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9화 〉 469화 작은 소망
* * *
“그래?”
핸들을 돌려 천천히 차를 몰아 주차장을 빠져나온 이만석이 다시 기어를 바꾸고 엑셀을 밟아 도로에 들어섰다.
“어디가 조으려나...”
혼 잣 말을 중얼거리며 차를 몰고 가던 이만석이 날은 지났지만 복날을 떠올리고는 안나에게 입을 열었다.
“삼계탕 먹어 본적 없지?”
“삼계탕?”
“닭요리인데 맛있어. 그거 먹으러 갈 생각인데 괜찮겠어?”
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만석은 폰을 꺼내들어 검색을 하여 근처에 유명한 삼계탕 집을 찾았다.
여기서 15분 거리에 종가삼계탕이라는 괜찮은 곳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날짜가 지나긴 했지만 얼마 전에 복날이었거든.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해서 몸을 보신 한다는 건데 지금 먹으러가는 삼계탕과 같이 자양분이 많은 음식을 먹고 기운을 복 돋아 더위를 이겨 낸다 뭐 그렇게 보면 돼.”
“한국에선 더위를 그런 식으로 이겨내나 보지?”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허하면 즐기면서 기력을 보충하는 거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덧 2층 건물의 전통 한옥집 스타일 처럼 외관이 지어져 있는 2층 건물과 삼계탕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속도를 줄여 천천히 가게에 들어서 야외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정차 시킨 이만석이 시동을 껐다.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자 안나도 어느새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내려섰다.
“복날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되나보네.”
2층 건물자체가 삼계탕 집이었는데 넓은 빈자리가 별로 없었고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앞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자.”
걸음을 옮기며 나아가자 안나가 옆에 붙어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던 안나의 시선이 기와로 꾸며져 있는 건물의 윗부분으로 시선이 향했다.
아무래도 이런 형식의 건물을 보는건 한국에와서 처음이라 그런 것 같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구수한 삼계탕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오십시오~!”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서글한 인상의 40대 중반의 여인이 이만석과 안나를 맞이해 주었다.
“두 분이세요?”
“예.”
“복잡한 게 싫으시면 2층으로 가시는 게 좋아요. 1층은 보시는 거처럼 사람들이 많아서 좀 답답하게 느끼실 거예요.”
북적이는 1층보다 2층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러도록 하죠.”
“손님 두 분 올라가신다~!”
직원으로 보이는 한 명이 다가와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이만 석과 안나를 2층으로 안내해주었다.
꺾어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과연 1층보다는 빈 자리가 눈에 띄었지만 역시나 가족이나 연인, 그리고 친구들로 보이는 이들이 제법 눈에 들어왔다.
그때 손님들이 식사를 하다말고 이만석과 안나를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는데 아무래도 여자들은 이만석을 보는 것 같았고 남자들은 안나를 보는 것 같았다.
이미 이런 시선에 익숙한 이만석은 개의치 않고 안내해 주는 대로 걸음을 옮겨 안쪽으로 향했다.
구석진 창가 자리에 몸을 앉히자 직원이 두 사람 앞에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을 건네주었다.
안나도 처음 먹어보는 것이고 오랜만에 먹는 삼계탕이니 이만석은 인삼, 대추 등 전통 약재와 채소들을 넣고 푹 고운 전통삼계탕 두 그릇을 주문했다.
“다른 것은 필요한 것은 없으십니까?”
긴장 된 목소리로 말하는 직원의 말에 이만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들이 많아 20분 이상 걸릴 텐데 괜찮겠습니까?”
1층이 북적이는 것을 보고 충분히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릴거라고 생각했다.
“기다리도록 하죠.”
인사를 한 후 물러나고 그렇게 두 사람이 남게 되었을 때 이만석이 옆에 놓여져 있는 물병을 열어 컵에 냉수 한 잔을 따라 안나의 앞에 놓아주었다.
“젓가락질은 익숙하지 않을텐데...”
“괜찮아.”
“포크나 집게 필요없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이만석은 알겠다는 듯 수저통을 열어 젓가락 두 개와 숟가락을 휴지를 하나 깔고 그 위에 놔주었다.
사실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젓가락을 사용하긴 하지만 아직 상당히 서툴렀다.
그 때문에 하란이나 지나, 그리고 차이링이 나서서 잡는 법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한 번 배운다고 바로 자연스럽게 하기에는 서툴렀다.
그래서 때로는 포크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지금 안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자신 앞에도 세팅을 끝내고 컵에 냉수를 따라 한 잔 그대로 들이켰다.
“입에 맞지 않으면 말해. 다른 음식들도 있으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가 잠시 가게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집은 지낼만해?”
“나쁘지 않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침대는 어떻게 할래.”
“없어도 돼.”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나을 텐데.”
“......”
다시 컵을 들어 물을 마시는 안나를 보며 이만석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요인 암살이나 그런 일을 오래해서인지, 아니면 CIA에서 훈련을 혹독하게 받아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참으로 성격이나 말투가 무미건조했다.
이렇게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게 또 그녀만의 색다른 매력이라서 이만석은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안내를 해주었던 직원이 음식들을 식차에 실어 2층으로 올리는 소형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어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이쪽으로 끌고 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먼저 이만석의 앞에 뚝배기 하나를 조심스럽게 놔주었다.
이어서 안나의 앞에도 대이지 않게 조심히 내려놓았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닭 한 마리가 다리를 꼬운 자세로 진한 육수를 머금고 각종 대추와 인삼 등, 몸에 좋은 약재와 구수한 향을 뿜어내며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그 옆에 첨가할 고춧가루나 그런 장들과 소금이 가운데에 놓아졌고, 총각김치와 반찬들이 푸짐하게 식탁에 차려졌다.
“뼈는 여기에 담으시면 됩니다.”
옮겨 먹을 그릇을 따로 앞에 놔두고 작은 뼈 그릇으로 보이는 것을 식탁 옆에 놔두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렇게 직원이 물러나고 둘이 남게 되었을 때 이만석이 안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싱거우면 소금이나 양념장을 첨가하면 돼. 아니면 고기를 발라 찍어 먹든지.”
앞에 놓여진 양념 그릇을 들어 이만석은 익숙하게 삼계탕에 첨가를 했다.
그리고 소금 간을 맞춰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맛을 보면 손님들이 왜 많은지 알수가 있다.
“맛 괜찮네.”
육수가 진하게 울어 나온 게 과연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봐.”
가만히 보고 있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그렇게 말했다.
숟가락을 든 안나가 삼계탕 국물을 떠서 맛을 보더니 확실히 고기의 육수의 진한 맛은 느껴지는데 간이 조금 밍밍한 것 같았다.
옆에 놓아져 있는 소금을 이용해 조금 풀어서 간을 맞추어 다시 맛을 보고는 또 조금 더 소금을 풀어서 간을 맞추었다.
그러더니 한번더 떠먹고, 또 떠먹는 안나의 모습에 이만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국물 간이 제대로 맞춰졌나보지?”
그 질문에 안나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어서 숟가락을 내려놓은 그녀가 옆에 놓아져 있는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쥐어 가르쳐 준 대로 바로 잡은 그녀가 조심스럽게 닭고기를 때어내려 했다.
하지만 집어서 때어 내려고 하면 모양이 흐트러지며 놓치기 일 수 였는 데 여러 번 반복했다.
“포크 달라고 할까?”
그 모습에 이만석이 다시 물어보았다.
“......”
하지만 안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젓가락질에 집중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같은 행동을 반복 했을까.
살점 때는게 힘들어 고기에 젓가락을 아예 조금 박아서 돌려 좀 때어 내고는 그걸 다시 여러번 반복하며 집다가 겨우 한 점 집어서 올렸다.
그러고는 삼계탕 국물에 살짝 담구었다가 이만석이 먹는 것처럼 소금에 살짝 찍어서 조심스레 입으로 가져다 넣어 우물거리며 먹는데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졌다.
‘만족스러워 저러는 건가?’
대답도 하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며 고기를 때서 집으려 노력하는 모습에 시선을 때지 않고 있던 이만석은 드디어 달성하여 오물거리며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엽게 보여 졌다.
‘이런 모습 보면 애도 참 귀엽단 말이야.’
이만석이 지켜보고 있든 말든 안나는 다시 젓가락으로 아까 했던 방식대로 젓가락을 살짝 찔러 넣어 비틀어서 고기를 조금 때어내었다.
어설프긴 했지만 때어낸 고기를 집어 들어 다시 국물에 한 번 담갔다가 소금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다 오물거리며 먹는데 이번에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모습을 보면 누가 전문적으로 살생을 훈련받은 해결사로 생각 할 수가 있을까.
이만석은 그런 안나의 모습을 계속해서 처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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