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0화 〉 470화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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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우물거리며 발라먹던 안나가 고개를 들어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안 먹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물어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런 안나를 바라보던 이만석이 웃음을 지었다.
“평소에도 그러면 얼마나 좋아.”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는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으로 봐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 것임을 안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까 미소 말이야.”
가만히 처다보던 안나가 다시 고개를 숙여 삼계탕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이걸 과묵하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과묵하다고 할 수도 있고 다른 누가 보면 냉정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떤 말인지 알아들어 다시 식사에 이어가는 행동이었다.
말 그대로 궁금증이 풀렸으니 해결 됐다는 것이다.
‘그래도 맛은 있나보군.’
입에 맞을지 몰랐는데 잘 먹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맛은 있는 것 같았다.
맛이 없었다면 저렇게 먹지 않았을 것이다.
젓가락질이 서툴렀지만 이제 요령것 고기를 뜯어서 발라 먹으니 따로 가르쳐 줄 것도 없는 듯 했다.
이만석도 다시 젓가락으로 닭고기를 발라 먹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감도는 특유의 맛과 씹을 때 나오는 육즙이 친숙하게 다가오며 식도로 넘어갔다.
주변에서 식사를 하다 말고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훔쳐보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만석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 듯 했다.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조금 소란스러운 쪽을 바라보니 남자친구로 보이는 이와 여자 친구가 뭔가 다툼을 벌이는 것 같았다.
거리는 되었는지 그들이 하는 소리가 이만석의 귀에 다 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여자친구가 계속해서 멍하니 처다 보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때문에 남자친구와 작은 다툼이 일어난 것 같았다.
‘괜스레 미안해지는군.’
뭐 한 것도 없이 식사만 하러 왔으나 남의 커플에게 피해를 준 것 같은 상황이었다.
신경을 끄고 다시 닭고기를 발라 먹으려는데 안나가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뭔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싶어 뚝배기 안을 처다 보니 닭의 배 부분이 벌어져 있었고 그안에 밥과 함게 인삼이 눈에 들어왔다.
“안심해도 돼.”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요리 할 때 가른 배속에 넣어서 만든 거니까.”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던 안나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러더니 젓가락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더니 숟가락을 들어 드러난 밥을 국물과 함게 떠서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오물거리며 씹어 삼키더니 괜찮았는지 다시 떠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리며 씹었다.
작게 피식 거린 이만석도 다시 식사를 마저 이어나갔다.
그래도 맛있게 먹으니 기분이 좋았고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렇게 삼계탕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고 국물까지 먹고 나니 배가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선을 돌려 안나의 뚝배기 안을 확인해보니 거기도 조금 고여 있는 국물말고는 닭 한 마리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이만석이 물병을 들어 올려 자신의 컵에 따르고 살짝 병을 흔들자 안나가 그제야 컵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쪼르르 물이 따라지는 소리와 함께 어느 정도 채워지자 다시 식탁에 내려놓았다.
단번에 물 컵에 차있는 애수를 비워버린 이만석이 휴지를 뽑아 입주변을 닦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잘 먹었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였지만 저렇게 말끔하게 비운 것을 보면 물어보지 않아도 맛있게 먹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럼 걸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만석을 따라 안나도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휴지 한 장을 뽑아 입 주변을 닦고는 구겼다.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역시나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올라오는 다른 손님들과 마주쳤는데 숨간 움찔하는 모습에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움찔 한 쪽은 여자 손님 이었다.
하지만 이어서 안나를 보고는 남자 손님 또한 눈길을 때지 못 하고 처다보았다.
“잘 드셨어요?”
“예, 잘 먹었습니다.”
카운터에 있던 아주머니가 지갑을 꺼내는 이만석을 보고는 서글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내밀자 아주머니가 계산을 끝내고 2만원을 거슬러 주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연예인이예요?”
“아닙니다.”
“그래요? 난 또 총각이 하도 잘 생겨서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인가 했지.”
“그렇습니까?”
“옆에 있는 예쁜 아가씨는 여자친구?”
“아는 지인입니다.”
“아... 이 외국인 아가씨도 참 예쁘네~”
“잘 먹고 갑니다.”
아주머니의 감탄사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그렇게 밖으로 나섰다.
뒤따라 나선 안나와 함께 차로 이동한 이만석이 운전석에 오르고 나서 시동을 켜는데 안나가 가게를 처다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숭례문을 지나갈 때도 처다 보더니 동양식 건물을 보는 건 처음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의 모습에 이만석이 다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3시가 좀 넘어서고 있었는데 아직 시간은 괜찮았다.
“시간도 남으니까... 그럼 구경시켜 줄게.”
고개를 돌려 자신을 처다 보는 안나의 시선에 핸들을 돌려 천천히 차를 빼낸 이만석이 도로에 들어서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관광시켜주겠다는 말이야.”
다시 시선을 돌려 안전벨트를 매는 안나의 모습에 이만석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싫지는 않나보네.’
애교를 부리거나 그러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좋고 실고를 표현하는 안나의 방식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이만석이었다.
그렇게 차를 몰아 20여분이 걸려 종로구에 당도한 이만석은 경북궁 주차장에 들어서 차를 정차시키고 나섰다.
2시간에 4천원대에 30분당 천원이라는 가격이라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입장권 두 장을 구매하고 걸음을 옮기는 내내 안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이만석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졌는데 당연한 반응이었다.
안나가 한국에 와보지도 않았는데 안다는게 이상한 일이다.
“이 나라의 옛 왕들이 기거하던 곳이라 생각하면 돼.”
“궁전?”
“그렇지.”
걸음을 옮겨 광화문의 정문안쪽으로 통하는 곳으로 문을 지나들어서자 이만석은 왼편의 광화문 입구에서 들어서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인대도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연인,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광화문이야. 궁전으로 들어서는 정문이라 생각하면 돼.”
크게 뻗은 석대 위에 2층 누각이 세워져 길게 뻗어 있는 강화문은 과연 출입문답게 기개를 내뿜으며 웅장하게 서있었다.
잠시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보는 것도 좋지만 폰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도 괜찮을거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안나가 이만석의 말에 품에서 폰을 꺼내더니 카메라를 켜고는 조심히 각도를 맞춰 사진을 찍었다.
찰칵!
그렇게 두어 번 더 찍고는 저장을 하는데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니 나쁘지는 않았다.
‘전에 와봤지만 기억도 희미하네.’
예전에 한 번 갈 곳도 없고 돌아다니다 무료개장이라는 말에 한 번 온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구경을 할 기분도 아니었고 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들어와 돌아다녔던 게 다였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뭘 구경하는데 그때는 그런 것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이만석이 표를 사면서 받았던 지도를 펼쳐 들었다.
이대로 안쪽으로 쭉 들어가면 다음으로 나오는 것은 근정전이었다.
지도를 덮고 얻은 안내책자를 펼쳐든 이만석은 긍전전에 대해 적혀 있는 것을 읽어 내려갔다.
근정전이 처음 지어진 것은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이라 할 수 있었고 이름의 유례는 군자만년(?子??) 개이경복(????)에서 끝의 두 자를 따서 경북궁으로 군자가 영원토록 큰 복을 누리노라라는 뜻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하는 일은 국가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국사신을 맞이하는 등 정사의 중심이 되는 정전으로 근정전을 세웠다고 하는데, 근정이란 부지런하게 정치에 힘쓴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역시나 2층 누각의 근정전 정문을 지나 길게 뻗을 길어 계속해서 걸어 나아간 이만석과 안나는 그렇게 근정전에 당도하게 되었다.
멈춰서 근정전을 바라보는 안나를 향해 이곳에 뭐하는 것인지 간단하게 요약해서 알려주었다.
그냥 구경하는거보다 이건물이 무엇인지 알고보면 달리 보이는 것이다.
설명은 길지 않았고 대충 이곳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들은 안나는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표정변화가 하나도 없었지만 이만석은 그녀가 잘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짧은 설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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