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1화 〉 481화 흐름의 방향
* * *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세린은 이쪽으로 지나가는 차량 한 대를 보며 몸을 돌리는데 속으로 움찔하며 놀랐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나아가는 차량을 보면서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 별일 없이 그냥 지나쳐 간 것이다.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나.’
그저 지나가는 차량인데 혼자서 당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려 대문을 바라본 세린의 눈에 그리움이 묻어나오고 있어다.
‘보고싶다...’
만약 저 문 너머에 정말로 그 남자가 있다면 정말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찾아와서 보니 더 그의 얼굴이 보고싶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벨을 눌러 찾아왔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미친여자처럼 담 넘어서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팬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문득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는 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면 놀라거나 어쩌면 실망을 할 지도 모른다.
충격을 받는 이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린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맴돌고, 떠오르고, 생각나는 그 사람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 쪽을 향해 있는 세린의 시선이 한 동안 그렇게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덜컹!
그때 갑자기 차량이 드나드는 대문의 좌우 문이 양쪽으로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에 놀란 세린이 고개를 돌리는데 자신이 걸어온 반향에서 이쪽으로 가까이 들어선 노란색 스포츠카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적으로 이만석을 생각하다가 차량이 골목에 들어선 것을 알아차리지 못 했던 것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앞에서 멈춰선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선글라스를 쓴 갈색의 웨이브 진 긴머리에 금목걸이와 엑세서리를 하고 있는 여인 한 명이 문을 열고 내려섰다.
“누구세요?”
“......”
몸을 돌린 세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누군데 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거죠?”
또각또각...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오자 세린은 도망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어깨를 잡는 손길에 저도 모르게 움찔 하며 몸을 떨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과민 반응을 보이는 여자의 행동에 지나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저기요?”
“시, 실례 했습니다!”
그대로 어깨를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친 세린이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잠시 만요!”
순식간에 달아나 버리는 의문의 여인을 보면서 지나가 목청을 높이며 불렀지만 도망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지?”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던 시선은 곧 경계의 눈빛으로 바뀌었고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문앞에서 저렇게 서성이는건 분명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는 얘기고 도망가는 건 캥기는 게 있었다.
시야에서 사라지고 잠시 동안 그쪽을 바라보던 지나가 다시 차량에 올라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가슴을 부여잡고 작게 심호흡을 하는 세린은 심장이 빠르게 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마터면 들킬 뻔 했네..’
자신을 혹시나 알아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긴장 됐던 것이다.
‘저 여자가 차이링이라는 여자일까?’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이 들자 세린은 이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정말로 다른 여자와 같이 사는구나...’
그 정도의 남자라면 여자 친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좋겠다...’
저렇게 마음대로 드나 들 수 있는 그 여자가 부러워지는 세린이었다.
“나도 옷 갈아입고 도울게.”
집안으로 들어선 지나가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차이링을 향해 말했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있던 차이링이 흥얼거리는 목청으로 대답했다.
방으로 향하던 지나가 화장실 문이 열리며 나서는 하란이를 보았다.
“어? 지나씨 빨리 다녀왔네요?”
“아침행사에만 잠시 참여하고 금방 빠져 나왔어요. 큰 모임도 아닌데요 뭐. 옷 갈아입고 점심 차리는 거 도와줄게요.”
“천천히 갈아입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하란이 주방으로 향하고 지나 또한 복도를 지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매고 있던 백을 한 쪽에 놔두고 옷장을 얼여 반팔 티셔츠와 짧은 면치마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입고 있는 옷 들을 하나하나 벗고 티와 치마를 갈아입은 후에 옷들을 다시 정리 하고는 머리카락을 단정히 한 후에 밖으로 나왔다.
‘이정도면 뭐... 나쁘지 않아.’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화인하고는 문을 열고나선 지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 안방 문이 열리며 이만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에요 민준씨~”
“왜 그러십니까?”
“팬티차림으로 그렇게 나오니까 놀랐잖아요.”
안방 문을 열고나선 이만석은 사각팬티 한 장만을 입고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집에서는 편하게 입어야죠.”
“그래도 바지정도는 챙겨 입어요.”
“별로입니까?”
오히려 지금 차림이 별로 좋지 않냐고 물어보는 이만석의 질문에 지나가 잠시 말을 하지 못 했다.
“그건...”
그러다 저도 모르게 이만석의 몸을 위아래로 눈요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쁘지는 않지만.....”
들릴 듯 말 듯 한 중얼거림으로 대답하는 그녀의 감상평에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다.
“나쁘지 않다면 괜찮겠네요.”
생각만 한 다는 것이 입으로 중얼거렸고 그걸 알아들은 이만석의 대답에 지나의 얼굴이 살짝 빨갛게 물들었다.
“참... 그런데 집 앞에 이상한 여자가 서성이고 있었어요.”
담배를 피러 발코니 쪽으로 향하는 이만석을 향해 지나가 입을 열었다.
“이상한 사람?”
“무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 했지만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어요.내가 무슨 볼일이냐고 물으니까 당황하며 도망치던데요.”
“그렇습니까?”
“뭔가 볼일이 있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수상쩍은 게 한 두 개가 아니에요. 당황하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려 얼굴을 숨기려 하 것이나 그대로 도망가는 걸 보면.”
그러고는 지나가 싱긋 웃음을 지었다.
“민준씨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해준 거예요. 그럼 나 식사 준비하러 갈게요.”
그러고는 주방으로 향하는 지나를 두고 이만석이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팬티 차림이라도 네 여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으니 상관이 없었다.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온 이만석이 들고 있는 담배 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후우!”
폐 깊숙이 빨아 들였다가 시원하게 내뱉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해 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러다 지나가 한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수상쩍은 여자가 서성이고 있었다고?’
고개를 다시 내린 이만석이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담장과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밖의 상황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만석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 쪽을 집중하며 쳐다보았다.
문 밖에 인기척이 느껴지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느새 그의 몸속에 있는 고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대기에 퍼져있는 기운들이 이만석의 의지에 따라 대문 밖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상대가 자신을 주시하면 이런 불필요한 절차 없어도 낌새가 느껴지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이렇게 해서 인기척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밖으로 퍼져 나간 기운들을 통해 이만석은 지나의 말이 사실임을 알 수가 있었다.
‘다시 돌아온 건가.’
지나가 도망쳤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잠시 후 다시 문 앞으로 돌아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후우!”
다시 폐 깊숙이 한 모금 빨고 시원하게 연기를 내뿜은 이만석이 계속해서 그쪽을 주시하며 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한 개비를 모두 다 피고 테라스 한 쪽에 마련되어 있는 야외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문을 열어 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확인해보면 알겠지.’
안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들고 있던 담배 갑과 라이터를 한 쪽에 놔두고 추리닝 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다시 문을 열고나선 이만석이 현관문 쪽으로 향해 슬리퍼를 신고는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확인을 해보니 아직도 문 밖에 인기척이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었다.
‘수상쩍은 여자라...’
지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겨 나아가 문 앞에 당도해 잠시 멈춰섰다.
확인을 해보니 바로 문 너머의 앞쪽 골목에 있는 것 같았다.
손잡이를 잡고 잠금 해지 버튼을 누른 후 문을 열어젖히자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검은색 긴 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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