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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85화 (485/812)

〈 485화 〉 485화 흐름의 방향

* * *

결국 이만석은 세린을 숙소에 데려다 주려던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녀가 원하지도 않을뿐더러 부탁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 직접 찾아왔고 가슴앓이를 했다고 하니 조금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만석이 달리고 있는 곳은 서해안 고속도로였다.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게 된 것이다.

답답한 가슴을 뚫어줄 겸 복잡한 서울 도로를 나와 이렇게 서해를 따라 달렸다.

고개를 돌려 힐끔 바라보니 창밖을 쳐다보는 세린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구제불능이로군.’

창창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또 한명의 여자의 인생을 자신이 저당 잡은 것 같았다.

이제 20살이라고 하니 지금까지 만난 여자애들 중에 제일 어린 나이에 속했다.

데려다 주고 곧장 오겠다고 말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 약속은 지키지 못 할 것 같았다.

“마시고 싶은 거라도 있습니까?”

한 참을 달려 휴게소에 정차한 이만석이 세린을 머고 싶은 음료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혹시나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어 나가지 않겠다고 말을 했다.

“아무거나 괜찮아요.”

대답하는 세린의 얼굴만 봐도 얼마나 이 순간을 가슴조리며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적당히 골라서 사도록 하죠.”

차에서 내려 휴게소 매점으로 향하는 이만석의 뒷모습에서 세린이 시선을 때지 못 했다.

“이게 정말로 현실일까...”

세린은 이게 정말로 사실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집 앞에 찾아가게 된 것 만해도 떨리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드라이브를 하게 되다니 현실로 다가오지가 않았다.

꿈이라면 절대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멋있어.’

저 만치 걸어 나가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으로써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자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많은 남자 아이돌 가수나 텔런트, 영화배우를 보았지만 이만석 만큼 멋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걸두고 콩깍지가 씌었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해도 세린은 상관없었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그 감정이 큰 것이 콩깍지가 씌인 거라면 세린은 기꺼이 그렇게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지금까이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에 품어본적이 있을까.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었다.

이렇게나 누군가를 좋아하고 생각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고 마음에 품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여자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이상 할 게 없어.’

그렇게 되니 집에서 보았던 여러 명의 여자들에 대해서도 수긍이 갔다.

그 여자들도 분명히 자신처럼 이 남자의 매력을 알게 되고 빠져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린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음료 두 개를 사들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이만석이 눈에 들어오자 세린은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저런 남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었다.

“언니에게 얘기 들었어요.”

“어떤 얘기 말입니까.”

“민준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 대해서 말이에요.”

“주변에 보면 저보다 대단한 사람은 많습니다.”

“아니에요. 해외에서 사업을 해서 성공하고 또 그쪽세계에서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에 대한 소문을 들었나 보군요.”

“그쪽에서는 이미 유명하다고 했어요.”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세린이 하는 말은 전혀 틀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쪽바닥에서는 자신의 이름만 대면 여러 얘기가 술술 나오 게 된다고 했다.

한 번도 전국을 휘어잡은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여러 설들이 떠돌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수 있었다.

지금도 일성회에 들어서려는 젊은 인재들이 많았고 그중에 대부분은 이만석을 동경해서 오려는 이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세린씨 역시 대단하더군요.”

“제가요?”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상도 많이 받고 인기가 상당하던데.”

“그,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지금까지 많이 들어본 칭찬이었다.

하지만 세린은 그 어느 때 보다 기분이 짜릿해지며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상을 받을 때도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꼈는데 이상하게 지금이 더욱 벅차오른다.

“거봐~ 순 거짓말이었어.”

이만석에게 전화를 받은 하란이 입술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

“흐응~ 역시 그이도 별 수 없는 남자라니까.”

“언니는 왜 그렇게 태평해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데.”

“혹시 둘이서 이렇고 저런 일이 생길지 걱정되는 거야?”

“당연 하잖아요~! 안 그래요 지나씨?”

“맞아요.”

하란이의 말에 지나 또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너희들은 나한테 안 된다니까~”

“뭐라구요.”

“도발하는 거야?”

하란이와 지나의 말에 차이링이 뭘 모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이 곁에서 머물려면 이정도의 일에 흔들리면 안 돼. 나도 한 때는 질투를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그에 걸 맞는 여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지금 내 행동이 걸맞지 않다는 말이에요?”

“당연하지~! 옛날 역사만 보더라도 빼어난 영웅들이나 왕들은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을 거닐었어. 능력 있고 멋진 남자에게 여러 여자들이 꼬이는 건 당연한 일이야.”

“지금은 시대가 다르잖아요~!”

“시대타령은 지금 우리들과 맞지 않아. 지금 이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만 보면 그렇지 않니? 하란이 너 하고 지나, 그리고 나, 저기 방에 있는 안나 까지. 다른 사람들이 지금 우리들을 보게 되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놀라거나 이상하게 처다 볼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이런 모습을 남자들 사이에선 부럽게 바라보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일처의 현시대에 맞는 정상적인 생활상은 전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가서 누가 진정으로 그이의 정부가 되느냐야.”

“자신감이 충만한가보죠?”

“물론이란다~ 지금 너희들을 보면 나 말고 정부가 될 품격을 갖춘 여자는 없는 것 같은데?”

“가만 보면 난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러니?”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렇게 드라이브도 하고 중간에 음식점에 들러 저녁까지 먹고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7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로 기분 좋은 드라이브를 한 거 같아요.”

“그렇습니까?”

세린의 말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어주었다.

이 여자는 가만 보면 드라이브를 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을 지운 적이 없었다.

드라이브가 정말로 좋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닷바람도 쐬고 돌아다니면서도 입가에 지어져 있는 웃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공연 때문에 해외에도 나가고 지방도 많이 다녔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았던 적은 없었어요.”

“팬들이 들으면 실망할 얘기로군요.”

“그런가요?”

세린이 쑥스러운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는 팬들이 이런 모습을 보았다면 정말로 가슴이 아플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럼 숙소에 데려다주도록 하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깔리고 있는 시간대라 아무리 외출을 허가해 주었다고 해도 유명스타를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게 하면 소속사에서 걱정을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다시 신호가 바뀌어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전에 데려다준 세린의 숙소방면으로 향하려던 이만석의 오른팔을 세린이 살며시 붙잡았다.

“할 말 있습니까?”

조심스럽게 팔을 잡는 행동은 뭔가 바라는 뜻이 있어 그렇다는 것을 이만석은 알고 있었다.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세린의 눈동자가 이만석을 향하고 있었다.

“늦으면 걱정 할 텐데요.”

세린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그러면서 팔을 잡는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간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대문 앞에서 마주할 때 말고는 이럴게 떠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던 지라 이만석은 그녀가 지금 속으로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아가는 게 그렇게 싫은가?’

인기아이돌이라도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그때 세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만... 갓길에 정차시켜 줄 수 있어요?”

“갓길에 말입니까?”

“부탁드려요.”

어려운 일도 아니었으니 깜빡이를 켠 이만석이 천천히 속도를 줄여 도로 옆 갓길로 천천히 차량을 정차시켰다.

그렇게 차량이 멈추고 이만석이 세린을 쳐다보았다.

“저에게 바라는 거라도 있으면 말해보십시오.”

세린은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이만석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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