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471화 (471/812)

〈 471화 〉 471화 작은 소망

* * *

이단으로 된 석축의 월대위에 높이 34m의 장엄한 중축건물을 연상시키는 근정전은 팔작지붕의 지붕곡선이 시원하게 뻗어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목조건물이자 궁전이라 할 수가 있었다.

전각은 정면에 5칸, 측면에 5칸의 직 사각형의 건물이라 할 수가 있었고 마당에는 박석을 깔고 품계석을 세워놓았다.

조선의 왕들은 이곳에서 부지런히 정치를 했다고 전해지는데 왕궁과 전각에 대한 이름을 지을 때 옛 현인의 말을 빌어 부지런함을 전해오게 되었다고 한다.

아침에는 정사를 들으니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저녁에는 법령을 다듬음이요 밤에는 몸을 편안하게 하느니라라는 말을 하였다 한다.

이어 또 말씀을 이어가기를 어진 이를 구하는데 더 부지런함을 보임이요 어진 이를 쓰는데 빨리 하십시오라고 하였으니 그 말뜻에서 보면 백성을 향한 사려 깊은 마음을 엿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근정전 내부에는 어좌가 있는데 그 뒤에는 일월오봉병이 왕조의 상징으로 자리해 있다.

하늘에 떠있는 해는 왕을 상징하고 달은 왕비를 뜻하며, 다섯 봉우리는 우리의 땅을 표현하면서 푸른 소나무는 충신을, 끝으로 바다는 많은 백성들이라 할 수가 있었다.

별다른 표정과 말은 없었지만 안나는 근정전을 보면서 다시 폰으로 사직을 찍었고 걸어 올라가 내부의 어좌와 뒤에 버티고 서있는 일월오봉병을 보면서 둘러보았다.

이만석 또한 예전에 왔을 때와 다르게 한 결 편안한 마음으로 관광객의 자세로 둘러보았다.

그렇게 근정전 말고도 뒤에 자리해 있는 사정전에 이어 강녕전, 교태전을 둘러보았는데, 먼저 강녕전은 왕의 침소로,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이라 할 수가 있었다.

강녕전 중앙에는 마루가 존재했는데, 좌측의 방들은 왕이 식사등을 행하였던 곳이고, 우측은 침실로 사용하였였다고 했다.

대왕대비가 기거했다는 자경전 이어서 향한 건청궁은 향원정 위에 위치한 전각으로 1873년 고종10년에 지은 건물이며 왕과 왕비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거처하는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라 할 수가 있었다.

특히 건청궁은 일본인들의 만행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는 당시 국모였던 명성황후를 무참히 시해한 곳으로 뼈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 할 수가 있었다.

이어서 향한 향원전은 근정전의 부쪽에 위치한 연못의 누각이라 할 수가 있는데, 그 경치와 풍치가 자연의 미향을 그대로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아름다운 명소 중에 한 곳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 외에도 소주방, 경화루 등을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돌아보며 관광을 하였는데 처음보는 동양식 건축물에 시선을 때지 못 했다.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시종일관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어 의문을 표하게 하였지만 이만석은 그녀가 관심 있게 구경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관광을 하며 걸음을 옮겨 경북궁을 도는데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렸지만 지루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건네받은 소형 책자를 보고 읽은 이만석이 안나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주는 식으로 관광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새로 복원된 건축물을 눈으로 보고 함께 즐겼다.

그렇게 관광을 끝내고 차로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넘어선 시간대였다.

계산을 끝내고 차에 올라탄 이만석이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켜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힐끔 옆을 바라보니 폰으로 사진을 넘겨보고 있는 안나의 모습을 보니 물어보지 않아도 인상 깊게 구경을 잘 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만석은 그렇게 경북궁 말고도 다른 곳들도 둘러보며 계속해서 관광을 시켜주었다.

이왕 구경나선 거 확실하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안나의 성격이 무미건조하고 말수가 적어 이어서 대화가 적었지만 관광을 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렇게 서울 주변의 여러 명소들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북 서울 꿈의 숲에 들어서 가볍게 길을 따라 거닐며 마음의 여유를 즐겼다.

중간에 야외카페에 들러 아이스커피 두 잔을 주문해서 하나를 안나에게 건네주고 벤치에 몸을 앉혀 잠시 쉬었다.

빨대로 커피를 마시며 하늘을 울려다본 이만석은 안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게 살아왔을 텐데 이렇게 가끔식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잠깐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

“......”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안나가 고개를 돌려 꿈의 숲에 조성되어 있는 연못이라 할 수 있는 월여지의 자연풍경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거기엔 인공으로 조성해놓은 분수가 시원하게 솟구쳐 오르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초록색 물결의 숲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여유를 찾게 해주는 그런 풍경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걸 보면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어.”

안나는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이만석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8월이고 너하고 계약한지도 벌서 반년이 넘었으니까.”

이집트로 가서 훈련소로 향한 이만석은 안나를 정식으로 고용했다.

1년 계약의 조건으로 월 10만러에 계약을 했는데 부수적으로 얻는 수입에 대해서는 안나는 받지 않으려 했다.

느루 미트 알리에게서 얻은 미화 30만 달러도 받지 않고 이만석에게 넘겨주었었다.

하지만 그건 안나가 부수적으로 얻은 수확물이기에 그녀의 것이라며 받지 않았다.

그걸 보면 그녀는 딱히 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봉급으로 월 10만달러가 아닌 5만달러를 불렀어도 안나가 수락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던 것이다.

“계약이 끝나면 물 할 건지 생각해둔 게 있어?”

반년의 시간동안 계약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이만석이어서 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없다면 여기에 머물러도 좋아.”

월영지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수행비서로 너만 한 인물이 없어서 하는 소리야.”

“난 파면자의 신분일 뿐이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CIA는 그렇게 호락한 정보기관이 아니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발각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잡아들이던지 제거하려 하겠지.”

해결사로써 민감한 일을 많이 도맡아서 해왔던 안나는 CIA측에선 요원이나 해결사로 써먹으면 써먹었지 절대로 내보내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특히 민감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A급 해결사들은 CIA에서 은퇴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구자기의 길 밖에 없는데.

그들이 만들어 놓은 유배지에서 남은 여생을 감시하에 보내거나 아니면 죽은 것 밖에 없었다.

음밀히 진행되는 요인암살이나 치부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아무리 물질적 증거가 없다고 해도 도맡아서 일을 처리한 만큼 함부로 외부에 나돌게 내버려 둘 수 있지 않았다.

돈을 들여 키운 해결사들인 만큼 그들은 길러진 순간부터 CIA의 소유물이었다.

안나도 그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별 상관없이 지내왔고 시키는 대로 일을 수행하며 살아온 인생인지라 큰 불만을 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엔더슨의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CIA를 떠나게 됨으로써 신경쓰지 않았던 그 일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만석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외국으로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비행기를 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그녀의 위치가 어디인지 발각이 된다면 그들은 곧바로 움직이게 될 것이었다.

안나를 제거하지 않는 한 CIA는 추적하는데 포기 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네가 해결사라서 그렇겠지? 민감할 수 있는 이들을 도맡아서 처리 했을 게 뻔 하니까.”

아마사피 총리암살건만 해도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것 말고도 그녀는 해결사들 중에서도 베테랑이었으니 많은 이들을 수행했을 것이고 그런 인물이 도망쳐 잠적 했다고 해서 놔둘 CIA가 아니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오리무중이라 추적에 혼선을 겪고 있을 테지만 안나의 흔적이 발견 된다면 당장에 움직일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저 파면자가 아니야.”

“......”

“그들은 널 그 자리에서 파면을 시킨 직후 데려가 죽이려 했고 그것으로 인연은 끝났어. 거기서 빠져나와 나를 만나 순간부터 더 이상 얽매일 필요가 없단 말이다.”

시원한 냉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의 넌 그저 내 수행비서일 뿐이야. CIA의 해결사니 뭐니 하는 그런 건 더 이상 아니지.”

“CIA는 미국이 자랑하는 확실한 정보조직이야. 내가 조용히 지낸다고 해도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끝까지 추적할거야.”

“네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라고 해.”

입가에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너라면 더 이상 신경 쓰고 할 게 없어. 나 말고 널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인물이나 단체는 없다는 소리야.”

“......”

“설령 원칙하에 끝까지 널 어떻게 해보려 한다고 하면 내가 정리해버리면 된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아?”

“나하고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어?”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똑바로 눈을 맞추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내 것에 손을 대려고 하면 난 참지를 않아. 이해관계는 그 후에의 문제지 난 내가 가진 것과 내 사람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넌 내 수행비서야. 다른 놈들 신경 쓸 것도 없고 생각 할 것도 없어. 다른 놈들이 집적거리면 처리해버리면 네가 하기 힘든 부분은 내가 나서서 정리해버리면 돼.”

“난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야.”

딱 잘라 말하는 안나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당연 한 거야. 넌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니까.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 시피 넌 수행비서로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어. 그것도 나의 수행비서로 말이야. 거기에 맞게 생각하면 돼. 수행비서로써 나를 보좌하고 그렇게 행동하면 되는 거다. 내 수행비서이니 만큼 내가 챙기는 것도 당연한 거야. 수행비서로서 나만 생각하면 될 일이고 그걸 빗대어 내 것에 표현 한 것도 어찌 보면 틀리다고만 생각 할 수 없어.”

“......”

말없이 처다 보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를 마저 이었다.

“나 말고 누구도 내 수행비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없어. 설사 그게CIA라고 해도.”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