 높여 잔잔한 음악을 좀더 크게 해주어 세린의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숙소 근처에 당도한 이만석이 주변에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이제 내리셔도 됩니다.”
“파파라치나 이상한 사람들이 숨어 있지는 않겠죠?”
“그렇지 않을 겁니다.”
혹시나 누군가 숨어 있다가 이 모습을 포착 하고 자신이 세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큰 파장이 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전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안심을 시켜주었다.
주변에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감지가 되지 않는다면 없다고 보아야했다.
“오늘 정말로 즐거웠어요.”
“저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아... 맞다.”
세린이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급하게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폰을 꺼내어 장금을 풀고는 앞으로 내밀었다.
“전화번호 알려 주세요.”
수줍게 웃음을 지으며 폰을 내미는 행동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자신의 번호를 찍어서 넘겨주었다.
받아든 세린이 이름을 적고 저장을 하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이만석의 폰으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잊어 먹지 않았어요.”
전에는 전화번호를 물어보지도 않고 해어진 것에 후회를 하였던 그녀였다.
그래서 다시 만난다면 확실히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갔던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까먹지 않고 전화번호를 저장을했다.
사실 물어보지 않아도 이미 사는곳을 알고 있기에 찾아가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연락을 하는게 맞기에 이렇게 전화번호를 저장을 했다.
“그럼 저 가볼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바라보곤 세린이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었다.
그때 갑자기 세린이 이만석 쪽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고는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고는 숙소 쪽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만석은 세린의 그런 발칙한 행동이 당황스럽기보다 귀엽게 느껴졌다.
‘이것도 입술을 빼앗겼다고 해야 하나?’
한 순간이었지만 세린의 입술이 입에 맞닿으며 물컹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세린은 내리기 전 급하게 뽀뽀를 했었던 것이다.
정말로 발칙한 행동이다.
잠시 동안 세린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던 이만석이 그렇게 차의 방향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후우~!”
달려서 집 앞에 당도한 세린이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상하게 보지 않겠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가는대로 뽀뽀를 해버리긴 했지만 참으로 부끄러웠다.
아직도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며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순간들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비현실 같고 꿈만 같았다.
‘떨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진정시키려 하지만 진정이 되질 않았다.
사실 찾아간 순간부터 떨림은 지속이 되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 했으니까.
‘그래도...’
정말로 그 사람과 이제 특별한 관계가 된 것 같아 세린은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밤 10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한 이만석은 안나를 제외한 그녀들이 어떤 반응을 해올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데려다주고 오겠다고 하고 나가서 늦게 들어갈 거 같다는 얘기를 전화상으로 전해주고 끊었으니 여러 상상을 하며 초조하게 기다렸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상관없겠지.’
이런 것에 걱정을 했다면 세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도어락 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간 이만석은 소리를 듣고 달려 올 것이라 생각했던 그녀들이 눈에 보이지 않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화났나?’
질투 나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오는 하란이 눈에 들어왔다.
“어? 오빠 왔어?”
“샤워 한 거야?”
“응...”
면 티 하나에 달라붙는 면 반바지를 입고 있는 하란은 이미 잠자기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였다.
“세린씨 데려다 주고 왔겠네?”
“그런 셈이지.”
“오빠 저녁은?”
“먹었어.”
“그렇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